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커버스타
[인터뷰] ‘택배기사’ 김우빈,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5-8’의 존재감
김수영 사진 오계옥 2023-05-17

우리가 알던 택배기사가 아니다.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이들은 낮에는 헌터들의 공격을 뚫고 생필품을 전달하고 밤에는 난민들을 돕는 ‘블랙 나이트’로 활약한다. 기사(deliverer)와 기사(knight)의 간극을 김우빈은 외양적으로, 배우의 존재감으로 설득해낸다. 에어코어 마스크가 얼굴의 절반을 가리지만 김우빈 특유의 눈매는 더 강하게 드러나고 몸을 부풀려 보이게 하는 택배기사복은 그의 체격을 돋보이게 한다. <마스터> <외계+인> 등 이전 필모그래피에서도 꾸준히 합을 맞춰온 조상경 의상감독은 이번에도 김우빈에게 최적화된 택배기사의 외양을 구현해냈다. 극 중 ‘5-8처럼 되고 싶다’고 꿈꾸는 사월(강유석)에게서, 그런 사월의 롤모델이자 멘토가 되는 5-8에게서 김우빈의 과거와 현재가 비춰보이기도 한다. 모델을 꿈꾸며 열정적으로 진로를 모색하던 청년 김우빈 역시 어느덧 누군가의 선배이자 꿈이 되어 있다. SF 액션 드라마 <택배기사>는 김우빈이 이제까지 쌓아온 여러가지 면모를 다시금 발견하게 한다.

- <택배기사>는 <마스터>를 함께했던 조의석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이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 맞다. 감독님과 전 작품을 즐겁게 했고 믿음이 있었다. 2부까지 대본을 주시면서 ‘믿어달라!’ 이렇게까지 말씀을 해주셔서. (웃음) 사무실에 갔더니 이미 신별로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었다. 이런 비주얼로 이 정도의 CG 기술이 있으니 이렇게 표현하겠다고 설명해주시기도 했다. <외계+인>을 13개월이나 촬영하고 나니 크로마키 스크린 앞에서 하는 그 어떤 연기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더라. 하늘도 날고 빔도 쏘고 다 했기 때문에 두렵지 않았다. 오케이, 그럼 우리 즐겁게 다시 해봅시다!

- CG 촬영은 이전보다 수월했나.

= 미술팀이 이미 많은 부분을 준비해둬서 그 덕을 많이 봤다. 배경이 주로 CG였는데 이미 비주얼을 본 상태라 상상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극에서 5-8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꽤 있다. 담배를 끊은 지 오래돼 조금 걱정이 됐는데 감독님이 담배는 없어도 되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5-8 캐릭터와 담배라는 소품이 되게 어울리는 것 같더라. 있는 걸 없애는 게 어렵지 없는 걸 CG로 만드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해서 담배 피우는 연기만 하기도 했다. 즐거운 체험이었다.

- 5-8은 사회의 계급체계 밖에 있는 난민 출신의 택배기사다. 무뚝뚝하지만 시니컬하지 않고 현실적이지만 동시에 낙관적이다.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의적이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에 접근하기 위해 레퍼런스를 찾았나 혹은 자신과 닮은 점을 찾아나갔나.

= 후자다. 사람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잖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가진 모습에서 살을 붙여나가는 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노희경 작가님의 영향도 크다. 작가님이 항상 “모든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하고 그런 관점으로 세상을 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많이 어렵지 않았다. 5-8은 왜 그러는 걸까,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 5-8은 전사가 자세하게 나오지 않고 감정 표현도 많지 않다.

= 처음에는 웹툰을 보면서 캐릭터에 접근하려고 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의 각색으로 또 다른 세상이 구현됐다. 5-8 캐릭터나 등장인물들이 웹툰과 차이가 있어서 대본을 바탕으로 비어 있는 부분을 상상해나갔다. 5-8이 태어났을 때는 이미 지금의 세계가 만들어져 있었고 그에게 가족은 없다고 생각했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해서 남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게 어렵고 무서웠을 거다. 그러다가도 뚝딱할배(김의성)나 정보원 선배를 만날 때는 그에게 없는 가족, 자기가 생각하는 어른을 만나는 거니까 5-8의 감정이 좀 드러났으면 싶었다.

- 뚝딱할배의 김의성 배우나 이솜 배우, 진경 배우는 이전 작품에서도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반가웠겠다.

= 원래 낯을 많이 가린다. 다시 만나면 너무 반갑다. (김)의성 선배는 세 번째 호흡을 맞추다보니 이제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잘 통한다. 선배가 있으면 촬영 현장이 정돈되는 느낌이 든다. 이솜 배우는 데뷔작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함께하고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가 잘 살아남았구나, 하는 전우애와 동지애 같은 느낌이 있달까. 대통령으로 출연하는 진경 배우는 아쉽게도 촬영 현장에서는 만나지 못했다.

- 아는 사람이 많아져서 친숙한 것 외에 현장이 예전보다 편해졌나.

= 연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편해진 건 맞다. 하지만 연기 자체는 늘 어렵고 무겁고 무섭고 즐겁고 똑같다. 이 직업 자체가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다 보니 낯가림도 점점 나아지는 게 있다. 나 스스로 ‘김우빈 모드’라고 부르는데 이걸 장착했다고 생각하면 좀 낫다. 지금 이게 김우빈 모드다. (웃음) 원래의 나는… 약간 더 어렵다.

- 이전의 반항적이고 거친 남자 캐릭터는 확실히 ‘김우빈 모드’에 기댄 것처럼 보였다. 배우의 스타성이 도드라진 역할들이었다면, 최근 작업한 <외계+인>의 가드나 <우리들의 블루스>의 정준, <택배기사>의 5-8은 배우 김우빈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한다.

= 신인 때 강한 캐릭터로 출연한 작품이 잘되다 보니 비슷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다. 감독님들도 안전한 길을 많이 선택하셨고. 점점 작품이 누적되면서 감독님들도 내 안의 다른 모습을 봐주시는 것 같다. 작품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재미다. 그 캐릭터가 궁금한가.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내 생각과 비슷한가도 생각해보게 되고…. <우리들의 블루스> 같은 경우는 대본이었다. 글이 너무 좋아서 대본을 읽으며 펑펑 울었다. <외계+인>의 긴 촬영을 마친 후에 노희경 작가님이 “이건 옴니버스라 굉장히 촬영 기간이 짧다. 한달 반만 줘라”라고 하신 말씀도 솔깃했다. 물론 실제로는 6개월을 찍었지만. (웃음)

- <우리들의 블루스>의 정준이 실제 자신의 모습과 가장 가깝다고 했다. 그때의 연기 경험은 어떻게 남아 있나.

= 정말 많은 선배님들과 작업했잖나. 내 신이 아닐 때도 촬영을 구경하곤 했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만 있어도 좋고 그 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는 그 시간이 정말 선물처럼 느껴졌다. 특히 김혜자, 고두심 선생님과의 작업은 나에게 큰 자랑이다. 시간이 흘러도 힘이 될 보물을 내 안에 숨겨놓은 것 같은 기분이다. 현장에서 선배들 모습을 보면서 많은 공부가 됐다. 다들 지금까지 이 자리에 계신 이유가 있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 얘기를 들어보면 김우빈 배우는 선배를 더 편해하는 좋은 후배일 것 같다. <택배기사> 현장에는 후배들이 더 많았을 텐데.

= 맞다. 어렸을 때부터 형들이랑 노는 걸 좋아했다. <택배기사> 세트에서는 대부분 동생들하고 찍었다. 처음에는 이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고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음) 경험상 나는 선배들이 질문을 해주거나 사적인 이야기로 말 걸어줬을 때 현장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그래서 동생들하고 밥도 먹고 운동도 같이하고 사적인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혹시 그게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랬다면 미안하다고 좀 전해 달라. (웃음)

- 어떤 선배가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 계속 생각한다. 의성 선배나 진경 누나처럼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작업하고 나서 그 배우가 보고 싶고 다시 작업하고 싶으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 고등학생 때부터 모델을 꿈꾸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20대를 보냈고 관련 일화도 많다. 나중에 후배들에게 해줄 얘기가 많겠다.

= 물어보면 얘기해줄 수 있지만 물어보지 않으면 내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블루스> 현장에서 선배들 얘기를 들은 것도 내가 얘기 듣는 걸 좋아해서 “선생님, 연기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그땐 어떠셨어요” 하고 계속 물어봤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 좋았지만 나도 누가 물어보기 전에는 말하지 않는다. (웃음)

- 감사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다. 어제 쓴 감사 일기를 나눠 달라.

= 15년째 쓰고 있다. 자기 전에 앱으로 다섯 가지 감사에 대해 쓰는데 15년 하다 보면 쓰는 데도 얼마 안 걸린다. 오늘 뭐 했는지만 생각하면 탁탁탁 바로 나온다. (웃음) 어제는 (휴대폰을 보며) ‘한번이었지만 하늘을 바라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였다. 목표가 하루에 두번 고개 들어 하늘 보는 건데 그게 쉽지 않다. 한 2~3초만 하늘을 봐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기분 나빴던 적은 한번도 없다. 내가 행복해지려고 하는 일 중 하나다. 그리고 운동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거, 쉴 수 있는 집이 있는 거. 최근에 몸이 너무 뻣뻣해서 어제는 요가 매트를 깔고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칭을 했는데 좋더라. 그래서 즐겁게 스트레칭한 일에 대해 감사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