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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거미집’의 배우들- 박정수, 임수정, 오정세, 장영남, 전여빈, 정수정의 말말말
송경원 2023-06-09

김지운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미집>은 배우들의 호흡에 관한 영화”이자 “스크루볼 코미디의 리듬 위에서 춤추는 영화”이며 궁극적으로는 앙상블의 영화다. 촬영 현장에서 벌어지는 소동극 속에서 배우들은 각자의 리듬을 더해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나간다. 영화 속 영화인 ‘거미집’을 중심으로 혼란스러운 듯 아름답게 조율된 이들의 활약과 뒷이야기를 전한다.

박정수

‘거미집’의 시어머니 역이자 노장 배우인 오 여사 캐릭터를 맡아 극의 무게를 잡아준다.

“설마 칸에 올 줄이야. 지금도 비몽사몽이다. 드라마도 5년 정도 쉬고 있었는데 캐스팅 제안이 와서 거의 16년 만에 영화 현장에 돌아왔다. 김지운 감독에게 왜 나를 캐스팅했냐고 물었더니 발음이 좋아서라고 하더라. 그러고 나니 대사가 입에 안 붙는다는 불만을 말할 수가 없었다. (웃음) 드라마 현장이 익숙하고 요즘 영화 현장은 잘 몰라서 처음엔 헤맸는데 익숙해질 만하니까 끝나버렸다. 70년대 현장에 대해 더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

임수정

‘거미집’의 여주인공이자 베테랑 배우 이민자 캐릭터를 맡아 극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송강호 선배님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면 어떤 느낌인지 말해주셨는데, 직접 경험하니 상상 이상의 특별함이 있었다. 이민자라는 역할의 경중에 상관없이 김지운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한컷만 나온다고 해도 출연하려고 결심했다. <장화, 홍련>(2003) 이후 20년 만의 작업이라 더 각별했다. 김지운 감독님은 현장에서 과묵하고 조용한 카리스마가 있는데 이번 영화에선 유독 더 편해 보였고 즐거워하셨다.”

오정세

‘거미집’의 남주인공이자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로 변신해 웃음 폭탄을 선사한다.

“어떻게 하다보니 <남자사용설명서> 이후 ‘미남 톱스타’ 역을 종종 맡는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계속하다보니 어떤 믿음이 생겨 뻔뻔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나름의 노하우가 쌓이는 것 같다. 송강호 선배님을 비롯해서 카메라 뒤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다. 농담 반 자랑하자면 우리 영화는 한편 가격으로 두편을 볼 수 있는 영화다. 극 중 촬영하는 ‘거미집’도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다. 마지막 플랑 세캉스 신은 꼭 보셨으면 좋겠다.”

장영남

‘거미집’ 제작사 신성필름의 대표 백 회장 캐릭터를 맡아 소동극을 정리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다. 무언가 만들어나가는 현장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거미줄처럼 엮인 캐릭터와 구조를 보면서 감탄했다. 뤼미에르 극장에서도 같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김기열(송강호)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앙상블을 쌓아나가는데 어느 순간 영화의 안과 밖이 구분하기 힘들어질 만큼 섞이는 걸 느꼈다. 그걸 소화해내는 송강호라는 배우가 있어 한편의 연극 무대 같은 호흡이 완성됐다.”

전여빈

김기열 감독의 말만 믿고 ‘거미집’ 재촬영을 밀어붙이는 신성필름의 상속녀 신미도 캐릭터가 되어 소란에 불을 지핀다.

“감독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지만 각자에게 영화의 의미를 묻는 작품처럼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검열과 강박에 시달리던 시기였는데 이 작품이 돌파구가 되어주었다. 한번은 송강호 선배님이 ‘좀더 자유롭게 연기해도 괜찮다’고 조언해주셨는데 어떤 해방감을 느낄 만큼 위로가 됐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바탕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수정

‘거미집’의 젊은 여공 역을 맡은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으로 변신하여 극의 활기를 더한다.

“상업적인 장편영화를 처음하는 셈인데 원래 다 이런 분위기냐고 되물을 정도로 즐거웠다. 70년대 배우의 말투나 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당시 영화들을 찾아보면서 공부했다. 감독님은 딱 정해진 연기보다는 자유롭게 배우가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편이다. 무언가 연기를 하는 역할을 다시 연기한다는 게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다 함께 모여 재미난 놀이를 하고 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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