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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란 투리스모’, 레이싱영화와 게임영화 사이로 차선 걸치기
김철홍(평론가) 2023-09-20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 잔 마든보로(아치 매덱)의 모습은 영락없는 게임 과몰입 상태다. 잔이 플레이하는 게임은 레이싱 게임인 ‘그란 투리스모’인데, 그건 5살 때부터 프로 레이서가 되고 싶었던 잔이 현실에서 대체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잔의 부모는 아들의 값비싼 진로를 지원해줄 여력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잔이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잔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게임 그란 투리스모의 최고 실력자를 선발해 실제 프로 레이싱 선수로 양성하는 콘테스트에 잔이 후보로 선정된 것이다. 이 황당무계한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대니 무어(올랜도 블룸)는 자신의 회사인 닛산의 마케팅을 위해 이 일을 벌인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만전을 기하기 위해 업계 최고 실력자인 잭 솔터(데이비드 하버)를 수석 엔지니어로 고용한다. 자신 역시 씁쓸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잭은 마침내 잔의 잠재력과 진심을 확인하게 되고, 그렇게 잔을 도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란 투리스모>는 놀랍게도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1991년생 잔 마든보로는 실제로 닛산과 소니의 주관으로 개최된 ‘지티 아카데미’(GT Academy)를 통해 데뷔한 프로 레이서다. <그란 투리스모>는 이 비현실적인 성공 스토리를 실제보다 더 드라마틱한 버전으로 각색하는 방식으로 짜릿한 감동을 선사한다. 물론 이야기 자체보다 쾌감을 주는 것은 매끈한 시각효과다. 그리고 그 바탕엔 1997년에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9천만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플레이스테이션 전용 게임 <그란 투리스모>가 있다. <디스트릭트 9> <엘리시움> <채피> 등 자신의 전작에서 지속적으로 인상적인 특수시각효과를 선보였던 닐 블롬캠프 감독은, 이번에도 가상과 현실의 이미지를 유려하게 조합해내는 데 성공한다. 서사가 지나치게 극적이라는 점과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를 상쇄할 정도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실제 잔 마든보로가 본인 역할의 스턴트 연기를 했다는 점 역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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