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커버스타
[인터뷰] 그녀, 누아르, ‘화란’ 김형서
이우빈 사진 백종헌 2023-10-24

“진실한 것을 갈망하고 있다.” 김형서에게 연기란 진짜 자신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가수 비비로서 만드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활동도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화란>의 하얀을 보고 있자면 그의 목표가 얼마나 확고하게 진척되고 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방황하는 연규를 보듬고 같이 웃어주는 하얀의 굳셈과 미소가 너무도 자연스러워 진짜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는 “현장에서 여러 연기 노하우를 빨아들이고 있다”라는 당찬 자신감, “연기를 보람차고 행복하게 이어가고 싶다”란 솔직한 마음가짐도 표했다. 투명한 진실을 찾는 이의 뚜렷한 궤적이 흥미롭다.

- <화란>을 비롯해 한국형 누아르인 <최악의 악>에서도 얼굴을 비추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정규 앨범의 제목도 《Lowlife Princess: Noir》다. 누아르와 연이 깊다.

= 마스크와 기존에 보여줬던 이미지 때문이지 않을까. 생생하고 날것에 가까운 느낌을 줄곧 드러내고 있다. 내가 예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덕에 좀더 현실적인 분위기가 나올 수 있나보다. 여러 누아르나 <화란>의 하얀처럼 주위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분위기, 캐릭터에 어울린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 평소에 누아르를 즐겨보는지.

= 사람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잘 안 본다.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잘 못 보겠더라. 서사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고, 음악을 느끼는 등의 순수한 감상이 어려워졌다. 화면 속의 연기와 상황이 진짜가 아니라고 느껴질 때가 많아졌다. 그래서 요즘엔 차라리 아예 허황한 무협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즐겨 본다. 아니면 윤미래 언니랑 같이 실화에 기반한 범죄 다큐멘터리 같은 걸 챙겨 보고 있다.

- 본인의 연기에서 ‘진짜’를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노력 중인가.

= 난 내가 진심으로, 정말 꾸며지지 않은 사람이 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세상에 진짜라는 게 있을지, 진짜가 있다면 그게 아름답고 멋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진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진실한 것들을 갈망하고, 내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임성재 배우처럼 진짜라고 느껴지는 연기자들이 있다. 나도 그런 방법을 찾는 중이다. 연기뿐 아니라 음악이든 다른 창작이든 마찬가지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해 한다. 물론 영원히 못 찾고 죽을 수도 있겠지만.

- 무대와 예능에서도 어느 정도의 연기가 가미된다고 말했다. 영화 현장에서의 연기는 무엇이 달랐나.

= 노래 가사는 내가 쓴 말이니까 부르기가 편하다. 반면에 영화는 다른 사람이 써준 말을 내뱉어야 하고, 대사를 외우기도 해야 하니까 머리를 더 많이 쓰게 된다. 항상 집중해서, 정말 뇌 전체를 가동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더 힘든 면이 있다. 캐릭터나 시나리오에 대한 해석을 철저하게 준비했어도 현장에서 겪는 난점들도 있다.

- 어떤 난점들이었나.

= 연기의 기술적인 측면이 꽤 어려웠다. 발성이나 발음, 액션 같은 부분에서 삐걱댈 때가 있었다. 음계를 몰라도 음악은 잘 만들 수 있는데 연기엔 테크닉이 필요하더라. 그래도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며 극복해가고 있다. 예를 들면 정만식 배우는 오버 더 숄더 숏을 찍을 땐 사람 눈보단 카메라쪽에 살짝 시선을 돌리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조언해주셨다. 이렇게 현장에서 여러 노하우를 마구마구 빨아들이는 중이다.

- <화란>에서 보여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연규(홍사빈)와 마주 보고 햄버거 먹으면서 장난치는 장면이 자주 언급된다.

= 본격적인 영화 현장은 처음이었다. 긴장됐던 터라 준비한 것만 딱딱하게 해내는데, 홍사빈 배우가 중간중간에 정말 분위기를 잘 풀어줬다. 그 장면에서도 홍사빈 배우가 햄버거만 먹는 하얀에게 “미국 사람이냐?”라는 애드리브를 쳐줘서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다.

- 하얀이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연규의 튼튼한 버팀목이 돼준다.

= 하얀이가 연규를 아끼는 이유는 감독님도 나에게 자주 물어보던 질문이다. 난 늘 정확한 답을 말했다. 둘이 친남매가 아니라서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타인에게 치유받을 때가 있다. 나 역시 겪어봤다. 타이거JK 사장님과 윤미래 언니에게 진짜 사랑을 배웠다. 보답해줄 것도 없고, 회삿돈을 받기만 하는 처지였을 때도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아껴주고 믿어주셨다. 그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웠다. 그래서 하얀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연규에겐 네덜란드로 떠나고 싶단 뚜렷한 목표가 있다. 하얀이가 살아가는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 하얀이의 과거만 죽어라 팠고, 딱히 미래를 생각하진 않았다. 하얀이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일을 해서 먹고살아야 하니까 열심히 사는 거다. 그래서인지 하얀이는 작중에서 한번도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연규가 불안형이라면 하얀이는 회피형이다. 감정을 꽁꽁 싸매는 하얀이의 마음이 연규보다 더 심하게 곪아 있다고 생각했다.

-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도 흥미가 있다고 들었다. 영화 시나리오엔 뜻이 없나.

= 음악 앨범도 스토리가 본체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그 이야기에 얹는 O.S.T 정도다. 하고 싶은 이야기 기획은 많다. 어떻게 펼칠지를 고민 중이다. 영화도 그렇고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등 여러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요즘 너무 바쁘기도 하고, 시나리오 작법은 아예 모르다 보니 협업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 앞으로의 연기 활동 계획은.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기든 뭐든 “무조건 열심히 다 잘해야지”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홍사빈 배우, 선배님들과 얘기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오래가려면 힘을 좀 빼고 즐겨야 한다더라. 그래서 뭐든 행복하게, 보람 있게 하자고 다짐 중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