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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오 캡틴, 마이 뉴 캡틴! 새로운 리더의 시대를 여는 ‘더 마블스’
김현수 2023-11-16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33번째 장편영화 <더 마블스>가 11월8일 개봉했다. 개봉 첫날 국내 관객수는 9만명을 간신히 넘겨 마블 영화로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캡틴 마블을 단독 주연으로 내세운 2018년작 <캡틴 마블>이 개봉 3일째에 100만명, 전체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했던 지난 흥행 기록은 재현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다. 캡틴 마블은 슈퍼히어로영화 장르의 위기, 나아가 극장 산업 전체의 위기 한복판에서 귀환했다. 과연 <더 마블스>는 어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반응으로 봤을 땐 MCU의 전반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21세기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MCU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것인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씨네21>에서는 차제에 MCU의 과거와 현재를 종합적인 시선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그에 앞서 <더 마블스>의 매력과 한계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려 한다. MCU의 현재로서 <더 마블스>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캡틴 마블이 돌아왔다. 마블 위기론이 대두하고 극장가 상황도 좋지 않은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맞은 귀환이다. 그럼에도 마블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캡틴 마블을 꼭 복귀시켜야 했을 것이다. MCU에는 타노스의 퇴장 이후 멀티버스라는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그에 맞설 새로운 히어로도 속속 등장했지만, 아이언맨 같은 강한 구심점이 되어줄 리더는 여전히 부재하다. 우주 생명체의 절반이 사라졌다 돌아온 ‘블립’ 현상 이후 기존의 어벤져스 멤버들이 제대로 된 활약을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캡틴 마블은 사실상 시리즈 전체를 새로운 국면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떠안게 됐다. 요컨대 그녀는 대중에게 멀티버스 혹은 그 이상의 세계와 새로운 위기를 설득해야 하는 동시에 떠난 관객을 극장으로 다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부여받은 셈이다.

뉴 노멀의 시대, 새로운 위기

<더 마블스>는 올해 먼저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와 함께 MCU 페이즈5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한편은 정복자 캉으로 대표되는(사실상 멀티버스 위기의 근원에 해당하는) 새로운 빌런을 등장시켰고, 다른 한편은 ‘가디언즈’ 멤버의 퇴장을 알렸다. 이른바 ‘멀티버스 사가’의 본격적인 시작이 될 <더 마블스>가 꺼내 든 새로운 카드는 뭘까. 페이즈4에서는 멀티버스의 위기(<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본격적으로 내세웠고, 기원전 5천년 전부터 존재한 데비안츠의 공격에 맞서 인간을 구해낸 이터널스 멤버들의 활약상(<이터널스>)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또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샹치는 텐 링즈의 힘을 빌려 끔찍한 이세계(異世界)의 문이 허물어지는 걸 막아냈다. 이 밖에 우주의 타임라인 질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로키, 지구 곳곳의 범죄나 정치와 싸우는 호크아이, 그리고 3대 캡틴 아메리카가 된 샘 윌슨 등의 활약상이 이어졌다. 페이스4의 여러 사건 사고와 <더 마블스>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두명의 슈퍼히어로다. <완다비전>에서 자기장 헥스에 의해 빛과 에너지를 감지할 능력을 얻은 모니카 램보 대위(테요나 패리스)와 증조할머니의 유품이자 새로운 디멘션의 열쇠와 다름없는 뱅글을 얻은 <미즈 마블>의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이 캡틴 마블의 새로운 동료가 된다.

딸들의 역습

캡틴 마블, 캐롤 댄버스는 여타의 MCU 슈퍼히어로 캐릭터와 비교해 멘털이 강하다.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지닌 군인으로 살아왔으나 전편 <캡틴 마블>에서 자세하게 소개됐듯 그녀는 크리족과 갈등을 겪으며 힘을 얻었다. 이후 캡틴 마블은 우주 곳곳을 누비며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행성과 종족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해결사 노릇을 자처했다. 하지만 크리족과 스크럴족 사이의 깊은 갈등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더 마블스>의 캡틴 마블에게 주어진 일종의 미션이자 장애물이며 닉 퓨리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스크럴족의 디아스포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실 <시크릿 인베이전>을 봐야 하지만 <더 마블스>에서 강조하는 건 크리족의 분노다. 캡틴 마블은 <캡틴 마블>에서 크리족을 지배하던 AI 슈프림 인텔리전스를 무찔렀고 그 여파로 크리족의 안락한 평화가 깨졌다. 게다가 크리족과 스크럴족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간다.

캡틴이 해결해야 할 ‘지구’의 문제도 있다.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떠난 이모를 기다리던 소녀는 어느새 자라 모니카 램보 대위가 되었다.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내지 않았음에도 램보 대위는 캐롤 댄버스 이모를 여전히 그리워한다. 카밀라 칸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유형의 MZ세대 슈퍼히어로이며 캡틴 마블의 엄청난 덕후다. 우리의 캡틴은 이렇듯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동료와 팀을 꾸려야 한다. 문제는 캡틴 마블이 지금껏 누구와도 팀플레이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캡틴 마블은 크리족의 리더 다르-벤이 얻은 퀀텀 밴드가 카말라 칸의 뱅글과 한쌍을 이루며, 그로 인해 시공이 뒤틀리는 균열이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제 캡틴 마블은 램보 대위와 카말라 칸의 도움이 없이는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세 사람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때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서로의 물리적 위치가 뒤바뀌기 때문에 여기에 적응할 필요성도 생겼다. 다시 말해 세 사람의 팀플레이야말로 <더 마블스>가 새롭게 제시하는 캡틴 마블의 미션인 셈이다.

<더 마블스>가 주목하는 건 절체절명의 위기론이 아니다. 건강한 멘털을 지닌 또 다른 슈퍼히어로 캐릭터의 등장과 이들의 팀플레이, 그리고 인피니티 스톤 이후 새롭게 등장한 미지의 힘의 근원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영화의 가장 큰 목적일 것이다. 이른바 마블의 딸들은, 미즈 마블의 ‘뱅글’과 어두운 야욕으로 불타는 ‘다르-벤’으로 대표되는 크리족 사이의 관계를 다함께 똘똘 뭉쳐 헤쳐나가야 한다.

더할 나위 없는 존재들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과 모니카 램보 대위, 카말라 칸 각자의 ‘놀라운 면모(marvel)’를 부각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MCU 안에는 독자적 활약상을 부여받지 못했을지라도 대중에게 강한 존재감을 어필한 여성 슈퍼히어로가 이미 많다. 블랙 팬서의 빈자리를 메워야 했던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슈리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스칼렛 위치 혹은 아메리카 차베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영화의 제목에 정관사까지 붙여가며 세 사람의 팀플레이에 힘을 실으려 했던 것만큼 <더 마블스>의 삼인삼색 전략은 과연 성공적일까.

안타깝지만 100% 만족할 수는 없다. 특히 카말라 칸/미즈 마블은 마블 스튜디오가 새롭게 구상 중인 미래를 대표할 캐릭터 중 하나라 예상할 수 있는데, 그에게선 대중을 휘어잡을 만한 활약상이 보이지 않는다. 캡틴 마블의 휴머니스트적인 면모를 부각시킬 의도로 배치한 알라드나 행성의 왕자 얀(박서준)의 등장도 그리 성공적이라 할 수 없다.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세 사람의 몸이 뒤바뀌면서 펼쳐지는 액션의 스펙터클함도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끌기에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더 마블스’가 앞으로의 ‘멀티버스 사가’를 주도하게 될 주역들임은 부정할 수 없다. 기존의 ‘인피니티 사가’ 세계관에 얽매인 채 캐릭터의 한계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많다. '더 마블스'만이 펼칠 수 있는 전략은 앞으로 얼마든지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뱅글과 관련한 힘의 근원, 멀티버스와는 또 다른 개념인 디멘션의 문제 등 아직 풀리지 않은 떡밥들이 페이즈5 이후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캡틴 마블>을 공동 연출한 애나 보든 감독은 마블 영화 최초의 여성 감독이었다. <완다비전>을 비롯해 <더 마블스>의 각본을 쓴 메건 맥도널 작가도 마블 스튜디오의 몇 안되는 여성 작가다. <더 마블스>의 니아 다코스타 감독은 슈퍼히어로 액션 장르 외에도 스릴러, 누아르 장르의 스타일까지 견지한 개성 있는 연출자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히어로들, 즉 트라우마에 짓눌리지 않고 위기 속에서도 활력을 잃지 않는 건강한 멘털의 슈퍼히어로를 만들어낸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에서 재미까지 끌어내는 것이 앞으로 마블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엑스맨 사가와의 크로스오버, 캡틴 마블의 손에 달렸다?

해외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더 마블스>의 니아 다코스타 감독은 마블 스튜디오와의 미팅 자리에서 <판타스틱4> <엑스맨> 프랜차이즈와 MCU의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했다고 한다. 마블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고, 2019년에 폭스 스튜디오의 영화 및 TV 판권 자산 인수 계약을 체결한 디즈니에게 이는 법적으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마블 스튜디오로서도 필히 고려 중인 옵션일 텐데 아이언맨으로 대표되는 기존 어벤져스의 존재감을 단박에 뛰어넘을 묘책이 있다면, 그건 바로 <엑스맨>과 <판타스틱 4> 멤버들이기 때문이다. <더 마블스>를 끝까지 본 관객이라면 이 사안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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