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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뉴비가 덕질을 시작하고, 캐해에 열중하고 - 2023년, 왜 애니메이션이 이토록 열광적인 관심을 불러모았을까
이자연 2024-01-05

<포켓몬 컨시어지>

2023년 영화시장의 승자는 단연 애니메이션이다. 지나치게 단호해 보이는 문장이지만 여러 근거가 있다. 먼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3년 1월1일부터 12월27일까지 해외영화 박스오피스 1·2·3위 모두 애니메이션이 차지했다. 1위 <엘리멘탈>(누적관객수 724만명), 2위 <스즈메의 문단속>(557만명), 3위 <더 퍼스트 슬램덩크>(479만명)가 이에 해당한다. 북미 열풍을 일으킨 주역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240만명으로 8위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201만명으로 9위를 차지했으니 톱10의 절반이 애니메이션이다. <존 윅4> <오펜하이머> <아바타: 물의 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등 2023년 국내 개봉한 박스오피스 10위권 안팎의 해외 실사영화를 생각하면 쟁쟁한 경쟁 속에 애니메이션이 우뚝 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장의 작품 상영 빈도를 나타내는 상영점유율이나 직접적 소비를 판단할 수 있는 좌석점유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표1·표2 참조). 여기서 <씨네21>은 질문을 건네보기로 했다. 극장의 침체기가 장기화된 와중에 관객들은 왜 애니메이션을 선택했을까. 볼거리, 즐길 거리, 경험할 거리가 다양해진 지금, 애니메이션이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 풍경이 2023년만의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은 두터운 마니아층의 충성도 높은 사랑을 받아온 장르다. 하지만 전반적인 영화시장의 약세에도 유독 굳건해 보이는 까닭을 찾아보고자 한다. 최근 2~3년간 시나브로 차곡차곡 쌓여서 2023년에 두드러진 이 태동을 문화현상적으로 분석했다.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접근성이 높아지다

<엘리멘탈>

열풍이고 강세다. 유행이고 트렌드다. 애니메이션이 콘텐츠 시장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이행한 2023년,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열풍을 주목했다. 하지만 동시에 의문도 따른다. 모든 연령대 관객을 아우를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게 애니메이션의 본래 특성이자 장점인데, 왜 이 선택을 특별하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언뜻 당연해 보이는 목표 수행 앞에서 이 지표와 양상을 정리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그 이전과 다르게 나타나는 변화 때문이다. 2023년을 시간순으로 돌아보자. 1월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상영 초반까지만 해도 원작 만화 <슬램덩크>의 향수를 가진 독자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30여년 전 <슬램덩크>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건강한 스포츠 정신을 경험한 이들이 스크린으로 확장된 세계를 궁금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4주차까지만 해도 3040세대가 흥행을 주도했지만 5주차부터 1020세대의 진입이 빠르게 증가했다. 일종의 역주행이다. SNS를 통한 관람 인증과 자체 홍보에 강한 세대적 힘을 빌리면서 영화는 동심원을 크고 넓게 펼쳐갔다. 원작 만화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을 가졌거나 이전까지 제목만 얼핏 들어봤던 일명 ‘뉴비’(신입)들이 그 세계관으로 기꺼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의 유입이 필연적인 것을 생각하면 1년간의 전례 없는 장기 상영의 바탕엔 결국 팬덤의 세대 전환과 주요 소비 방식에 변화가 있었단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흥행은 <슬램덩크> 원작 만화와 TVA 시리즈로 관심을 돌리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2023년 1월10일부터 2월10일까지 한달 동안 원작 만화 판매율이 2299% 증가했고, 왓챠의 TVA 시리즈는 2022년 4분기 대비 2023년 1분기 동안 시청시간은 11배, 시청유저는 8배 증가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3월에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 또한 10대의 힘을 받았다. 국내에도 팬덤이 큰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이라 이견 없는 흥행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 전진 방식이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아름답고 생동감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전면으로 이야기하던 것과 달리 <스즈메의 문단속>은 숏폼 플랫폼 틱톡과 흥행의 궤를 함께했다. 열려 있는 모든 문을 닫아버리는 유쾌한 챌린지는 숏폼 참여율이 높은 10대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갔고,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원작 안에서 작품을 디테일하게 파고들며 메시지를 분해하던 이전과 달리 애니메이션을 가벼운 게임으로 전환해내는 문화 태도는 실제 재난을 소재 삼은 무거운 영화 분위기에도 어린 연령층이 쉽게 관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즉 콘텐츠 가변성을 예리하게 찾아내고 2차 문화로 파생시키는 세대적 근육에 힘을 얻은 셈이다.

6월에 개봉한 <엘리멘탈>의 흥행은 한국에서 더 재미있는 해석을 낳는다. 세계 시장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두는 동안 국내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흥행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만든 기적. 역주행의 아이콘. 다양한 별명이 <엘리멘탈>을 설명하지만 과연 그것 때문만일까. 영화의 주요 소비층인 20대의 스테디한 관심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에서는 불의 종족 앰버와 물의 종족 웨이드를 두고 MBTI를 유행처럼 추측했다. 앰버와 웨이드 중 어디에 더 가까운지 이야기하는 상황도 적잖게 목격됐다. MBTI 과몰입 시대에 ‘캐해’(캐릭터 해석)당하기를 좋아하는 Z세대들은 MBTI의 바다에서 콘텐츠를 활용하며 세계관을 확장했고, 각자의 경험과 사례를 덧붙여 설득력 높은 주장을 부지런히 완성했다. 오로지 MBTI 과몰입만이 <엘리멘탈>의 흥행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안에는 더 세세하고 복잡한 알고리즘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개입시킬 가능성과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는 것은 그것을 재빠르게 낚아채는 20대 관객에게 보다 유효하다.

이전보다 가깝게, OTA가 만든 변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200만명을 달성하고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이 같은 날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을 꺾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동안 극장 밖에서도 애니메이션 붐은 이어졌다. 특히 <최애의 아이>는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진격의 거인> <주술회전> <귀멸의 칼날> 등 이미 거대 규모의 팬덤이 형성돼 있는 초대형 작품이 아닌, 처음으로 한국 시청자에게 얼굴을 알린 작품이 왓챠 2023년 TV애니메이션 전체 인기 순위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3·4·5위에 차례로 등극한 <주술회전> <진격의 거인> <스파이 패밀리>가 신규 시즌으로 대중의 자동적인 선택을 받았다면, <최애의 아이>는 첫만남에 강렬한 호응을 얻은 것과 같다. 문성욱 왓챠 편성운영팀장은 “최근 1~2년 사이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시청수가 늘었”다며 “애니메이션 수요층의 증가로 새로운 작품에 대한 낯섦이 덜해졌”다고 전했다. 애니메이션과 시청자 사이의 거리감 변화는 2023년 애니메이션 부흥의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OTT가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넘어 극장용 애니메이션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애니메이션 산업 지형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을 TVA(Television Animation), 비디오 애니메이션을 OVA(Original Video Animation)라 일컬었다. 각 용어는 텔레비전과 비디오 등 플랫폼 형태로 특정되었지만 OTT에서 재생되는 애니메이션을 가리키는 단어는 따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씨네21>은 OTT로 유통되는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반영한 언어를 제안하기 위해 ‘OTA’(OTT Based Animation)라고 칭하고자 한다. OTA는 유아용이나 가족용이 아닌, 성인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애니메이션을 가리키며 OTT 플랫폼으로 접근 가능한 유통구조까지 반영한다. 다시 돌아와 OTA를 통해 애니메이션에 진입하게 된 시청자는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에 자연스레 노출된다. 어떤 디바이스에서건 장소와 상관없이 재생할 수 있다는 OTT의 일상성과 편의성을 생각하면 그만큼 애니메이션의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수요 증가를 확인한 왓챠는 더 넓고 낮은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스킵과 로퍼> <쿨하고 바보 같은 남자> 등 로맨스물과 <야무진 고양이는 오늘도 우울> 등 잔잔한 일상물을 확대 편성했다.

<그 여름>

애니메이션이 경계를 넘어서는 장면을 대중이 직접 확인하는 것도 OTA의 특성이다. 한국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톱10에 실사 시리즈와 겨눠 이름을 올리는 애니메이션도 생겨났다. <주술회전> 2기는 7주 연속, <스파이 패밀리> 2기는 3주 연속, <최애의 아이>는 2주 연속 상위에 랭크됐다. 이러한 풍경을 목격하게 된 사람들은 은연중 애니메이션이 영화·드라마와 동등한 선택권, 동등한 권위를 지녔다는 것을 시나브로 수용하게 된다. 이제는 애니메이션을 ‘하위 분류화’하지 않는 대중적 인식으로까지 가닿을 수 있던 배경이라 볼 수 있다.

OTT의 보편화가 가속화된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오타쿠’라는 용어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았다.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썸트렌드 조사 결과, 코로나19 발발 직전 해인 2019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등장한 오타쿠 관련 용어는 ‘사회성’ ‘샤워’ ‘과몰입’ ‘말투’ ‘소리’ ‘게임’ ‘일본어’ 등으로 나타난다. 그중 ‘과몰입’이 13만929회로 1위를 차지했다. 오타쿠에 관한 특정 이미지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단어를 종합해봤을 때 부정적 뉘앙스를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2023년 1월1일부터 12월27일까지 조사한 결과, 오타쿠와 관련한 단어로 ‘친구’ ‘카페’ ‘슬램덩크’ ‘갓생’ ‘갓반인’ ‘행사’ ‘이벤트’ ‘문화’ ‘취향’ 등이 등장한다. 이중 ‘친구’가 15만3331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으며, ‘갓반인’은 6만5422회로 10위 안에 든다. 종합하면 이렇다. 시간을 쪼개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들이는 사람. 남들보다 부지런하게 문화를 즐기는 사람. 작품 밖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체화하고 경험하는 사람. 오타쿠에 대한 이미지가 건강하고 친근하고 가깝게 변한 것은 그만큼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절대다수가 상대적으로 더 존중받기 쉬운 세상의 흐름을 생각하더라도 그렇다. 언급량도 절대적으로 늘었다. 올 한해 오타쿠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총 427.4만회다. 125.8만회에 달하는 2019년에서 3배가량 증가했다.(썸트렌드) 사람들은 이제 자신을 장난스럽고 가볍게 오타쿠라 칭한다. 그것이 자신을 해하지 않는 것이라 알기 때문이다. 각광받는 OTA 작품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OTA를 즐기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중은 애니메이션과 가까워진다. 미묘한 거리를 만들었던 선이 조용히 지워지고 있다.

1020 남성에서 2030 여성으로

애니메이션 시장에 두드러지는 또 다른 변화는 바로 성별 분포, 연령 분포의 이동이다. 오랫동안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함께해온 영화 수입사 미디어캐슬의 강상욱 대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인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는 1020 남성 관객층이 주를 이루었던 데 반해 <스즈메의 문단속>은 여성 관객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왓챠 또한 자사의 영화평 기록 및 영화 추천 앱인 왓챠피디아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향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을 읽었다. 문성욱 왓챠 편성운영팀장은 “이전에는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대체로 남성향 애니메이션이나 소년성장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왓챠피디아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읽고 여성을 타깃으로 한 작품들을 편성하거나 관련 작품을 추천해 유입을 연결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 해외영화 박스오피스 1·2·3위를 차지한 <엘리멘탈>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모두 여성 관객의 비중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CGV·메가박스 기준, 여성 관객의 비율은 다음과 같다. <엘리멘탈>은 68%와 65.9%, <스즈메의 문단속은> 56%와 56.3%,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64%와 58.8%. 연령대에서도 공통적으로 20~30대 관람 비중이 높았다. 2030 여성이 극장 전반의 주요 소비층으로 두드러지는 만큼, 이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대중적 범주에 들어서는 것을 넘어 시장 내의 실질적인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정현 CGV 콘텐츠편성부장은 20대 여성 관객의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으로 자발성을 꼽았다. “여성 관객은 체험형 상영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와 관련된 인증과 후기로 반응한다”며 문화적 촉매제로서 여성 관객이 어떤 긍정적 기능을 이행하는지 설명했다. 마케팅적 관점에서 20대 여성 관객을 공략할 때 성공적인 작품 흥행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유독 여성 관객 팬덤이 부각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N차 관람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5%가량의 평균 N차 비율보다 4배가량 높은 수치다(CGV 기준). 2023년 더현대서울 팝업 매출 순위에서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9억8천만원의 수익을 달성하며 3위를 차지했다. 1위 아이돌 제로베이스원(13억5천만원), 2위 빵빵이(12억8천만원)가 비 영화 콘텐츠라는 걸 감안하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영화 콘텐츠로서 독보적인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비아파트 극장판>

오타쿠적 문화 소비에 기반을 둔 여성 관객들이 팬덤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하는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팬덤 활동도 기술적으로 발전한다. 좋아하는 배우에게 편지를 보내던 세대는 일대 다수로 메시지를 교환하는 세대로 바뀌었고, 좋아하는 아이돌 얼굴로 펜 띠를 둘둘 말던 기술은 오늘의 포토카드(포카) 문화로 발전했다. 하지만 팬덤 활동의 본질은 변치 않는다. 좋아하는 것을 선정하면(덕통사고) 그것에 몰입하고(과몰입), 그들이 내 옆에 있는 듯한 물성들을 직접 만들어나가는(2차 창작물) 덕질의 문화적 유전자는 세대를 거쳐 고유하게 보존돼왔다. 이렇게 극장 밖에서, 콘서트장 밖에서, 무대 밖에서 은연중에 비슷한 경험을 전수하고 전수받은 여성들은 일종의 덕질 패턴을 체화하게 된다. 누가 정한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2030 여성 팬덤이 비슷한 수준의 적극성과 자발성을 띠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트랜스 미디어적 변화도 있다. 애니메이션의 허들이 낮아지면서 각 분야에서 모여든 팬덤이 다양한 방식으로 융화되며 계속해 즐길 거리(일명 떡밥)를 생산하는 것이다. 아이돌을 좋아하던 이가 애니메이션 장르에 들어와 기존 방식대로 생일 카페를 열고, 게임을 하던 것처럼 애니메이션을 분석하면서 팬들은 자연스레 장르에 정착할 이유를 갖게 된다.

단순히 극장가를 점유해온 모집단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됐기 때문에 그 파이가 커진 게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활용할 줄 아는 문화적 기술을 지닌 여성들의 저변이 확대되었기에 극장가에도 애니메이션 열풍이 불어올 수 있었다. 변화의 물결은 (극장, 혹은 영화산업) 바깥으로부터 시작된다. 극장의 위상 변화라는 필연적인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멀리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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