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4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인디그라운드에서 ‘한국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소통 간담회’가 열렸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주도 아래 이어진 간담회는 홀드백 법제화 폐지, 스크린상한제, 최소상영일수, 펀드 확대 등 현재 영화계를 둘러싼 다양한 현안에 의견을 청취하고, 2026년 영화분야 제1차 추가경정예산을 홍보하기 위해 이뤄졌다. 간담회에는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 김승범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대표,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양우석 감독, 이동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 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회장 등 총 8인이 참석했다. 이날 최휘영 장관의 모두 발언이 10여분간 이뤄진 뒤 본격적인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지난 4월9일 봉준호·정지영·양우석·윤가은·임순례 감독, 이동하 대표, 이은 회장 등 45명의 정책 제안자가 이름을 올린 ‘2026년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와 대책’ 정책 제안 기자회견 이후 신속하게 마련된 자리였다. 이은 회장에 따르면 “간담회는 1시간여 진행되어 정확한 의제를 나눈 건 아니다. 다만 정부가 영화산업의 문제를 얼마만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공유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으로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홀드백 등을 포함한 주요 쟁점을 해결해나가고자 포문을 연 것이다.
제1차 추가경정예산, 반가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주요하게 언급된 것은 단연 2026년 제1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영화 분야에 확대·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최휘영 장관은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의 침체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국가적으로 중요 사업인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추가경정예산을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비공개 간담회가 종료된 이후에는 실무처와 참여 영화인이 회의실별로 나뉘어 추가 논의를 이어갔다. 지난 4월7일 배급사연대 성명이 발표되고 4월9일 영화계 정책 제안 기자회견이 있은 후 일주일도 안돼 영화인이 의견을 직접 전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니 상당히 빠른 속도다. 이에 백재호 이사장은 “빠른 진행 속도가 영화산업을 향한 정부 부처의 관심으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실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거나 뭉뚱그려진 정책이 많았는데, 이번 TF는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을 더 심도 깊게 제안하거나, 날카로운 질문을 건네면서 영화 제작과 산업에 대한 체감온도가 높은 것으로 보였다.”(백재호)
올해 영화 분야 본예산은 127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4%가 늘어났고, 이번 추경에서는 656억원이 편성됐다. 중예산영화 제작 지원(260억원 증액),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45억원 증액), 한국영화 첨단제작 집중 지원(80억원 신규), 국민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271억원 신규) 등 영화 분야 지원 예산이 포함됐다. 계속해 제작 지원금이 줄어들어 난항이던 영화산업과 영화인에겐 단비같이 반가운 소식이다. 양우석 감독은 “한때 영화시장에서 이런 농담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스크린쿼터도 못 채울 거라고. 심할 때는 한해에 영화 10편도 못 나올 거라는 이야기가 자조처럼 흘러나왔다”고 멀지 않은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사실상 거의 모든 투자가 멈춰 있었는데 추가경정예산이 나오면서 40개가량의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 그대로 정부를 발판 삼아 만들어지는 영화다. 정부 보조가 있기 때문에 간신히 완성되는 것이다”라고 긍정적 영향을 밝혔다.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양우석 감독은 “추가경정예산이 너무나 감사한 일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일시적인 진통제 투여가 아니라 근원적인 구조를 바꿔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정책은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고, 보편적이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예산 증액은 지속 가능하지도 예측 가능하지도 않다. 지금 이 시기에 마침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이들에게 한정된다는 점에서 보편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새 세대의 영화인에게도 이 수혜가 넓어질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양우석) 백재호 이사장 또한 다양한 장르의 소생을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제작 지원이 늘어나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런 지원은 보통 극영화 위주로 구성되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영화처럼 인력과 인건비가 전부인 작품도 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당장의 추경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 함께 이야기하면서 정책적 보완을 세공해나가고 싶다.”(백재호)
할인 티켓과 스크린상한제, 홀드백까지 남은 과업들
추가경정예산 내역 중 영화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사안은 국민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 파트다. 1매당 6천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할인권을 총 450만장 배포할 예정이다. 최휘영 장관 또한 이를 두고 “국민들이 경기가 위축되면 문화소비를 가장 먼저 줄이기 때문에 문화산업은 내수 침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5년 여름 시장에서 정부 지원 티켓 할인 쿠폰은 영화관으로 관객을 유입시키는 데 톡톡히 효과를 보았다. 이에 이화배 대표는 할인권 배포가 지닌 빈틈을 명확하게 짚어냈다. “나처럼 투자배급 영역에 있는 사람에겐 제작 지원보다 할인권 사업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난해와 비슷하게 450만장 배포 예산이 잡혀 있는데, 사실 여름 시장 기준으로 450만장은 2주도 안돼 소진될 분량이다. 해당 바우처가 5월과 7월 두달에 걸쳐 발행된다면, 이 지원사업의 순풍을 탈 수 있는 것도 그때 개봉을 앞둔 작품으로 좁게 한정된다. 그렇다고 갑자기 개봉 시기를 5월과 7월로 당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취지는 너무 좋지만 오직 극장과 소수의 작품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 향후 사업 설계를 할 때에는 보다 산업을 넓게 포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델 개발을 보완하면 좋겠다.”
이외에도 객단가 문제나 할인권, 유통 문제 등 정리가 필요한 쟁점들이 많이 남았다. “최휘영 장관은 불공정한 관행이 발견될 경우 즉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불법으로 돈 버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발언한 걸 다시 언급하면서 불공정 시장을 개편하고 정부 지원의 질적 의미를 되찾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백재호)
특히 홀드백 법제화는 앞으로도 시간과 공을 들여 논의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양우석 감독은 더 현실적인 시야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OTT가 지닌 압도적 파워에 버블이라도 막아볼 셈으로 제안된 것 같다. 하지만 그조차 시급한 사람들은 항의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홀드백 법제화는 오직 극장과 넷플릭스, 양극단만을 두고 봤기에 나온 일에 가깝다. <HBO>가 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단건 결제화하여 제작비 문제를 해결했던 것처럼 그사이에 더 유연한 방안을 넓게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영화인에게 긍정적인 흐름을 읽는 측도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다른 부처와 담당자들을 설득하기에 애썼고 이제 대통령님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이다. 배급사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게 아니다.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지만 법제화가 반드시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의 관심이 커지면서 홀드백에 대한 대중적 이해도가 높아진 것은 체감한다. 이전에는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홀드백을 각기 다르게 이해했는데 이젠 어딜 가든 이 정책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다. 선례로 프랑스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이들은 영화를 국가 사업의 일환으로 받아들여 4개월씩 상영하기도 한다. 2~3주면 내려가는 한국 배급 상황과 맞지 않다. 보다 우리 현실에 맞게 제도를 다질 필요가 있다.”(이화배) 이번 한국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간담회와 추가경정예산 모두 출발선에 섰다. 정부 부처가 대화의 문을 연 만큼 영화 현장의 현실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실효성을 앞으로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