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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코드로 풀어보는 <원더풀 데이즈>의 성공 가능성 [2]
김현정 2003-07-25

4 | 국내외 공격 마케팅

<원더풀 데이즈>는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해도, 126억원이라는 숫자는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를 넘어 ‘애니메이션 산업’의 희망이라는 무거운 짐을 <원더풀 데이즈>에 안겨줬다. 7월14일 현재 <원더풀 데이즈>의 상영관은 서울 45개, 지방 102개.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으로는 전무한 배급 규모다. 하지만 최근 15년 동안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돌아온 홍길동 95>와 <블루 시걸> 정도. 96년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은 관객 동원에는 성공했으나, 회관 및 변두리 극장 상영 위주였던 당시 배급 시스템에서 수익을 남기진 못했다. 창작애니메이션의 시장이 협소하고, 성공모델이 드문 국내 환경에서, <원더풀 데이즈>의 시도가 무모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애초부터 제작진의 목표는 해외 세일즈를 통한 제작비 회수. 이미 99년 10월 MIFED에서 대만의 CMC와 30만달러에 판권 계약을 맺었고, 올해 프랑스 파테와 50만달러, 스페인의 망가와 17만5천달러, 중국 광저우의 방송사 <포샨>과 10만달러에 미니멈 개런티 계약을 맺었다고. 모두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하며, 추가수익이 발생하면 배분하는 조건이라는 게 황경선 PD의 말이다. 승부의 관건이 될 미국, 일본과의 계약은 아직 협의 중. 최상의 경우 미국과는 영어 시나리오 수정 및 더빙 비용을 포함해 500만달러선, 일본과는 200만달러선의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500만∼600만달러, 국내에서는 전국 관객 수 100만명을 동원하고 마케팅비 20억원을 회수하는 게 제작진의 야심찬 바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외한 일본 애니메이션도 쉽게 달성하지 못했던 성적이지만, 꿈대로라면 제작비를 충당하고 수익을 올리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국내 작품으로는 드물게 40cm 구체관절 액션 피규어와 종이 피규어, 영상소설과 메이킹북, 모바일 게임, 의류까지 다양한 부대상품과 함께 적극적인 멀티 마케팅 공세를 펴는 것도 그 때문. 꿈이 어느 정도 현실이 될지는, 해외에서 개봉한다는 내년까지 일단 지켜봐야 알 일이다.

5 | 말로 못한 정서와 이미지를 음악으로 전하다

<원더풀 데이즈>의 이미지가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면, 원일의 음악은 귀를 통해 마음을 사로잡는 세이렌이다. 마르의 폐선, 허름한 수하의 방 레코드 플레이어에서 흐르는 어쿠스틱 기타와 쓸쓸하면서도 온기어린 음색처럼, 황폐하고 음울한 미래의 공기를 푸근하게 감싸곤 하는 음악. “시적인 영화를 찍고 싶었기 때문에 이미지 위주고, 음악이 영화의 영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김문생 감독은, 원일의 솔로 음반 <아수라>를 듣고 바로 자신이 찾던 음악이라 느꼈다. “한곡에 기쁨과 슬픔, 과거와 미래가 다 담긴, 에스닉하면서도 컨템포러리한 음악. 말잔치지 이게 어디 설명인가. 그런데 원일씨는 알아들었다.” 평소 민속적인 음악과 현대적인 사운드의 결합에 관심이 많았던 원일은 감독의 말에 쉽게 의기투합했고, <꽃잎> <아름다운 시절>과는 또 다른 <원더풀 데이즈>의 음악을 5년 넘도록 고심해왔다. 감독과 함께 로저 워터스, 브라이언 이노 등 잘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을 이어붙여보기도 하고, “에코반은 진주조개에서 나올 것 같은 약간 금속성인 소리, 외부의 마르는 나무 느낌의 소리”라는 주문을 기초로 수십곡을 작곡하기도. 현악과 테크노 비트가 어우러진 추격전, 클라이맥스에 흐르는 오페라 아리아 등 체코까지 날아가서 녹음한 사운드트랙은 말로 다 드러내지 못한 캐릭터들의 정서와 낯선 이미지에 대한 감성적인 거리를 좁혀주는 공신이라 할 만하다.

6 | 어색하고 밋밋한 캐릭터 표정

<원더풀 데이즈>를 보고 나온 한 관객은 “어떻게 같은 영화인데 얼굴이 장면마다 다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나의 캐릭터라도 옆모습과 정면이 다르고, 움직임도 어색한 탓이었다. 김문생 감독은 이런 약점을 “찌그러진다”고 표현했다. 10대부터 프랑스 만화 <헤비메탈>, 일러스트 스타일이 강한 뫼비우스의 그림을 좋아해서 사실적인 캐릭터를 시도했는데, 문제는 애니메이팅이 까다롭다는 것이었다. 제이와 수하, 시몬은 다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보다 선을 훨씬 많이 그어야 하는, 다시 말해 실제 인물과 가깝고 복잡한 외양을 지닌 캐릭터이고, 선이 1mm만 흐트러져도 그 차이가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애니메이션은 뛰는 장면보다 걷는 장면 연출이 훨씬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깨의 움직임과 떼놓는 발걸음 하나에도 그때그때의 감정과 상황이 실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관객은 그런 어려움을 고려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기 어렵기 때문에 어색할 거라는 단점을 파악했다면, 피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어야 할 것이다. 감정을 풍부하게 묘사할 수 있기 때문에 3D가 아닌, 2D 캐릭터를 선택한 의도 역시 충분하게 살아나지 못했다. 웃는 장면은 시나리오상에 거의 없지만, 감정이 파도처럼 치고 일어나야 할 장면에서도 중요한 캐릭터 셋은 무표정으로 일관하거나 멀찌감치 서 있는 전신만을 드러낸다. “부족하다면, 관객이 눈치채기 전에 숨기고 지나가자”고 판단했다는 것이 김문생 감독의 설명. 그는 “다음엔 좀더 단순한 캐릭터를 그려야겠다”고 말했다.

7 | 불모지 개척, SF와 10대 이상의 관객

영화예매 사이트 맥스무비는 <원더풀 데이즈> 예매관객이 18∼21살 사이에 집중돼있다고 분석했다. <아마겟돈> <블루 시걸>이라는 오래된, 그리고 각각 흥행과 완성도 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참 오래간만이다. 여기엔 10대를 대상으로 한 CF를 주로 연출했던 김문생 감독의 전력과 함께, 이제서야 한국에서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SF장르의 영향력이 함께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원더풀 데이즈>가 <아키라> <공각기동대> <카우보이 비밥> 등을 참고했다고 지적하는데, 이들은 상당히 많은 한국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재패니메이션이다. 감독 자신은 프랑스 만화 <헤비메탈>을 이미지의 원재료로 삼고 싶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원더풀 데이즈>는 암울한 미래와 비극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는 러브 스토리, 젊은 세대의 감각을 자극하는 이미지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을 먹고 자란 세대의 공유재산인 것이다. <원더풀 데이즈>가 예매보다 현매가 활발하다는 사실 역시 이런 견해를 사실로 입증한다. 신용카드가 없는 십대 관객은 인터넷 예매보단 현매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보다 먼저 기반을 잡아야 할 SF소설과 만화가 부실한 한국에서, <원더풀 데이즈>는 오염된 지구와 그 정화라는 지나치게 방대한 소재를 택했고, 그 규모에 비해 너무나도 사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원더풀 데이즈>는 채 자라기도 전에 세상에 나온 미숙아일까? 관객의 판단은 아직 더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김현정 parady@hani.co.kr, 황혜림 blauex@hanmail.net · 편집 심은하 eunhasoo@hani.co.kr

7개 코드로 풀어보는 <원더풀 데이즈>의 성공 가능성 [1]

7개 코드로 풀어보는 <원더풀 데이즈>의 성공 가능성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