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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섯개의 시선>의 박찬욱 감독
2003-11-10

“외국인에 무관심·홀대 모든 한국인이 주인공”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찬드라의 경우>는 92년 36살의 나이로 한국에 왔던 네팔 여인 찬드라 꾸마리 구릉의 실제 사건을 다룬 실화다. 단기비자로 한국에 와 섬유회사에서 일하던 찬드라는 어느날 분식집에서 식사를 한 뒤 지갑을 두고 온 사실을 알게 되지만 한국 말을 잘 못한다. 그러나 찬드라가 한국인처럼 생긴 탓에 다른 사람들은 그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식당 주인은 찬드라를 경찰에 넘기고, 경찰은 ‘심신미약자’로 분류해 정신병원에 넘긴다. 정신병원에선 ‘정신분열증’ 환자로 분류해 그를 가둔다. 공장에서 행방불명 신고를 했지만 끈이 닿지 않은 채 찬드라는 낯선 땅, 말도 안 통하는 정신병원에 수년동안 감금된다.

-영화의 형식이 무척 신선하다. 대부분이 찬드라의 시점 숏이면서, 카메라가 찬드라의 시점을 떠나면 찬드라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다큐멘타리가 되는데 그 연결도 자연스럽다.

=90% 가까이를 시점숏으로 찍는 게 영화적으로 흥미로웠다. 이 소재에 맞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네팔인 여성을 연기시킨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영화에서 미학이라는 게 그렇게 시작하는 것 아닐까.

-경찰, 정신병원 직원은 물론 공항 여권국 직원까지 이들의 무성의로 인해 찬드라가 이유없이 수년간 감금된 것인데도 영화는 이들을 특별히 나쁜 사람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들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무능과 무관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고 악의를 가진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포인트였다. 찬드라를 둘러싼 한국인들, 흔히 보는 한국인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그래서 처음 제목이 ‘얼굴들’ 이었다. 촬영 때 연기자들이 사건 개요를 듣고 악당처럼 연기하려고 하더라. 말리느라고 힘들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또 찬드라 사건을 다루게 된 계기는.

=원래 장편과 단편을 번갈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있는 쪽이고. 프로젝트 제안이 왔을 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제안을 받고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서 자료를 찾았다. 사람 손목이 짤리는 등 찬드라 사건보다 더 처절하고 비극적인 것들도 많았다. 찬드라 사건은 그런 성격은 덜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연루돼 있고 대한민국 사람들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봤다. 또 아이러니컬한 면이 있었다.

-촬영 도중 네팔 가서 찬드라를 실제로 만났을 때 어땠는가.

=원한 같은 게 전혀 없는 게 놀라웠다. 찬드라는 사건의 진상이 알려진 뒤에 소송을 대행해주고, 모금 전달해준 한국인들이 많았다며 그들에게 고마와했다. 찬드라의 친척 중에 한국에서 돈벌어온 사람도 있는데, 그들은 한국에 좋은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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