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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 당신이 간직할 단 하나의 기억은?
조성효 2004-09-10

<키스 오브 라이프> Kiss of Life

2003년

감독 에밀리 영

상영시간 83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영

자막 없음

출시사 아티피컬 아이(영국)

<원더풀 라이프> ワンダフルライフ

1998년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상영시간 118분

화면포맷 1.66:1 비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일본어

자막 영어

출시사 뉴요커 비디오(미국)

죽음을 맞이하는 찰나 사람은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그중 무엇을 기억하며 저 세상으로 갈 것인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두 아이를 키우는 헬렌은 타국의 분쟁지역에 가 있는 남편 존에게 전화를 건다. 모든 게 엉망이라는 그녀의 짜증에 전화를 끊어버리지만 존은 결국 런던으로 향한다. 그런데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부터 존은 아내와의 교감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귀갓길은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연옥의 길이 되고 만다(헬렌은 존이 출발하는 바로 그 시각 사고로 죽었던 것이다). 죽어서도 가족이 걱정된 헬렌은 집으로 돌아와 수도꼭지를 잠그고 여전히 가족을 돌본다. 존은 기차에서 아내와 키스하는 꿈을 꾼다. 그러나 헬렌은 밖에서 비를 맞으며 집 안을 응시한다.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받은 <키스 오브 라이프>는 피터 뮬란이 출연한 영국의 신인감독 에밀리 영의 장편 데뷔작이다.

올해 칸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아무도 모른다>의 고레에다 감독은 한 가지 기억만을 저승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소재로 6년 전 다큐방식의 영화를 만들었다. 치매에 걸린 친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영화를 기획한 감독은 다큐 전문 촬영감독을 기용하고 비전문 배우들의 실제 인터뷰를 담아 <원더풀 라이프>를 완성한다. <원더풀 라이프>에선 가져갈 기억 한 가지를 떠올리지 못한다면 저 세상으로 갈 수 없다. 수십년간 기억을 선택하지 못하던 상담원 모치주키는 옛 약혼녀가 자신과의 추억을 선택하였음을 알고 난 뒤에야 비로소 연옥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고레에다 감독에 따르자면 <키스 오브 라이프>의 헬렌은 저 세상으로 갈 수 없다. 남편이 그녀와의 키스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진 말이다. 저 세상에 편히 가기 위해서라도 이 세상에서 진한 사랑의 추억 하나쯤은 만들어야 한다고 두 감독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극장개봉을 하였음에도 <원더풀 라이프> DVD는 아직 국내에서는 출시되지 않았다. 고레에다 감독의 데뷔작 <환상의 빛>을 출시했던 뉴요커 비디오의 코드1 DVD는 겨우 합격점을 받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키스 오브 라이프>는 동유럽의 다큐적인 정취가 난다 했더니 감독은 키에슬로프스키의 모교인 폴란드 우츠 출신이다. DVD에는 우츠에서 만든 단편 다큐인 <바벨탑>뿐 아니라 칸에서 시네파운데이션상을 수상한 단편 <중고품>도 수록되었다. 영국의 DVD 출시사 아티피컬 아이로서는 드물게도 감독과 제작스탭의 코멘터리까지 수록하여 만족감을 더하였다. 조성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