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아역배우들의 놀라운 열연, <히노키오>

사토루(혼고 가나타)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휠체어 신세가 된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 엄마에게 소홀히 한 아빠 탓이라고 여긴 사토루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입을 닫는다. 그리고 원격조종 로봇 ‘H-603’으로만 세상과 소통하려든다. 이런 사토루에게 유일한 희소식은 원격조종 로봇의 대리등교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돼, 그가 첫 수혜자로 선정됐다는 것. 그리하여 사토루는 로봇 ‘H-603’을 자신을 대신해 학교에 보낸다. 반 친구들은 노송(히노키)나무로 만들어진 H-603에게 ‘히노키오’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히노키오는 전학오자마자 학교의 스타가 되지만 타인에게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다. 히노키오는 오직 자신을 원격 조종하는 사토루에 의해서만 감정을 가질 수 있는데, 사토루가 세상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히노키오의 무관심에 화가 난 골목대장 준(다베 미카코)과 조이치, 겐타는 그를 괴롭힐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히노키오가 그들을 괴롭히는 상급생을 가볍게 물리쳐주자 그와 친구가 되기로 한다. 그들은 함께 슈퍼에서 물건을 훔치고, 낚시를 하고, 비를 맞으며 서로의 존재 의미를 확인한다.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사이, 사토루에게는 작은 욕심이 생긴다. 히노키오가 느끼는 것을 자신도 느끼고 싶어진 것이다. 결국 그는 히노키오에게 로봇이 받는 자극을 조종자도 느낄 수 있게 하는 ‘감각 피드백 시스템’을 추가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세상에 한치도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 같던 소년이 아리따운 이성 친구를 보고 마음이 콩닥이는 것과 오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 체온의 따뜻함을 깨닫는 과정을 과장없이 그려냈다는 데 있다. 사실 <히노키오>는 로봇의 활약상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바이센테니얼 맨>이나 <A.I.>는 인간이 되고 싶은 혹은 인간을 사랑하게 된 로봇의 애틋한 마음을 그려 반향을 일으켰지만, <히노키오>는 로봇한테 인간의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저 현대인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게 해주는 요소로만 사용한다. 준과 히노키오가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는 중반 이후부터 히노키오의 모습에 사토루가 오버랩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물론 이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놀라운 열연을 보여준 아역배우들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준을 연기한 다베 미카코는 이 작품으로 도쿄 주재 7개 신문의 영화담당기자로 구성된 도쿄영화기자회가 선정하는 ‘블루리본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죽어가는 사토루를 살리기 위해 준이 무모하게 목숨을 거는 후반부는 너무 억지스럽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