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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타 이사오, 박광현 한일감독대담
김도훈 2006-05-29

지난 5월26일 오전 11시 용산 CGV VIP 라운지에서 SICAF(서울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주최한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과 박광현 감독의 대담이 열렸다. 이번 대담에서는 두 감독의 대표작 <반딧불의 묘>와 <웰컴 투 동막골>의 공통 주제인 ‘전쟁’에 대한 이야기와 셀 애니미에션과 실사영화와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갔다. 이하는 다카하타 이사오와 박광현 한일감독대담의 전문.

다카하타 이사오/ 저의 경우 이런 자리에서 젊은 감독을 만나게 되는 경우 약간 신경질적이 될 때가 있어요. 상대방을 잘 몰라서 그렇죠. 이번에도 그래서 약간 걱정했었어요. 아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작품을 보면 되는데.. 그런데 다행히도 오기 전에 <웰컴 투 동막골>을 봤는데 아주 재밌었어요. 그래서 여기에 오는 게 좀 안심이 되었습니다.

박광현/ 사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저는 영광이지만 감독님께 괜찮을 지가 가장 염려가 되었던 거였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던 작품들의 '그 분'이시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너무너무 놀라웠지만, 제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보고 제가 그런 이야기의 톤을 너무 좋아해서 그것 때문에라도 이 자리에 무척 오고 싶어 했고, 이 자리에 오게 되서 영광스럽습니다. 오늘 아주 소중한 것을 얻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사회자/ 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에게는 감독님의 작품이 꿈과 희망을 주었고, 또 많은 공감을 가져왔을 거에요. 저도 그래서 굉장히 떨리는데요. 자연스럽게 질문하시고 편안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의 묘>가 한국에서 우여곡절 끝에 개봉이 됩니다. 그 작품이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약간의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었잖아요. <웰컴 투 동막골>도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주제를 갖고 있구요. 두 감독님이 생각하는 전쟁의 의미와 영화 속에서 그려내고자 했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반딧불의 묘>는 전쟁이 끝나가는 무렵부터 전쟁이 끝난 직후까지를 다룬 영화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쟁을 다룬 영화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사람들은 자꾸 반전영화 아니냐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반전영화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전쟁 말기의 비참한 상황을 그렸는데 전쟁의 비참함을 호소해도 별 효과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반전영화를 만들려면 전쟁이 시작될 때의 상황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전쟁의 비참함이라는 건 현재진행형의 전쟁을 봐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전쟁의 시대에 살았기는 했지만 반전이라는 주제 보다는 어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살았는가가 영화의 주제였지 반전은 영화의 주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반딧불의 묘>를 한국에서 상영하려고 했을 때 반대가 있어서 이루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일본을 피해자로 그려서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거 자체는 좀 이상합니다. 거기에 있는 민중들이나 아이들은 확실히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 아무리 일본인을 피해자로 그렸다고 해서 그것 자체가 일본이 전쟁을 한 것에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거기에 나오는 것은 사실 그대로를 그렸던 겁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한국에 있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박 감독님이 찍으신 <웰컴 투 동막골>은 전쟁이 한국 사람들에게 여전히 아주 무거운 주제,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구요,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아주 잘 풀어나간 훌륭한 영화라고 봤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전쟁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박광현/ 저는 기존에 한국에서 전쟁영화를 다룬 방식들이 지나치게 폭력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서, 물론 전쟁이 이렇게 비참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거에요. 그런데 꼭 그 방법만 있느냐. 거기에는 다분히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전쟁을 해서 비참해지는 상황도 있지만 전쟁을 하지 않으면 참 행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우리가 늘 다루는 한국전쟁을 좀 다르게 풀어나가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을 하는 거죠. 그렇지만 가장 행복한 어떤 공간, 아이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을 만들어놓고 그렇게 소중한 곳도 전쟁은 그들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중요한 경고를 하고 싶었어요. 그것을 제가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이구요. 아까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이라크에서 겪는 고통.. 사실 전쟁의 주체자들은 늘 법의 권력 위에 있는 사람들인데... 사실 우리가 <반딧불의 묘>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도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라 전체를 미워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잖아요. 그렇지만 전쟁을 일으키고자 했던 주체들은 위에 있는 법의 권력이라는 거죠. 제가 <웰컴 투 동막골>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전쟁의 큰 주체자, 법의 권력의 이기심이 부른 전쟁이 아주 하층민에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서민들에게 제일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전쟁의 가장 큰 비극이라는 점이죠. 그것을 바라본 것이기 때문에.. 저도 사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라서 추상적일 수 있지만 많은 자료조사를 하면서 느끼게 되었어요. 저도 <반딧불의 묘>를 보고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되게 불편해요. 그것은 <웰컴 투 동막골>을 보고 미국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것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맞아요. 저는 주체자는 아니지만 그 당시를 겪은 사람들은 저런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어, 라고 느끼게 되었어요. 전쟁을 표현하신 게 아니라고 하지만 전쟁의 아픔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말씀하시는 것처럼 <반딧불의 묘>를 보면 어느 어른도 아이들을 돌보지 않잖아요, 그런 점을 잘 보여주셨다고 생각했어요. 이들을 불행으로 모는 사람들이 누구냐를 잘 표현했다고 말입니다. 영화 마지막에 현대 고베 도시를 보여주시는데 아이들의 혼이 보여지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자기의 죽음을 보는 것으로 시작을 해서 현대로 와서 보게 되는 것, 그런 시간 사용에 대한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거기에는 일본의 종교적인 면이 작용을 한 것입니다. 조상에 대한 감각 같은 것입니다. 한국에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조상숭배 같은 것이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일본인들의 심정이나 감각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상들이 항상 곁에서 지켜보고 있고, 그것도 그냥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감시를 하고 있는 거지요. '니들이 뭘 하고 있는지 다 보고 있다'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거기서는 아이들이 죽어가지만 아이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아직까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박광현/ 제 직업이 감독이다 보니 지나친 의미보다는 사소한 것을 여쭤보고 싶어요. (웃음) 제가 쭉 감독님의 전 작품을 다 보니까 영화의 호흡이랄까 움직임, 캐릭터 연출법, 구도 등이 실사영화와 거의 똑같거나 더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혹시 작품 하시기 전에 실사영화를 참고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혹시 실사영화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지 궁금했어요.

다카하타 이사오/ 그 얘기 하기 전에, 전쟁 관련해서 <웰컴 투 동막골>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그것부터 먼저 말씀드릴게요. <웰컴 투 동막골>은 일단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모든 전쟁이 다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젊은 세대가 등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전쟁이라는 것을 한국에서의 다른 많은 작품들과도 거리를 두면서 단순하게, 또 단순하기 때문에 깊이있게 다룰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서 사소한 것일 수도 있는데 중간에 옥수수를 마이크 삼아서 노래하는 장면은 경험자로서 생각해보면 그런 게 있을 수 없는 것들인데 마이크도 이미 존재를 했었고... 그 시대를 경험한 세대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실제로 그랬을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와 닿는 것은 그 영화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박광현/ 아 그렇군요. (전체 웃음) 저는 그게 1950년 당시 이야기니까 그 당시 서울에 미군 클럽이 있었어요. 조사를 해 보니까 미군 클럽의 지배인이 되는 것이 꿈인 아이는 아마도 그런 걸 봤을 거다, 그런 걸 상상해서 했던 거였구요. 물론 맞아요. 저는 전쟁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우리에게 잊혀질 법 하지만 그래도 잊혀지지 않는 한국전쟁을 다루고 있는 것은 소재일 뿐이고, 제가 다루고 싶었던 것은 모든 세상의 폭력이었어요. 폭력이 가장 순수한 어떤 것도 짓밟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전쟁에 대한 디테일보다는 싸우는 사람이 늘 화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고민했어요. 왜 6자 회담, 남북 회담을 하는 걸 보면 맨날 결렬돼요. 자기의 입장만 주장하기 때문에 대화가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 가장 현명한 것은 신화적인 어떤 힘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것도 젊은 세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쩌면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전체 웃음) 제가 결혼을 하고 나서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어보니,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심각한 지경에 이를 때까지 싸울 때에도 아이가 와서 안기기만 하면,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안되지만 싸움이 해결이 돼요. 그 때 저는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것을 이뤄줄 수 있는 것이 신화적인, 판타지적인 요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반목하고 있을 때 말도 안 되는 팝콘을 터트린다든지 하는 이상한 방법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잠시 최면을 걸고 화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능하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제가 그 시대를 살지 못했기 때문에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허술한 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제 영화를 영문으로 보셨다고 해서 저에 대한 질문이 별루 없으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웃음)

다카하타 이사오/ 그렇지만 미국을 동경하는 소년을 그린 것은 아주 적절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님 작품이 굉장히 사실적인 애니메이션이라면, <웰컴 투 동막골>에서 멧돼지 추적 장면도 그렇고 인물들도 그렇고 만화적인 상상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 애니메이션이 결부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인 것 같은데 서로 질의응답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일단 출발점에 대해 말씀드리면. 제가 애니메이션을 하기 시작했을 때 디즈니의 훌륭한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저는 그런 훌륭한 작품을 아무리 봐도 거리감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못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무대를 보는 느낌.. 그런 게 있었는데요, 그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 작품성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실사영화를 많이 의식하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작품을 직접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려면 그 작품 속 세계를 함께 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저하고 미야자키 하야오를 많이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출발점은 비슷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연출 기법이라던가 방법을 발굴해서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그런 힘을 많이 키우기 위해서 많은 실사영화를 참고했습니다. 근데 디즈니 영화를 보면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고 해도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없는데, 그런 힘이 없었기 때문에 디즈니랜드 같은 것을 만들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디즈니랜드에 가면 예를 들어서 카리브 해적들이 싸우는 장면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 있잖아요? 그런 거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유원지 같은 것을 만들어서 직접 경험하게 하지 않았는가 생각을 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든 거죠. 저 같은 경우 요즘 약간 방향을 바꿨다고 할까요?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약간 거리를 두고 관객들이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웰컴 투 동막골>도 판타지를 많이 사용하면서도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을 많이 끌어들이느냐 아니냐가 아니고, 또 판타지냐 아니냐가 아니라 관객들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을 좋게 봤습니다.

박광현/ 저는 감독님의 일상에 대한 관찰력이 굉장히 돋보이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추억은 방울방울>에서 도시오라는 시골청년이 나오는데 그 친구 웃을 때 보면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웃음이 아니라 마치 어떤 사람의 웃음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실사영화말고 주변 인물을 활용하시는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에서의 너구리들도 어떤 인간의 유형들을 고민하셨는지 그것도 궁금했어요. 왜냐면 <웰컴 투 동막골> 끝나고 작년에 <폼포코>를 봤거든요? 제가 <웰컴 투 동막골> 사람들을 만들 때 그리고 싶었던 인물들이 바로 저런 사람들이었는데, 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할 때 아이처럼 이야기 할 때가 있어요. 혹시 캐릭터를 그릴 때 어떤 관찰의 대상, 참고하신 대상은 있는지 궁금했어요.

다카하타 이사오/ 저도 모델을 생각을 합니다. 어떤 영화에서 따올 수 있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 녹화하기도 하는데, 나중에 이것이 화제가 될지 모르겠는데, 3D 애니메이션이나 실사와는 다르게 셀 애니메이션은 손으로 표현을 하는 거잖아요? 아무리 리얼하게 만들어도 진짜가 될 수 없어요. 오히려 진짜가 될 수 없는 것을 아주 리얼하게 만들면 실사보다도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손으로 그리는 셀 애니메이션이 망하는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저는 실사와 셀 애니메이션은 아예 다른 것이기 때문에 셀 애니메이션이 망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광현/ 아까 감독님께서 초창기의 리얼한 표현에서 요즘 조금씩 표현을 단순화시키고 거리를 두고 생각하게 만드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하시는데 그것이 저는 셀 애니메이션이 주는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이웃집 야마다군>이 표현은 단순화시켰지만 오히려 더 강렬하게 와 닿아요. 단순화된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인상을 받거든요? 3D 애니메이션이나 실사에서는 가능하지 않는, 우리가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절대 사라질 수 없는 장르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사회자/ 말씀하신 것처럼 일상에 대한 사실적인 관찰을 잘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폼포코>는 실제 개발과정에 있는 마을을 실제로 촬영하셔서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일본의 80년대의 변화하는 모습 등 사회적인 문제를 많이 다루시는 것 같아요. 그런 점을 이야기 해주셨으면 합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사실은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은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하는 거죠. 사실 영화인으로서는 그런 생각 별로 안하거든요. 저는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것에 관심이 먼저 가죠. 그런데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기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저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표현을 어떻게 넓힐 수 있을까에 먼저 관심이 갑니다. 그러다 보니 원작이 있는 작품이 더 낫습니다.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입니다. 그러면서도 일본에 살고 있으니까 일본에 있는 문제들이 작품 안에 조금씩 들어가게 됩니다.

박광현/ <추억은 방울방울>을 보면 '인간과 자연의 공동작업'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시골이 경치가 좋다고 하니까 도시로가 '이건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결국 '사람과 자연의 공동작업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에 굉장히 공감하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 영향은... 혹시 사셨던 공간이셨던 건지 그런 영향은 어떻게 받으셨는지가 궁금하거든요?

다카하타 이사오/ 나중에 공부한 것도 있는데요, 실제로 저희 세대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도시에 살고 있지 않는 이상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얻은 부분이 많은데요. 시골에 가면 500년 동안 풍경이 변하지 않는 곳도 있잖아요. 그런 것은 인간이 어떤 부분에서 관리를 잘해서 그럴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 줄 알기 때문에 그런 환경이 유지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구요. 그러니까 인간이 자연에서 많은 것을 얻잖아요. 얻으면서도 인간도 자연에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관계들이 유지될 수 있는데, 그런 관계가 형성되는 풍경은 아름답죠.

사회자/ 지금까지 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벌써 한 시간 반이 다되어서 놀라고 있어요. (전체 웃음) 그래서 지금 정리를 해야 할 시간인 것 같아요. 최근에 애니메이션의 경향도 많이 바뀌고 있잖아요. 이런 시점에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부탁 드리구요,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나 미래 같은 것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저는 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으니까 그쪽을 말씀을 드리게 되는데. 기존의 셀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후배들도 손으로 그리는 재미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셀 애니메이션에도 나름의 표현이나 감성이 존재합니다. 3D같은 것을 이용한다면 애니메이션을 하는 것 보다는 박 감독님처럼 실사영화에서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의 미래라고 한다면 장르로는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하죠. 그리고 영화라는 장르는 인간이 살고 생각하는 이상, 계속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찍는 것뿐만 아니라 박 감독님이 하는 것처럼 거기에 작위적으로 다른 것을 넣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형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공을 해서 보여주는 것에는 박 감독님처럼 젊은 세대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을 실사 영화에서도 담당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봅니다.

박광현/ 사실은 실사영화 쪽에서는 많은 표현방법들이 이제는 사실 고갈상태라고 보여져요. 그래서 저는 데뷔하면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것인가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제 인생의 영화라고 하면, <미래 소년 코난>이었습니다. 그걸 어른이 되서 다시 봤는데 제가 어렸을 때 보지 못했던 놀라운 철학도 있었고, 그때까지 큰 자극없이 살아왔는데 거기서 큰 자극 같은 것을 받았어요. 저는 실사영화를 하지만 저의 영감이나 저를 자극하는 것은 애니메이션이고, 물론 제가 그림을 전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에게 영양분을 주는 것이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님의 놀라운 세계관과 표현들 같은 것들이 저에게는 자극이 되었고, 실사영화에서도 그런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을 계속 하고 싶구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은 계속 만들어져야 하고 실사영화와 비교했을 때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감동으로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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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AF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