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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딱하게 보기] 밥 딜런이 출연한 영화 <Hearts of Fire>

일단 달려보고, 아니면 말어!

밥 딜런의 전기영화 <I’m not There>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밥 딜런의 드라마틱한 생애가 아직까지 영화로 안 만들어진 게 이상할 정도다. 아니, 어쩌면 그게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저항적인 가사의 포크송으로 60년대 젊은이의 영웅이 되었지만 65년의 뉴포크 페스티벌에 전자기타를 들고 나와 비난을 받았고, 그럼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나간 전설적인 뮤지션. 명성이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바꾸어버린 혁명가에게 굳이 전기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가 만들어낸 노래가, 그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래도 토드 헤인즈가 만든 <I’m not There>를 보고는 싶다,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아무 관계도 없는 <Hearts of Fire>를 떠올리고 있었다. 밥 딜런이 출연을 하니까 전혀 관계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전적인 스토리는 아니다. 가수 지망생인 시골의 여자아이 몰리가 은거하고 있는 왕년의 슈퍼스타를 만난다. 어느 날 갑자기 정상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와버린 가수 빌리 파커를 밥 딜런이 연기한다. 빌리는 몰리를 데뷔시켜주고, 그녀는 현재의 슈퍼스타인 제임스 콜트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성공을 향하여 달려간다. 영화 자체가 썩 훌륭한 것은 아니다.

내게 인상적인 장면은, 두 남자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몰리가 빌리의 헛간에서 잠이 들었을 때 빌리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이다. ‘네가 가려는 길은 이미 내가 가본 길, 그 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지.’ 대충 그런 내용의 가사였던 것 같다. 정상의 자리에서 미련없이 내려온 빌리는, 그녀를 신중하게 말린다. 몰리는,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향하여 달려간다. ‘세상에 올바른 선택은 없다’는 전제대로, 그들은 각자 자신의 진리를 말하거나 찾아간 것이다. 빌리는 지나왔으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이고, 몰리는 아직 가지 않았으니 마음이 내키는 대로 가는 것이다.

젊은 날이라면, 대체로 몰리처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가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가보고 절망하는 편이 장기적인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키는 대로 열심히 뛰어가다가, 도저히 안 되면 그때 돌아서도 늦지 않다.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도 많고, 다른 사람은 해도 나는 안 되는 일들도 많다. 그걸 깨우치는 과정이, 어쩌면 인생 그 자체다. 그러니까 일단 달려보고, 아니면 마는 거다. 그냥 이것저것 집적거리는 게 아니라, 알지 못하기 때문에 힘껏 달려보는 거다. 그러고도 안 되면, 그건 나에게 맞지 않거나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안 되는 일에 크게 괘념치 않는 것이다. 세상에는 운명이나 필연 같은 일들도 존재하는 거니까.

케 세라 세라. 그건 될 대로 되라, 가 아니라, 자신이 나아가면 무엇이든, 어떻게든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아니라, 그가 한 만큼, 그에게 걸맞게. 다른 말로 하자면, 진인사 대천명이라고나 할까. 가보지 않고는 알 수도 없고, 이루어지는 것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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