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알찬 연말 선물세트 <해피피트>
오정연 2006-12-20

귀여운 펭귄이 전하는 흥겨운 리듬에 감동과 깨달음까지. 남녀노소를 위한 알찬 연말 선물세트.

남들보다 부화가 늦은 알을 앞에 두고 근심하는 아버지 펭귄, 멤피스(휴 잭맨). 아들 멈블(엘리야 우드)이 남과 달리 부리가 아닌 두발부터 알을 박차고 나온 뒤로, 춤을 멈추지 않는 아들의 ‘행복한 발’이 그에겐 큰 고민이다. 펭귄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하트송’를 불러 운명의 짝을 찾아야 할진대 멈블은 최악의 음치인데다가 멈블이 좋아하는 탭댄스는 전혀 펭귄답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차마 들어줄 수 없는 노래실력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고 펭귄학교 졸업장도 따지 못한 채 실의에 빠진 멈블이 탭댄스 역시 엄연한 하트송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좇는다. 그 길에서 멈블은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아델리 펭귄 라몬(로빈 윌리엄스), 느끼한 허풍쟁이 예언자 러브레이스(또 로빈 윌리엄스) 등을 만난다.

난데없이 펭귄 열풍이라도 분 것일까. 지난해 여름, 죽음 같은 추위가 이어지는 남극에서 꿋꿋하게 생존하는 황제펭귄의 생태를 담은 동물다큐멘터리 <펭귄: 위대한 모험>에 열광했던 관객은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을 예고편으로 접하고 어리둥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조지 밀러 감독은 <펭귄…>보다 훨씬 이전에 TV 동물다큐멘터리를 접하고 <해피피트>를 구상했다고 말하지만, 일반인들이 황제펭귄에게 느끼게 된 친밀감은 <해피피트>가 북미지역 개봉 뒤 거둬들인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동물애니메이션과 달리 황제펭귄의 외모를 성실하게 모사하고 그들의 습성을 중요한 설정으로 받아들인 <해피피트>는 분명, 인간으로 하여금 조화를 이뤄 살아가야 할 자연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를 넘어섰다. <Kiss> <Somebody to Love> <Boogie Wonderland> 등 친숙한 팝명곡 전부를 개사하거나 일부 소절을 차용하는 팝뮤지컬 전략, 남극의 자연을 실사처럼 묘사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액션을 매끄럽게 표현한 기술, 캐릭터를 한결 풍부하게 만들어준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 등을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갖춘 것은 기본이다.

펭귄이 살기 힘들어지는 것이 외계인, 즉 인간 때문임을 증명하기 위해 멈블이 먼 길을 떠난 이후. 심오한 철학마저 느껴지는 영화의 후반부는 흥겨운 뮤지컬에서 웅장한 서사시로 장르의 반전을 시도한다. 남과 다름을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멈블의 성장담만으로도 뭉클한 감동을 안겨줬을 <해피피트>는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예의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덕분에 관객은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은 펭귄들의 귀여운 재롱에 묵직한 화두까지 얻게 됐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