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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웃음의 하이킥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보랏의 거침없는 웃음의 하이킥!! 하지만 누구를 위한?

카자흐스탄의 유명 리포터가 자신의 미국 체험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뉴욕에 도착한다. 호텔에서 머물며 촬영을 하던 그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TV를 시청하던 중 빨간 수영복의 파멜라 앤더슨에게 그만 홀딱 반하고 만다. 그는 모든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그녀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돌진해가고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처럼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가 내세우는 기본적인 전략은 이방인의 눈으로 미국사회를 여과해 보는 것이다. 바로 그 이방인이 카자흐스탄의 유명 리포터인 보랏이다. 물론 보랏은 허구적인 인물이고 그를 연기하는 ‘사샤 바론 코언’은 카자흐스탄과 전혀 무관한 영국인이다.

<보랏…>은 가장 저속한 사고와 행위를 보여주는 보랏의 미국 여정을 통해 현재의 미국사회를 풍자하려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랏의 저속함에 대해서는, “제 여동생은 전국에서 네 번째로 잘나가는 창녀입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하는 모습이나, 미국에 도착한 뒤 별 거리낌없이 가로수에 응가를 해대는 등의 모습을 통해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비위가 약한 독자를 위해 저속함의 순도가 약한 것만 지적했다). 하지만 영화의 목적이 제아무리 미국사회 풍자에 있다고 하더라도, 미개하고 파렴치하며 심지어는 반유대주의적 폭력을 자랑으로 여기는, 나쁘디 나쁜 것은 다 갖다붙여도 무방한 모습으로 그려진 카자흐스탄 국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통이 터지고도 남을 만하다. 사실 영화 속 카자흐스탄은 실제의 카자흐스탄과 큰 연관이 없을뿐더러, 그것을 어느 국가라 부르더라도 극의 전개에는 별 상관이 없다(가상의 국가를 만들어도 충분하다). 즉, 극단적으로 말해 영화는 <보랏: ‘대한민국’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로 충분히 개작될 수도 있는데, 만약 그러했다면 그것이 제아무리 미국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든 어쨌든 간에 우리가 그것을 용납할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랏…>은 ‘중심-주체’의 성찰을 위한 도구로서 타자를 다시 한번 타자화하는 위험에 노출된 작품이다. 이는 단지 카자흐스탄이라는 특정 국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영화는 여성폄하와 인종차별, 호모포비아 등이 미국사회에 깊게 내재되어 있음을 들춰내고 있지만, 그들을 타자화하는 미국사회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타자화된 대상까지도 조롱의 대상이 되는 위험에 대해서는 별다른 책임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그것이 거침없이 웃음의 하이킥을 날리는 이 영화에 거침없이 동의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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