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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의 재밌는 역설 <프로듀서스>

크리에이티브의 재밌는 역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매튜 브로데릭과 우머 서먼의 재롱 잔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유할 수 있을까. 승부사로서의 프로듀서 기능은 비슷해 보인다. 공격적인 기획은 대박이거나 쪽박, 양자택일일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브로드웨이에서 닳고 닳은 프로듀서 맥스(네이단 레인)의 제1규칙은 자기 돈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뮤지컬이 또다시 실패했지만 맥스의 기발한 크리에이티브는 참패에서 싹이 돋는다. 장부를 정리하러 온 회계사 레오(매튜 브로데릭)의 무심한 한마디. 투자받은 액수보다 제작비를 적게 들이고 작품이 망하면 프로듀서는 오히려 돈을 번다! 맥스의 순발력이 이 엉뚱한 계산법에 꽂히고, 유아적 순수성을 영혼처럼 지닌 레오를 동업자로 끌어들인다.

200만달러의 투자금을 모아 일생일대의 실패작을 만들어내자는 기획은 내용인즉 사기다. 주판알의 범주를 넘지 않던 소심한 레오가 사기극에 뛰어든 건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던 막연한 꿈 때문이다. 가장 끔찍한 각본 찾기가 우선이다. 마침내 찾아낸 ‘히틀러의 봄날’은 맨해튼 한구석에서 정신병자처럼 살아가던 나치주의자(윌 페렐)의 망상이다. 욕먹기 딱 좋은 소재며 이야기다. 크리에이티브의 역설은 이렇게 발동걸린다. 파쇼를 기원하는 각본에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감독이 가세하고 원색적 취향을 지닌 게이집단이 스탭으로 대거 참여한다. 극과 극의 취향을 조합시킨 프로듀서의 목적은 비난의 화살이건만 우아한 평자와 부유한 관객은 이 도발성에 찬사를 퍼붓는다. 히틀러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라는 원작의 의중은 풍자와 조롱이라는 정반대의 무대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의 역설이다.

<프로듀서스>의 음악과 안무는 고전적이지만, ‘크리에이티브’라는 상품이 어떻게 제조되는지 스스로 되비추는 방식은 결코 고답적이지 않다. 예컨대 맥스가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방식, 즉 뉴욕의 외롭고 돈 많은 노파들에게 섹슈얼한 추파를 던져 꼬드기는 건 매춘이나 다름없지만 이 극단적인 설정은 프로듀서와 투자자의 관계를 꿰뚫는 쾌감을 실어나른다. 포르노 배우 같은 울라(우마 서먼)는 스웨덴과 여성과 배우 지망생을 비하하는 것 같지만 회계사 레오와 더불어 최상의 인간미를 발산한다.

인간적 우애가 중매자로 나서면 모두가 구원받는데 크리에이티브의 역설은 감옥의 어둠도 구원하며, 구제불능의 나치주의자조차 재탄생시킨다. 크리에이티브를 완벽히 깔아뭉갬으로써 거꾸로 최상의 자리에 갖다놓는 방식이 <프로듀서스>의 공격적인 크리에이티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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