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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k By Me] 조제와 호랑이와 토니 타키타니와 함께 Go!
이다혜 2007-06-27

영화화된 일본소설 베스트5

기시 유스케가 쓴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검은집>이 개봉한다. 서점의 일본소설 붐만큼이나 일본소설을 영화화했다는 작품들의 개봉 소식도 심심찮게 들여온다. 하지만 원작 소설이 재미있다고 영화도 재미있다는 보장은 없는 법.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보고 눈물 흘렸던 사람들 중 <파랑주의보>를 보고 실망한 사람은 없을까? 그와 반대로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도 재미있고 소설도 재미있는 책들, 어디 없을까?

5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소설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다

다나베 세이코의 원작 소설은 단편이었다. 그녀의 단편에서 이누도 잇신의 영화에 이르려면, 몇번의 깊은 심호흡과 널을 뛰는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소설도, 영화도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소설은 한국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다나베 세이코 특유의 오사카 사투리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영화에서는 그 사투리의 맛이 고스란히 살았다. 조제 특유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슬아슬함, 막무가내인 듯 위태로운 말투는 다나베 세이코가 원래 소설 속 조제에게 부여했던 캐릭터 그대로다. 이 단편집의 작품들은 대개 이야기를 완결짓기 직전의 어느 순간에 멈추어 서 있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역시 조제와 츠네오가 세상에 알릴 필요 없는 둘만의 신혼생활을 유지하는 동안 소설을 끝낸다. 이누도 잇신의 영화가 사랑받은 건, 소설 이후의 순간으로 영화를 이어가면서도 무리하게 이야기를 완결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4위 <냉정과 열정 사이> 두 이야기를 하나로 묶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두 남녀의 이야기이고, 두 사람이 살아온 두개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권의 책이다. 여자의 이야기인 ‘로쏘’편은 에쿠니 가오리가, 남자의 이야기인 ‘블루’편은 쓰지 히토나리가 썼으며, 두 사람은 번갈아가며 이 소설을 연재해 완성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독자들은 둘 중 어느 한쪽의 이야기에 감정을 몰입하게 마련이었다. 단순히 남녀의 문제라기보다는 두 작가의 문체가 두책의 팬층을 가르기도 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는 두 이야기를 하나로 합했기 때문에 당연히 책을 읽을 때 같은 두 작품의 미묘한 색깔 차이를 구분지을 수는 없었다. 영화에서는 그 대신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를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었고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두 연인의 운명적인 사랑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영화도 책도 옛사랑 이야기의 수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3위 <GO> 발랄함에 웃다가도 마음이 짠한

이것은 내 연애 이야기다. 하지만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GO>는 연애담을 포함한 성장담이다. <레벌루션 No.3> <GO> <연애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 <SPEED>의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는 재일동포로, 그의 첫 소설 <GO>에는 재일동포인 자신의 삶이 녹아 있다. 처음 쓴 장편소설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그는 경쾌한 문체로 읽는 이를 책에 몰입하게 한다. 하와이에 가기 위해 국적을 북조선에서 한국으로 바꾼 아버지와 조선학교에서 일본 고등학교로 진학해 쌈짱이 되는 스기하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민하기 이전에 달리고 보는 소년의 발랄한 투쟁과 연애담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영화는 그의 그런 이야기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책만큼의 경쾌함으로 잘 옮겨놓았다. 책에서 제시한 문제의식을 희화화하거나 희석하는 대신, 정공법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김민과 명계남이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위 <검은 물밑에서> 도시괴담의 슬픈 변신

나카다 히데오 감독은 스즈키 고지의 소설 두편을 공포영화로 만들어 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연출한 <링>은 한국과 미국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링>에 이어 그가 선택한 또 한편의 스즈키 고지 소설은 단편집 <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중 <부유하는 물>을 각색한 영화다.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면서 나카다 히데오가 중점을 둔 것은 이미지. 검은 물과 모성, 죽음과 공포를 풍성한 이미지로 담아냈다. 도시괴담과 공포물의 클리셰 사이를 능란하게 줄타기한 결과물. 버림받은 아이의 집착과 애틋한 모정이 차고 넘치는 슬픈 호러로 만들었다. 얼마 전에 이혼한 요시미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 이쿠코를 데리고 새집을 구하러 다닌다. 그녀는 집세가 싸고 허름한 아파트를 구하지만, 천장에 얼룩진 물자국이 자꾸만 신경을 건드린다. 이쿠코가 주워온 가방도 불길하다. 요시미는 몇번을 버려도 알 수 없이 되돌아오는 가방을 보며 불안해하다가 몇년 전에 위층 아이가 실종됐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1위 <토니 타키타니> 하루키 문장의 쉼표를 느끼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국경을 초월해 인기가 많은 것에 비한다면 영화화된 경우가 거의 없다. <토니 타키타니>는 그의 단편을 장편으로 만든 경우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정수를 영화로 성공적으로 옮겨낸 경우다. 온 우주를 가득 채운 고독의 풍경을, 하루키의 문장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개성이 영화로 옮겨졌다. 마치 물 위에 둥둥 떠서 바라보는 하늘처럼, 어디에서 어디론가 흘러가지만 아무도 그 길을 알거나 예측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재즈 트롬본 주자 쇼자부로는 상하이에서 춤의 스텝을 밟듯 청춘을 보낸다. 그는 전쟁이 그를 고아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결혼한다. 그러나 허약한 여인은 아들을 낳고 사흘 뒤 숨진다. 정교한 모래성을 만들며 놀던 외톨이 꼬마 토니는 기계 정밀 묘사에 탁월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성공한다. 근면한 사회 구성원이지만 토니는 은둔자다. 신장 165cm, 사이즈 2의 여자 에이코를 만날 때까지는. 둘은 결혼하고 토니는 점차 안정을 찾지만 그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