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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일족> ‘기무타쿠-장준혁’의 카리스마를 보라
정재혁 2007-08-10

<하얀거탑> 원작자 야마사키 도요코가 해부한 재벌가 부자(父子)의 권력 투쟁 <화려한 일족>

화려한 일족 華麗なる一族 XTM 우리말 녹음 방송 목요일 밤 11시, 자막 방송 일요일 오전 10시

모든 건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욕망과 권력이 문제. <하얀거탑>이 병원을 둘러싼 권력의 다툼이었다면 <화려한 일족>은 부자 관계에 얽힌 권력과 질투의 응어리다. 100만부가 넘게 팔린 야마사키 도요코(<하얀거탑> <여계가족>)의 베스트셀러 <화려한 일족>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만표 집안에 숨겨진 비밀과 음모를 바탕으로 부자 관계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만표 가문의 아버지 만표 다이스케에서 그의 아들인 만표 텟페이로 주인공을 수정한 드라마는 몇몇 인물설정과 관계에서 원작과 차이를 갖는다. 텟페이(기무라 다쿠야)가 사랑했던 아키코란 여성은 드라마에 나오지 않으며, 후사코(이나모리 이즈미)가 텟페이와 과거에 교제했다는 설정이 추가됐다. 이외에도 드라마는 텟페이가 아버지와 재판을 하는 부분, 고로 건설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원작과 차이를 갖는다. 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비롯해 전체적인 줄거리는 원작과 같다. 모든 게 빠르고 복잡하게 움직였던 혼란의 196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부자의 어긋난 운명이 지독할 만큼 실감나게 그려진다.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준비가 한창인 고베시에는 은행간 합병 바람에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외국 자본이 일본에 들어오면서 대장성은 국내 자본을 보호하기 위한 합병안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12개의 도시 은행이 곧 4∼5개로 통합될 참이다. 예금보유 9위의 한신은행 역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궁리 중. 만표 다이스케(기타오지 긴야)는 ‘소(小)가 대(大)를 먹는 합병’을 하겠다며 계획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고, 거기엔 아들인 텟페이가 전무로 있는 한신특수제강의 발목을 잡는 조치도 포함되어 있다. 가문을 유지하기 위해 아들을 버릴 것인가, 아들의 꿈을 위해 자신의 꿈을 잠시 접을 것인가. 텟페이가 자신의 아버지인 만표 케이스케의 자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만표 다이스케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전자를 택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빚어낸 불화, 만표 다이스케는 항상 텟페이를 보고 ‘아버지의 망령’과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

기무라 다쿠야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드라마는 20%가 넘는 시청률로 첫회를 시작해, 드라마의 무대가 된 관서 지방에서는 39%가 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TBS> 개국 55주년 기념 드라마로 방송돼 ‘국민드라마’란 평을 들었고, 기무라 다쿠야는 이 드라마로 <더 텔레비전>에서 선정한 52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방영이 끝난 뒤에도 <스마스테이션> <치친푸이푸이> 등의 프로그램에서는 드라마 특별 방송을 내보내며 <화려한 일족>의 의미를 정리했다. 드라마가 일본에서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야마사키 도요코의 촘촘하고 긴박한 사건 전개와 이를 뒷받침해준 드라마의 구현력이 있다. 1960년대 실제 있었던 은행간 합병 사건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구성된 이야기는 60년대 거리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감행한 중국 상하이 촬영 등의 노력으로 완성됐다. 호수를 끼고 있는 만표가의 저택은 시즈오카현에서, 한신특수제강의 공장장면은 지바현 기미쓰시에서 촬영됐다. 눈이 오는 장면을 위해서는 홋카이도 후라노시의 로케도 감행했다. 한마디로 <화려한 일족>은 일본을 위아래로, 양옆으로 훑은 셈이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도 좋다. <화려한 일족>은 하나의 사건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권력관계를 어디로 튈지 모를 불똥처럼 그려낸다.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건조한 느낌을 주고, 다큐드라마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부자 사이의 비밀을 매개로 엎어졌다 또 뒤집히는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적인 긴장감을 준다. 만표 다이스케 역의 기타오지 긴야나, 다이스케의 첩인 아이코 역의 스즈키 교가를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텟페이를 연기한 기무라 다쿠야의 존재감은 매우 크다. ‘진정한 리더가 갖춰야 할 모습을 갖고 있어’서 캐스팅했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기무라는 한신특수제강의 리더, 아버지에게 미움을 갖고 있는 아들, 성공과 꿈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을 기품있게 그려낸다. 기무라 다쿠야는 마지막 비극의 결말까지 이 드라마를 만표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텟페이의 모놀로그로 완성해낸다. <하얀거탑>이 장준혁의 드라마였다면, <화려한 일족>은 텟페이, 아니 기무라 다쿠야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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