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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의 CF] 2007 최고의 CF모델은, 백 부장님

내 마음대로 결산해본 2007 최고의 CF, 최악의 CF

2007년이 저물어간다. 도대체 시간은 어느 수챗구멍으로 이렇게 단박에 흘러들어갔는지 찾을 길이 없구나. 이 CF 도마질도 2007년의 마지막이니만큼 올해의 CF를 맘대로 결산해보자.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CF

허경영 후보 대선광고

올해 최고의 모델상: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백 부장님

바나나는 노랗다는 편견을 깨고 하얀 바나나 우유를 개발한 우리의 백 부장님은 상사한테 깨지고 고개를 조아리지만 지금 심정이 어떠냐는 인터뷰이에게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라며 소신을 밝힌다. 전형적인 CF의 틀을 깨고 파격적으로 몰카 형식의 UCC로 출발한 이 바나나 우유 CF는 곧 케이블TV에서 붐을 일으키고 공중파TV까지 진출했으며, 백 부장님의 소신에 감복한 사람들의 입소문과 호기심에 힘입어 성공적인 매출을 달성, 급기야는 백 부장님이 사비를 털어 경품행사까지 마련하셨다고. 아무리 핀잔을 들으며 땀을 삐질삐질 흘려도 자기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백 부장님, 우리 시대의 성실하고 귀여운 가장인 백 부장님을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올해 최악의 모델상: 여러 시장님들, 도지사님들과 군수님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에 살기 좋은 무슨 무슨 도니 어디 어디 특산물이니 하는 지역기반 광고들이 많이 보이는데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시장님과 도지사님과 군수님들이 나와주시는지. 책 읽는 멘트와 굳은 얼굴에 두손 벌림 혹은 주먹 쥐며 다짐하기 등 그 표정과 동작까지 똑같아 주시니 보는 이 민망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다. 정치하시는 입장에서 얼굴 알리고 싶으신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자기가 봐도 어색하고 민망하지 않나요?

올해 최고의 카피: 슬픔을 이용하여 장사하지 않겠습니다

이 카피는 한 장례대행업체의 CF에서 나온다. 혹자는 죽음마저 상품화한다고 CF 자체가 기분 나쁘다고 하지만서도 장례를 치러본 경험이 있다면 안다. 그 ‘식’이라는 것이 지인들에게 슬퍼할 시간도 주지 않을 만큼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슬픔을 이용해 장사하지 않겠다니 이 업태에 대해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인 편견을 깨면서도 조용히 신뢰감을 심어주는 빛나는 카피다. ‘쇼를 하라’와 최후까지 경합을 벌이다 이쪽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물량에도 불구하고 뇌리에 남는 조용한 임팩트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올해 최악의 카피: 홍~콩~!

여러 아파트 브랜드의 번쩍이는 카피들과 ‘친구들이 우리 아빠를 쳐다본다는 것은 기분이, 기분이 좋습니다’라는 잘못된 가정교육의 표본(?)을 제치고 비타500의 ‘홍~콩~!’을 최악의 카피로 뽑는 건 좀 잔인할 수도 있겠지만 올해 가장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든 카피 중 하나임이 분명하여 선정한다. ‘홍콩 간다’는 의미가 어떤 은어로 쓰이는지 분명 염두에 두고 나름 섹스어필을 노린 것 같은데 너무 낡은데다 어린 모델들과의 부조화, 마지막 공중에 뜬 화면과 ‘홍~콩~’이라는 외침의 코믹함이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어버린다고요.

올해 최고&최악의 CM송: 러쉬앤캐쉬 ‘무이자송’

<파로레 파로레>(Paroles Paroles)라는 샹송의 대표곡을 들으면 자연스레 무이자가 떠오르게 될지 그 누가 알았으랴. 심지어 유치원생들까지 ‘무이자~무이자~무이자~’를 입에 달고 다녔으니 그 파급력이야 가히 말할 것도 없다. 무분별한 대부업 광고의 도덕성 논란을 가져온 이 광고는 윤리적 기준으로 보자면야 지탄의 대상이 되지만 노래가 사람의 뇌리를 파고드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표본이기도 하다. 아침에 들은 노래를 저녁까지 흥얼대듯, 온 국민에게 무이자를 각인시키다니. 오, 놀랍고도 무섭다. 그리하여 최고와 최악 동시 수상!

올해 최고의 유머CF: 허경영 후보 대선광고

돼지바가 승리할까 SHOW가 승리할까 이리저리 재다가 막판에 정말 거물이 나타나고야 말았으니. 새마을 노래를 개사한 새나라송에 맞춰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판문점 남북 군인들이 어깨춤을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보는 순간 눈을 의심하며 배를 움켜잡고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렀는데, <무한도전>의 ‘소년명수’를 봤을 때보다 더한 웃음이었다. 시국 어지러운 2007년 연말에 정말 큰 웃음 주는 광고 아닐 수 없어 올해 최고 유머CF에 선정한다. 아스트랄 CF의 대명사 옥메까와보다 한수 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