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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와이 순지, “감성적으로 한국과 가까워져”
이상수 2001-11-13

<릴리 슈슈의 모든 것>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진 <러브레터>의 이와이 슈운지(38)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란 작품을 들고 왔다. 이 작품은 감독과 제작자를 연결시켜주는 창구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을 통해 한국의 튜브엔터테인먼트(대표 김승범)가 제작을 맡은 것이어서 부산과는 인연이 깊다.

<릴리…>는 이지메(따돌림), 원조교제, 청소년 범죄와 폭력 등 십대 아이들이 성장기에 치르는 열병을 이와이 특유의 감성적 어법으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유이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또래집단에서 ‘왕따’를 당한다. 그의 유일한 피난처는 십대들의 우상인 릴리 슈슈라는 가수의 음악. 유이치는 ‘필리아’란 별명으로 릴리 슈슈의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거기서 ‘푸른 고양이’라는 또 다른 마니아를 만난다. 유이치가 중학교에 진학해 만난 호시노는 과거 이지메 당했던 경험 때문에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끝에 이젠 모든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영화는 두 세계를 엇갈리며 보여준다. 차가운 금속성 타이핑 소리와 함께 릴리 슈슈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글에 언뜻언뜻 비치는 아이들의 활자화된 내면 풍경은 영혼에서 퍼올린 듯 정갈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만나는 십대 아이들의 세계는 집단폭력과 이지메와 원조교제의 어두운 그림자에 가위눌린 악몽처럼 스산하다.

첫 상영이 끝난 뒤 부산 남포동에서 만난 이와이 감독은 “이지메를 당하는 아이나 이지메를 가하는 아이가 겪는 고통을 함께 보려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실제 이지메를 당하는 아이의 삶에선 끔찍한 체험 아니겠는가.

=일본의 어른들은 이지메에 대해 매우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르니까 외면하고 싶어한다. 영화를 통해 아이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묘사해 어른들에게 그 나이가 어떤 시절인가 보여주고 싶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듯하다.

=간단히 도망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출구가 없진 않은 것 같다. 물론 ‘이렇게 하면 해결된다’는 식의 안이한 방식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어른이 되면 별 거 아닌 일도 그 안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일 수 있다.

-사회적 시각이 빠져 있는 듯하다.

=내 기억을 떠올려봤을 때, 그땐 어른이나 교사나 부모가 눈앞에 보이긴 하지만 실제 내 생활권 안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게 그 연령기의 특징인 것 같다. 어른들은 이 문제에 끼여들어 해결하려고 난리치지만, 아이들은 자기들 세계 안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여긴다.

-고막이 먹먹하지만 어떤 ‘치유’의 느낌이 있는 것도 같다.

=나 자신 어떤 빛을 보고 싶다는 심정으로 만들었다. 물론 그건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엇일 것이다. 절망에서 희망이 쉽게 도출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절망과 희망은 평행선상에서 함께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올해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세 번째 찾아온 이와이 감독은 “한국인 친구들이 늘어날수록 내 안에서 일본과 한국이 감성적으로 더 가까워진다는 걸 느낀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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