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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마니아] 대륙영화의 미래, 유엽
주성철 2008-11-28

이제 공식적으로 중국영화와 홍콩영화의 경계는 사라졌지만 여전한 정치적, 정서적, 언어적 거리감은 존재한다. 여전히 홍콩영화를 따로 ‘홍콩차이나무비’라고 구별짓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은 역시 배우다. 과거 중국 본토의 무술대회 출신 이연걸을 시작으로 공리, 우영광, 장쯔이 등의 본토 배우들이 홍콩과 대륙을 부지런히 오갔다. 최근 그 뒤를 잇는 대륙 배우들은 <무간도2: 혼돈의 시대> <적벽대전>의 후준(<적벽대전>의 조자룡), <소림축구> <적벽대전>의 조미, <퍼햅스 러브> <야연>의 주신, <색, 계>의 탕웨이, <화피>의 진곤 등이다.

남자배우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최근 <커넥트>에도 출연한 유엽(리우예)이다. 공리, 후준, 탕웨이를 배출한 베이징중앙연극학원 출신인 그는 후준, 진곤과 함께 <살파랑> <남아본색>의 오경과 달리 우슈가 아닌 ‘연기’로 홍콩영화계에서 입지를 다진 대륙 남자배우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들 중 가장 어리지만 경력으로 봐도 제일 돋보이는 배우다(후준-1968년생, 오경-1974년생, 진곤-1976년생, 유엽-1978년생).

유엽은 맨 처음 유약한 소년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눈망울의 그는 본토에서 <그 산, 그 사람, 그 개>(1999)로 데뷔했는데, 몸이 안 좋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참을 걷고 걷는 시골 우체부 생활을 하는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그가 홍콩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계기는 바로 후준과 함께 연인으로 등장했던 관금붕의 동성애영화 <란유>(2001)에서였다. 시골에서 막 베이징으로 올라온 그는 돈을 벌기 위해 게이바에서 일하며 한동(후준)을 만났다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여기서도 그는 세상물정과 담 쌓은 듯한 미소년의 이미지였다. 흥미로운 것은 후준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영화가 바로 장위안의 동성애영화 <동궁서궁>(1996)이었다는 점이다. 이후 유엽은 당당한 주연으로서 인상적인 경력을 쌓아간다. 주신, 진곤과 함께한 <소재봉>(2002), 장쯔이와 함께한 <자호접>(2003), 서기와 함께한 <미인초>(2003) 등 부지런히 홍콩과 대륙을 오갔고 2007년에는 할리우드에 픽업돼 <다크 매터>(2007)에 출연하기도 했다.

아마도 <첩혈가두>의 리메이크작인 <천당구>(2007)에서 보여준 악역 연기는, <커넥트>의 지독한 악당 역할 이전에 미소년(혹은 시골 청년) 캐릭터를 던져버린 첫 번째 이미지 변신으로 기록될 것이다. 시골 청년인 그가 상하이 암흑가에서 오직 앞만 보며 방해물들을 제거하면서 보스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그가 <무극>(2005)의 자객 ‘검은 늑대’ 역할에 이어 상업 대작영화에서 통할 수 있을 것임을 보여줬다. 사실 유엽은 왜소하고 우유부단한 이미지와 달리 180cm가 넘는 늘씬하고 당당한 체격의 남자다. <황후花>(2007)에서 공리와 사랑에 빠지는 원상왕자로 나와 굉장히 초라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실제로는 영화 속 아버지 주윤발보다 크다. 그는 아직 더 보여줄 것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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