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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없는 ‘벤 스틸러표’ 영화 <트로픽 썬더>
주성철 2008-12-10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흑인 변신 퀄리티 ★★★☆ 이 영화 저 영화 닥치는 대로 짬뽕 지수 ★★★★ 톰 크루즈 충격 지수 ★★★★☆

벤 스틸러가 <쥬랜더>(2001) 이후 무려 7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심플 잭>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터그 스피드맨(벤 스틸러), 캐릭터 몰입을 위해 흑인으로 변신하기까지 한 오스카 5회 수상에 빛나는 연기파 배우 커크 라자러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똥보 가족: 방귀대장>의 악동 코미디언 제프 포트노이(잭 블랙)가 캐스팅된 초특급 전쟁블록버스터가 기획된다. 하지만 촬영장에는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제작비를 탕진한 감독은 제작자 레스 그로스맨(톰 크루즈)에게 심하게 문책당한다. 급기야 감독은 원작자 클로버(닉 놀테)의 조언에 따라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실제 정글로 배우들을 끌고 간다. 그곳에서 진짜 마약밀매업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모든 상황을 영화라고 착각한 배우들은 그들을 베트콩이라 생각하며 진짜 전투에 나선다. 급기야 스피드맨은 그들에게 잡히고서야 정신을 차리게 된다.

감독 겸 배우 겸 제작자이기도 한 벤 스틸러는 자신의 손길이 닿은 영화들을 영락없이 ‘벤 스틸러표’ 영화로 만들어낸다. <트로픽 썬더>는 무척이나 자기 반영적인 영화다. 친구 혹은 동료를 이끌고 고생스럽게 영화를 찍지만, 인기는 많아도 평론가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영화에 출연한 그가 오스카상을 받기란 영화 속 캐릭터 터그 스피드맨처럼 무척 어려운 일. 벤 스틸러는 그렇게 자기 얘기나 다름없는 영화계 안팎의 에피소드들을 <지옥의 묵시록>(1979), <람보2>(1985) 같은 영화들과 접붙인다. 적과 함께 머물게 된 주인공은 <지옥의 묵시록>의 커츠 대령(말론 브랜도)처럼 생에 대한 회의에 빠져들고, <람보2>의 존 람보(실베스터 스탤론)처럼 정신이 멀쩡할 때는 기관총을 들고 일당백의 대결을 펼친다. <플래툰>(1986)의 일라이어스(윌렘 데포)처럼 하늘을 우러러 여러 점 부끄럽게 양팔을 치켜올리는 장면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식의 노골적인 패러디는 벤 스틸러로서도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더불어 패럴리 형제의 특훈을 받은 듯 친근한 애정으로 인종, 장애우, 게이 등 소수자들을 제멋대로 요리하는 솜씨도 보여준다. <쥬랜더>와 가깝고도 멀다고나 할까. <트로픽 썬더>는 그가 지난 7년간 여러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며 보고 배운 것들의 총합이자, 어느덧 감독과 배우와 제작자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자신의 현재에 대한 치열한 자기 고백이다.

tip /<트로픽 썬더>의 밀림은 하와이 카우아이 섬이다. <킹콩>의 음산한 도입부의 무대이자 TV드라마 <로스트>가 촬영된 신비의 섬이기도 하다. <쥬라기 공원> <캐리비안의 해적> 등도 이곳에서 촬영됐으며 이른바 베트남전 영화는 <트로픽 썬더>가 처음. 또 하나,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에탄 코헨(Etan Cohen)은 루크 윌슨 주연 <이디오크러시>(2006)의 각본을 쓴 인물로 코언 형제의 동생 에단 코언(Ethan Coen)과 다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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