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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터뷰] <예스맨>의 은행원 칼
김도훈 2008-12-31

1월1일에도 마감 준비 예스?

-행복하십니까? =예스!

-정말로요? =예스!

-한치의 부끄럼없이 진심입니까? =아놔. 이 양반아. 당연히 진심이죠. <징글벨>이 울려퍼지는 이런 날 행복하지 않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죠. 그러고보니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시점이 12월25일 오후 5시24분이군요. 기자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아 네. 메리 크리스마스 하시든가요. =정준하씨는 어때요?

-저는 정준하가 아닌데요. =아니아니. 청주 날씨 어떠냐고요.

-여기는 청주가 아니라 서울인데요. =뭐 어쨌든. 청주도 서울도 정준하씨도 기자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글쎄요. 저는 별로. 메리도 아니고 크리스마스는 별로 즐겁지도 않아요. =아니 왜요?

-생각해보세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새벽 4시까지 마감하고 집에 들어갔어요. 사무실을 둘러보니 하나하나 떠나고 문석 팀장만 남아 있더군요. 게다가 그분은…. =그분은요?

-그분은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 4시에 녹음해온 강우석 감독 인터뷰를 글로 풀고 있었다고요!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이건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에 강우석과 음성 데이트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에요. 세상에 이런 비극이 어딨습니까. =아. 썩 즐거운 일은 아니군요. 이나영 인터뷰도 아니고….

-게다가 오늘이 언젭니까. =크리스마스죠!

-예수님이 탄생하시건 말건, 직장인에게 중요한 건 오늘이 법정 공휴일이라는 겁니다. 모두가 이브날 파티를 끝내고 숙면을 즐기며 오늘밤 망년회는 또 뭘 입고 가나 고민하는 이 시점에, 이곳에는 우울증 걸린 <씨네21> 취재·편집팀 기자들이 모여서 신년 특집호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부서 사람들은 출근도 안 했어요. 제길. 저도 파티 가고 싶어요. 끝내주는 셔츠도 얼마 전에 샀다고요. =우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여러분의 수고 덕분에 독자는 2009년을 한번에 정리할 수 있는 특대호를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 여러분은 일년 내내 독자가 가이드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근사한 책을 만드는 거라고요! 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저도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싶죠. 하지만 된장할. 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잖아요. 나온 책을 보면 기분이 좀 달라지긴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너무 우울해서 가슴에 돋는 털로 슬픔을 자르고 한겨레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예요. =그럼 안되죠. 매사 예스!를 외쳐보세요. 그럼 삶이 달라진답니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가면 외로운 독거노인으로 늙어죽을지도 몰라요. 키우던 고양이 스무 마리에게 얼굴을 뜯겨먹힌 채 뒤늦게 발견되어 신문에 날 거라고요.

-네. 그게 바로 제 미래죠. =안돼요 안돼. 인생을 바꿔야죠. 무슨 일이든 예스를 외치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행복해진다고요. 한번 외쳐보세요! 예스!

-에…. =예! 스!

-예… 스? =마지막 발음을 좀더 강렬하게! 예! 스!

-예… 스…. =폭발하듯이! 조금만 더 강력하게!

-예! 스! 예! 스! =바로 그겁니다! 멋져요. 12월31일과 1월1일도 망년 신년 다 잊어버리고 사무실에서 열심히 개편호 마감할 준비 되셨습니까!

-노! 노! 노! 노! 노! 노! 노! 노!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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