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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석의 블랙박스] 이 신작을 보고 싶다

짐 자무시의 4년 만의 신작 <리미츠 오브 컨트롤>(The Limits of Control)이 지난 5월1일 미국에서 개봉했다. 각종 영화제에 출품된 적이 없는 것 같고 당연히 국내 매체에서도 거의 접할 길이 없었다. 흑인 배우 이삭 드 번콜이 론맨, 틸다 스윈튼이 블론드, 빌 머레이가 아메리칸, 이라는 식의 극중 이름으로 등장한다. 스토리라고 부를 만한 것은 거의 없는 명상적 분위기와 단순성의 행위들이 주조하는 로드무비로 예상된다.

현지에서의 평은 그다지 호의적인 것 같지 않다. 특히 로저 에버트가 매우 신랄하다. 그는 이 영화에 별 반개를 주고 1인칭 화자를 자칭하고는 짐 자무시의 영화제목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제목을 가져와 비아냥대는 단문을 이렇게 시작한다.“나는 통제의 한계 안에 있는 사내다. 내 이름을 말하진 못하겠다. 왜냐하면 각본이 내게 그것을 주지 않았으니까. 116분 동안 오로지 수많은 디테일들의 방만 있다. 나를 이름없는 사나이라 불러다오.” 영화가 아무 이야기도 없다고 불평하는 중이다. 로저 에버트가 구수한 이야기꾼이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영화적 통찰이 필요할 때 그는 어느 영화 애호가인 프랑스 식당 요리사도 식상하여 안 할 만한 말을 자주 하기 때문에 그의 평이 내게 오래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반면 미국의 격월간 영화 전문지 <필름 코멘트>는 5, 6월호에서 <리미츠 오브 컨트롤>을 표지 및 특집으로 크게 다뤘다. 로저 에버트와는 또 다르게 가끔씩 지적 허영심을 너무 옹호하여 거슬리는, 그렇다 해도 명민한 평론가 켄트 존스가 <리미츠 오브 컨트롤>에 관해 짧지만 시적으로 썼다. “짐 자무시의 아름답게 연장되고 절묘하게 진정되는 새로운 영화… <리미츠 오브 컨트롤>의 세상은 걷고, 주시하고, 기다리고, 듣고, 존재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행위들의 세상이다. 숙고와 명상의 세상, 수축되고 파편화되기보다 확장된 시간의 세상, 재정적 기회에 대항하는 미(美)의 세상이다.” 우리가 이 영화를 보게 될 때 로저 에버트의 말에 공감하게 될까, 켄트 존스의 말에 공감하게 될까.

어서 볼 수 있어야 우리도 한마디 즐겁게 거들 수 있을 테니, 수입했으면 개봉 촉구, 수입도 안 했으면 수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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