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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전] 한국에선 갱 역할 안 해도 되겠죠?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0-02-04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저스틴 전

혹시 알고 있으려나. 전세계 소녀 팬들을 열광케 한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한국계 배우가 출연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보긴 봤는데 누군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전학 온 여주인공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던 학교 신문부원, 에릭 요키 말이다. 뺀질뺀질하면서도 귀여운 이 캐릭터의 주인공은 바로 저스틴 전이라는 배우다. 그는 인기 TV시리즈 <플래쉬포워드>의 존 조, <디스터비아>의 아론 유와 함께 할리우드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 중 한명이다. <트와일라잇3: 이클립스> 촬영을 마치고 모국인 한국을 찾은 저스틴 전을 직접 만났다.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로 온 건가.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왔다. 4박5일간의 일정 동안 몇몇 매니지먼트사와 미팅,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활동이라면 여기서 연기를 할 생각이 있다는 말인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연기를 하고 싶다. 사실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배우, 특히 소수인 한국계 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한정되어 있다. 편의점 주인, 공부벌레, 갱 정도다. 미국은 백인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시장성이 없으면 할리우드에서는 캐스팅되기가 힘들다.

-평소에 한국영화나 배우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겠다. =한국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 <박쥐> <마더> 등의 작품들이 기억에 남는다. 배우로는 최근에 본 <라디오 스타>의 박중훈 선배님을 닮고 싶다. 일상을 표현하는 연기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그래서 에너지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항상 사랑받는 장동건 선배님도 닮고 싶고. (웃음)

-<트와일라잇> 시리즈에는 어떻게 캐스팅된 건가. =에이전트가 뱀파이어 영화가 있는데 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더라. 처음엔 싫다고 했다. 유치할 것 같았고, 최근에 재미있는 뱀파이어 영화가 없어서였다. 그런데 감독이 예전에 즐겨본 <13살의 반란>의 캐서린 하드윅이라고 귀띔해주더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여주인공으로 내정됐다는 정보와 함께. <인투 더 와일드>에서 그녀의 연기를 인상적으로 본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당장 스튜디오로 가서 백인 배우들과 함께 오디션을 봤다.

-에릭 요키 역의 설정이 동양인이 아니었나. =원래는 백인 캐릭터였다. 오디션을 6~7번 봤다. 운 좋게도 감독이 내 연기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러나 스튜디오에서는 내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에는 동양인이 살지 않는다’는 변명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감독이 끝까지 싸워준 덕분에 겨우 참여할 수 있었다.

-매 작품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왜 배우가 되려고 했나. =아버지가 1960~70년대에 활동했던 영화배우 전성철(<공처가 삼대>(1967), <당신>(1969), <떡국>(1971) 등에 출연)이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셨고. 어린 시절, 두분에게서 자연스럽게 예술적인 영향을 받았다. 미술, 피아노, 연극 등도 많이 배웠다. USC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그 길이 적성에 안 맞더라. ‘연기를 한번 해볼까’ 해서 연기학원을 끊고 다녔다. 어느 날 연기수업에서 어떤 장면을 연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오더라. 울고 싶어서 운 게 아니라, 연기하다가 저절로 흘린 건데 되게 창피스러웠다. 한국에서 남자는 태어나면 세번만 울어야 한다고 하지 않나. (웃음) 그런데 나를 본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쳐주더라. 내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배우가 되겠다고 하니 아버지께서 반대는 안 하셨나. =딱히 반대하고 그러지는 않으셨는데, 그렇다고 밀어준 것도 아니었다.

-그건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하하하. 그런 건가. (웃음) 2년 정도만 한번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께서 ‘연기는 항상 자연스러워야 한다. 억지스럽게 하면 안된다’는 충고를 해주셨다.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을 것 같다. =항상 생각하는 한명이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로 할리우드 슈퍼스타다. 누군지는 알려줄 수 없다. 엑스트라 시절, 그에게 사진 한장 찍자고 요청했더니 심한 욕과 함께 거절당했다. 그때 다짐했다. ‘열심히 해서 꼭 당신과 함께 호흡을 맞출 거라고. 그리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그날의 일을 말해주겠다’고.

-차기작은 뭔가. 그리고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톰 하프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포천 헌터스>(Fortune Hunters)에서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6월 시애틀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꾸준한 배우가 되고 싶다. 할리우드와 한국을 오가면 더 오래할 수 있지 않을까. 늘 자본에 휘둘리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사람간의 관계를 성찰하는 작품이 많은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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