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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미스터리 해결의 짜릿함 <키사라기 미키짱>
김용언 2010-02-10

synopsis 아이돌 스타 키사라기 미키의 자살 1주년 날, 오타쿠 팬들이 모여 추도식을 거행한다. 최고의 팬을 자처하는 경찰 ‘이에모토’(오구리 &#49804;), 팬시점 직원 ‘스네이크’(고이데 게이스케), 어딘지 살벌한 그늘을 감추고 있는 냉정남 ‘오다 유지’(유스케 산타마리아), 시골 출신 농부 ‘야스오’(쓰카지 무가), 그리고 첫 출연부터 심상치 않은 딸기소녀(가가와 데루유키)가 참석한 추도식은 처음엔 화기애애했지만, 오다 유지가 미키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태가 급반전된다. 미키는 살해된 것일 수도 있다…?

애초엔 연극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영화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 <키사라기 미키짱>은 추도식이 열린 방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등장인물도 단 다섯명, 키사라기 미키의 오타쿠를 자처하는 팬클럽 회원들뿐이다.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고, 혹은 일본 코미디에서 가끔 보이는 특유의 소란스러움이나 호들갑이 영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1시간50분에 이르는 상영시간 내내 <키사라기 미키짱>은 나름대로 자그마한 두뇌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매력을 차근차근 쌓아간다.

연기나 노래 양쪽 모두에 딱히 재능이 없었지만 나름대로 귀여운 매력으로 인지도를 쌓아가던 소녀 스타 키사라기 미키가 죽었다. 딱히 죽을 이유가 없었던, 야심적으로 준비한 누드 화보집의 출간을 앞두고 있던 스타가 왜 자살했을까? 영화는 미키가 살해됐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1년 전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비밀들. 이 다섯명의 회원은 그저 단순한 팬이 아니었다. 각자의 인터넷 아이디(이에모토, 스네이크, 야스오, 오다 유지, 딸기 소녀)가 가상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즐겁게 노출시키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들이 어떻게 키사라기 미키와 알게 모르게 개인적인 연관성을 맺고 있었는가가 영화상에서 작은 굴곡의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으로 절찬받았던 각본가 고자와 료타, 드라마 <워터 보이즈>의 연출자 사토 유이치, 신구를 넘나드는 연기파 배우들의 놀멘놀멘 앙상블이 볼 만하다. 만약 당신이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같은 영화라든지 미야베 미유키의 코지(cozy) 미스터리소설 <스텝파더 스텝>의 팬이라면, <키사라기 미키짱>의 매력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소소한 미스터리 해결의 짜릿함과 폭소, 아이돌 스타와 팬클럽의 본질에 대한 고찰과 종국엔 따뜻한 감동까지 넘나드는 구성이 사랑스럽다. 별거 아닌 듯 보이던 그들의 초반 수다가 키사라기의 죽음에 얽힌 일련의 상황을 짜맞추는 퍼즐 조각이 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도 자리를 뜨지 않길 권한다. 도쿄영화기자협회가 선정한 제50회 블루리본상 작품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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