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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가 사전 제작지원한 옴니버스영화 <원 나잇 스탠드>
이영진 2010-05-05

민용근 감독의 ‘원 나잇 스탠드’는 따뜻한 위로의 하룻밤이다. 시력을 잃어가는 청년은 매일 밤 짝사랑하는 여대생을 스토킹한다. 청진기로 여대생의 샤워 소리를 훔쳐 듣고, 그것만으론 모자라 여대생이 버린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냄새를 맡는다. 여대생을 필사적으로 떠올리기 위한 청년의 안간힘을 안쓰럽게 훔쳐보는 또 한명의 여자가 있다. 낮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여자는 무슨 이유에선지 좀처럼 집밖에 나서지 않는다. 여자의 동정과 연민은 결국 청년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청년과 여자는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세상을 보지 못하는 남자와 자신을 숨기고 싶은 여자는 상대의 허기진 욕망의 보충물로 자신을 기꺼이 제공하고, 두 변태 남녀의 하룻밤은 결국 놀라운 기적을 낳는다.

이유림 감독의 ‘원 나잇 스탠드’는 끝모를 의심의 하룻밤이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변호사는 후배 커플과 함께 동반 여행을 가는 꿈을 꾼다. 꿈속의 아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섹스를 거부하고, 심지어 서울로 돌아오는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기까지 한다. 하룻밤을 외딴 별장에서 더 묵게 된 변호사는 후배와 후배의 여자친구로부터 아내의 문란한 과거에 대해 듣게 되고 질투에 사로잡힌다. 변호사는 이 모든 것이 꿈임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악몽의 트러블은 현실에서도 은밀히 지속된다. 아내에게 결혼이라는 현실은 악몽의 연속임을 남편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부부의 위태로운 일상은 또 다른 ‘원 나잇 스탠드’의 연속이다.

장훈 감독의 ‘원 나잇 스탠드’는 유쾌한 오해의 하룻밤이다. 유명 영화평론가인 로메르는 한국에 올 때마다 목욕탕을 찾는다. 단단한 체격을 가진 목욕관리사 진영에게 몸을 맡기고 때를 밀 때마다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끼는 로메르는 진영을 영화제에 초대한다. 한편 진영은 영화제 뒤풀이 자리에서 로메르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급기야 그가 자신의 육체를 탐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낯선 타자와의 접촉이 두려움으로 번져가는 소동 속에서 ‘원 나잇 스탠드’는 편견과 아집의 우스꽝스러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원 나잇 스탠드>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사전 제작지원한 옴니버스영화다. <도둑소년>의 감독으로, <소년, 소년을 만나다> <친구사이>의 각본을 써 잘 알려진 민용근 감독의 꼼꼼한 디테일과, <낫시리아> <새끼여우> 등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줬던 이유림 감독의 풍부한 정서와, <키노> 기자 출신으로 <불한당들>을 연출한 장훈 감독의 재기 넘치는 대사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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