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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일급 블록버스터의 위용 <인셉션>

간단한 기계장치 한대만 있으면 한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가 그의 무의식에 자리잡은 생각을 훔쳐낼 수 있는 근미래의 세상.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꿈의 보안프로그래머이자 동시에 침입자다. 그는 일본인 사업가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제안에 따라 거대 합병 기업의 총수가 될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을 설계하여 기업 합병을 막으려 든다. 그 일을 성사시키면 코브는 사이토의 도움으로 아내(마리온 코티아르)의 살해범으로 몰린 자신의 누명을 뒤로하고 사랑스런 자녀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마침내 코브 일행은 꿈 안의 꿈 안의 또 꿈이라는 경로를 거치며 피셔의 꿈과 무의식 깊숙한 곳을 설계하고 침투한다.

<인셉션>의 이런 소재와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소재와 이야기를 사건으로 구조화하는 방식이나 시각화해낸 장면들은 더 뛰어나고 놀랍다. 이미 <매트릭스> 시리즈를 통해 보아온 기술의 연장이긴 해도 한발 더 나아간 무중력 액션의 연출이나 더 강력해진 비주얼 규모는 매력적인 일급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자랑한다. 반면 인물들의 정서와 장면들의 리듬감은 때때로 거의 나무토막이다. 개념의 집을 지어놓은 다음 인물들의 대사를 마치 미니 강연문처럼 동원하고 있으며 장면의 연결도 곧잘 긴장감을 잃고 있다. 가장 의아한 점은 <인셉션>이 꿈의 개념에 관해서는 치밀하게 설계하고 있으나 꿈의 성질을 감각하는 것에 관해서는 무디다는 점이다. 예컨대 <인셉션>의 꿈의 세계와 <매트릭스>의 가상의 세계에 관하여 우린 얼마나 다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개별의 기술적 요소들이 제각각 뛰어난 초특급 블록버스터, 동시에 그 모든 것의 총합으로서는 조화로움이 부족한 과욕의 실패작,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하지만 어쩌면 올해의 과대평가 받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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