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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2011년 우린 이 남자에 흥분한다

드라마 <드림하이>에 이어 영화 <도둑들>로 충무로 데뷔하는 배우 김수현

“누구야?”라는 호기심과 함께 김수현은 스타가 됐다. 김수현의 ‘구역’은 특별하다. 귀여움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마스크, 순박함과 강한 에너지가 동시에 표출된다. <드림하이>에서 펼쳐 보인 이 무시무시한 무기를 가지고 이제 그가 충무로로 진입했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에 합류한 어린 도둑, 김수현을 만났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 문제였어요. 외아들 걱정에 어머니가 ‘수현아, 웅변 한번 해볼래? 아니면 연극은 어떨까?’ 하고 권유하셨어요. 제 연기의 시작은 그랬어요.” 고1, 김수현은 연기를 위한 연기를 하지 않았다. 낯선 사람이 두려웠다. 특히 이성 앞에서라면 사태는 더 심각했다.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오랜 감금생활 뒤 풀려났을 때, 처음 여자를 보곤 “여자, 사람이다!”라고 피하는 그 장면이 너무도 이해되는, 김수현은 그런 폐쇄적인 아이였다.

남들이 죽자고 연기에 덤벼들 때, 김수현은 살자고 연기했다. 지인이 있던 연세극예술연구회에 참여해 공연을 한 게 시작. 배역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의 요정 ‘퍽’이었다. “마지막 공연을 하던 날, 무대에 올라가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데 고개를 못 들겠는 거예요. 그 순간 무대의 조명도, 박수소리도 모두 끝나겠구나…. 형들이 말했어요, 네가 잘 모르나본데, 그게 바로 ‘희열’이라는 거야.” 단순히 제 살자고 시작한 연기가, 욕심으로 목적으로 변했던 절체절명의 순간.

2011년. 데뷔 5년차, 신인배우 김수현을 평가하는 제1코드는 ‘연기력’이다. 그는 나이에 비해 연기를 잘하며, 또래 연기자 중에서도 단연 연기를 잘하고, 어떤 역할을 맡겨도 연기를 잘할 것 같은 믿음을 주는 기대주다. 스타 시스템 속, 연기자가 연기로 평가받는 게 오히려 희귀한 세상, 김수현은 감히 연기만을 내세우고 나선 별종 배우다. <드림하이> 방영 전, 1, 2회만 보고는 채널을 돌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이들은 1, 2회에서 그만 배우 김수현을 보고 말았다. 그가 더벅머리에 누빈 겉옷을 걸치고 소리 높여 ‘숲을 움직이는 사나이 송삼동입니데이~!’라고 꽥꽥거리던 순간, 김수현은 그렇게 시청자의 마음도 움직여버렸다. 다들 김수현을 궁금해했고, 그가 부른 <Dreaming>을 무한 반복해 들으며 김수현의 지난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부담이 너무 컸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야 하는데다, 제 옆에는 그냥 아이돌도 아니고 톱 아이돌들이 포진해 있었으니까요. 나 혼자만 이질감이 들면 어쩌나, 그런 무서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탄탄한 연기와 복합적인 마스크

그가 정작 부담을 가졌건 아니건, 송삼동은 김수현을 발산할 더할 나위 없는 매개체였다. 가수를 위해 매진할 때는 해맑은 청춘의 모습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고 나설 땐 뚝심있는 남성적 매력이 풍겨져 나왔다. 그리고 이명현상으로 인한 좌절과 극복에서 드라마틱하고 열정적인 배우로서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네이티브를 능가하는 사투리와 가창력, 그리고 춤 실력은 그 과정에서의 작은 보너스 기술이라고 쳐도 좋을 만큼 그가 가진 기본기는 탄탄했다. 역으로 따져보니 드라마틱한 운명 속에서 자신을 온전히 표현해내는 연기라면 이미 그의 능력은 검증돼왔다. 아직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김수현의 필모그래피는 그가 가진 에너지를 충분히 증명한다. <드림하이>에 앞선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그는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오히려 적(조필연)에게 협조하는 어린 ‘이강모’로 분해 독기와 아집이 무엇인지 표현했다. 운명 앞에 선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09)의 사랑 앞에서 어린 ‘차강진’은 멋있었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소년의 그늘은 김수현의 날카로운 눈매와 극도의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탈없이 무난하게 한 것 같지만….” 김수현은 그의 연기에 대한 지금의 찬사를 부담스러워 한다. “처음에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2007)에 출연했어요. 2회 때 처음 출연했는데, 제 대사 한마디 때문에 계속 NG가 나는 거예요. 이유가 이래요. 감독님이, ‘너 지금 연극해?’ 자연스러운 연기는 안되고, 부담투성이였죠. 그렇다고 연극 무대 연기도 아니고. 그땐 ‘나 연기하고 있다고 지금.’ 이런 걸 내 연기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문제를 깨닫고, 연기를 쉬고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면서 가진 휴지기, 그 짧은 시기를 통해 김수현은 달라졌다. 그러니까 동글동글한 얼굴이 조금쯤 각이 생기고, 목소리가 한톤 정도 낮아질 때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와 만났고, 어린 김수현도 한뼘 성장했다. 그러니 김수현을 향한 흔한 수식인 ‘명품아역’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그는 ‘아역’을 할 때조차 어린 이미지를 허용하지 않고 이미 나이를 먹은 셈이다. 갓 청년이 되기 직전의 불안정한 복잡함이 바로 배우 김수현의 지금 나이다. “아이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소년과 남자 사이. 전 그 경계에 서 있는 사람 같아요. 소년 같아 보이다가도 남자처럼 보이는 거죠. 한 사람 안에 이런 상반되는 면모가 있다니 재밌지 않나요? 그 충돌을 보는 재미 말이죠. (웃음)”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 <도둑들>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아직 형태를 잡지 못한’ 그의 미래 중 현재 가장 중차대한 프로젝트다.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으로 통하는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어 있는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도둑들을 그린 액션 범죄영화로 김수현은 여기서 도둑들의 막내 ‘잠파노’ 역할을 맡는다. 다이아몬드를 찾는 건 둘째치고 당장 그는 김혜수, 김윤석, 이정재, 전지현과 나란히 서, 관객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 “최동훈 감독이란 말이 나오는 순간, 무조건 이 영화는 해야겠다 싶었어요. 지금 흥분돼서 죽을 것 같아요! 아직 촬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마음이 마카오(촬영지)에 가 있어요.”

초창기 프린터기 광고 때부터 팬이었다던 전지현과 파트너가 되어, 멜로 연기가 저절로 될 것 같다는 소년의 본심 사이. 김수현은 연기자로서의 고민을 잊지 않는다. “자칫 <도둑들>에 나온 저의 밝은 모습을 보고, <드림하이>의 송삼동을 보면 어쩌나 걱정돼요. 그래도 첫 영화라는 것, 선배님들과의 공연에 대한 부담 모두 내려놓으려고 해요. 내려놓는 대신 흡수하고, 채워나가는 것이 목표예요.” 그는 김수현을 평가하기 앞서, 앞으로 십년만 기다려줄 것을 당부한다. “미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뭐가 되든 말이죠. 그래서 연기를 위한 연기가 아니라 모든 게 자연스러운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요. 굳이 남자를 애쓰지 않아도, 남자가 되어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십년 뒤의 남자배우 김수현과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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