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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릿영화의 최종판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송경원 2012-02-01

케이트(사라 제시카 파커)는 자타가 공인하는 슈퍼우먼이다. 직장에서는 능력있는 펀드매니저로, 집에서는 아이들과 남편 돌보기에 소홀함이 없는 주부로 완벽한 생활을 해내야 하는 그녀의 하루는 24시간도 모자랄 지경이다. 오직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살인적인 스케줄마저 즐겁게 소화해내던 그녀에게 어느 날 일생일대의 프로젝트가 주어진다. 매력적인 클라이언트 잭과 함께 본사에서 일하자는 제안을 받은 것.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잦은 출장과 격무는 그녀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점점 실망시키고 스스로도 일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워킹우먼에서 워킹맘으로 바뀌었지만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는 부인할 수 없는 칙릿영화다. 알리슨 피어슨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원제 I Don’t Know How She Does It)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각본가 브로시 매켄나가 각색하고 영원한 칙릿의 우상 사라 제시카 파커가 주연을 맡은, 그야말로 워킹우먼들이 직접 만든 칙릿영화의 최종판이다. 결국에는 가족과 행복이 제일 소중하다는 전통적인 가족코미디를 뼈대로 삼고 있지만 칙릿의 아이콘 사라 제시카 파커의 이미지도 놓치지 않고 활용한다. <섹스 앤 더 시티>와 같이 내레이션으로 내밀한 고민들을 고백하는 방식은 여전히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못내 불편한 것은 영화가 진지하게 접근하는 고민 그 자체의 씁쓸함에 있다. 아이가 처음으로 머리 자르는 걸 보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눈물짓는 그녀의 괴로움은 이른바 ‘배부른 백인들의 고민’처럼 보여 공감하기 쉽지 않다. 문제의 출발점만큼 안이한 해결방식 또한 당당했던 그녀의 걸음을 맥빠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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