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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한국 감독과 스탭이 만들었는지 몰랐다”
김성훈 사진 오계옥 2012-05-01

애니메이션 <다이노 타임> 북미 배급 맡은 클라리우스 엔터테인먼트의 제프리 에이머 대표

개성 강한 캐릭터, 피겨로 만든다면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공룡들, 끝내주는 모험담, 전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가족 이야기 등. 4월19일 CGV왕십리에서 3D애니메이션 <다이노 타임>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는데, 공개된 영상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북미 배급을 맡은 할리우드 클라리우스 엔터테인먼트 제프리 에이머 대표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참, <다이노 타임>이 어떤 작품이냐면 세 어린이가 우연히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이 살던 백악기로 시간여행을 가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한국산 3D애니메이션이다. 제프리 에이머 대표를 만나 <다이노 타임>의 북미 개봉 전략에 대해 들었다.

-어제(4월18일) 서울에 도착했고, 오늘 스케줄 마치고 다시 LA로 돌아가는 빡빡한 일정이다. =아침에 일어나 CGV왕십리로 오는 길에 창밖을 살펴봤다. 고층 건물밖에 없더라. (LA도 중심가에는 고층 건물이 있지 않냐고 묻자) 물론 그렇긴 하지만 주택가를 제대로 못 봐서 그런지…. 다음 기회에 서울을 방문하면 주택가를 보고 싶다.

-<다이노 타임>의 어떤 점이 북미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나. =물론 영화가 개봉하는 10월은 겨울 블록버스터가 매주 한편씩 개봉하는 시기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의 상대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다이노 타임>은 가족영화다. 개봉 뒤 2주 정도의 시간이라면 충분히 입소문이 퍼질 것이라 기대한다.

-반대로 물어보자. 마케팅적인 면에서 <다이노 타임>의 약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약점이기보다는 같은 가족영화 장르와의 경쟁이 중요하다. <다이노 타임>의 주요 타깃 관객층은 10살 이하 어린이 관객이다. 사춘기를 막 겪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먹히는 영화는 아니다. 이것이 기회다. 10살 이하 어린이들은 부모의 손을 이끌고 극장으로 갈 테니까.

-<다이노 타임> 북미 배급 계약 내용이 궁금하다. =클라리우스 엔터테인먼트가 3천만달러 규모의 P&A 투자 및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상영관은 북미 2500여개관을 확보했다.

-북미에서 2500여 스크린을 확보한 건 와이드 릴리즈나 마찬가지다. 당신에게 또 다른 도전일 것 같다. =글쎄. <다이노 타임>이 외국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한국 감독과 스탭이 만들었다는 것도 몰랐다. 잘 만들었냐 못 만들었냐가 중요하지, 영화의 로컬리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공룡이 등장하고, 어린이들이 공룡과 함께 기가 막힌 모험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이런 요소들은 전세계 어디서나 먹히는 보편적인 주제이다. 이 영화에는 그게 있다.

-FGI(Focus Group Interview, 한국의 설문조사에 해당하는 마케팅 조사) 조사에서 영화를 본 학부모와 어린이의 상당수가 개봉하면 또 보겠다고 했다. =그 조사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FGI는 우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의 취향을 보다 정확하게 창조하기 위한 도구 중 하나다. 어쨌거나 조사 결과를 통해 가족 관객이 충분히 극장을 찾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 점에서 <다이노 타임>의 북미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영화를 최대한 널리 알릴 생각이다. 주요 타깃을 파악한 만큼 개봉할 때까지 가족 관객에게 집중적으로 노출하는 게 중요하다.

-할리우드에서 20년 넘게 배급과 마케팅 일을 해왔다. 영화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플로리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당시 이십세기 폭스사에서 일하던 친구의 소개로 그곳에 입사해 비서 행정 업무로 할리우드 경력을 시작했다. 영화 산업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지만 그 친구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었을 거다. 이후, 마블스튜디오,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디즈니, 이십세기 폭스사에서 <다이 하드> 시리즈, <스파이더맨> 시리즈, <헐크>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등 다양한 영화의 배급과 마케팅을 맡아왔다.

-기억에 남는 영화의 마케팅이 궁금하다. <스파이더맨>(2002). 어마어마한 흥행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이야 히어로물이 수두룩하지만 당시만 해도 쫄쫄이 팬츠를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영웅물을 영화로 만든다는 건 생소한 발상이었다.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관객에게 영화의 정보를 알리고, 관객이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마케팅의 기본 전략에 충실했다. 흥행은 노력의 산물이었다.

-마케팅 선배로서 오늘 제작보고회에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10점. 너무 후한 거 아니냐고? 그게 내 점수이기도 하다. (기자가 웃자) 왜? 동의할 수 없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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