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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을 불태우자!
김도훈 2012-07-10

록페스티벌을 한눈에 - 지산, 슈퍼! 소닉, 펜타, UMF

록페스티벌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2012년 여름은 한국 역사상 최고의 해로 기록될 게 틀림없다. 전통의 지산밸리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은 물론, 도심형 페스티벌 슈퍼!소닉과 UMF까지 가담했다. 어떤 페스티벌을 어떻게 즐겨야 할 것인가. 여기 <씨네21>의 가이드가 있다.

지산밸리록페스티벌

7월27일(금)~29일(일)

라디오헤드가 온다니

지난 몇년간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은 한국 록페스티벌의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일본 후지록페스티벌과 아티스트 교류를 시작하며 오아시스, 언더월드, 펫숍보이스, 뮤즈 등 한국을 찾으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해외 뮤지션들로 거나하게 라인업을 차린 덕이다. 다만 올해는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의 독점 체제가 조금 흔들리는 편이다. 전통의 경쟁자 펜타포트 외 서울 시내에서 막강한 라인업을 즐길 수 있는 슈퍼소닉페스티벌이 새롭게 가담했다. 하지만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의 진정한 이점은 경기도 이천 지산포레스트리조트의 안락한 환경과 깨끗한 시설이다. 음악을 들으며 방방 뛰다가 수영장과 계곡에 뛰어들어 몸을 식힐 수 있는 록페스티벌이 세상 또 어디에 있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올해는 결코 내한하지 않을 뮤지션 중 하나로 꼽혀온 라디오헤드와 전설적인 영국 밴드 스톤 로지스가 금요일과 일요일 헤드라이너로 선다. 리엄 갤러거의 새 밴드 ‘비디 아이’와 엘비스 코스텔로, 지난해 <씨네21>이 꼽은 최고의 음반 중 하나를 내놓은 일렉트로니카의 시인 제임스 블레이크 역시 놓치지 마시길.

미리 듣고 갈 앨범

The Very Best Of The Stone Roses / 소니뮤직 발매

90년대 브릿팝 팬들에게 스톤 로지스는 전설에 가까운 밴드다. (지금은 재결성을 했지만) 당시 딱 두 앨범을 내고 해체해버린 스톤 로지스는 80년대 말 시작된 매드체스터 운동의 완성형이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씨네21> 독자들은 매드체스터와 스톤 로지스라는 낯선 이름 앞에서 잠깐 정신이 몽롱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페스티벌에서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춤추기에 아주 적합한 록음악이라는 소리다. <<The Very Best Of The Stone Roses<<는 스톤 로지스의 베스트 앨범을 리마스터링한 앨범이다. 대표곡인 <I Wanna Be Adored<과 <Fools Gold>는 가사를 미리 외워가시길. 떼창의 무리에서 외롭게 입만 벙긋벙긋하는 척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미리 보고 갈 영화

24시간 파티 피플

<24시간 파티 피플>은 1980년대 영국 맨체스터에서 조이 디비전, 뉴 오더, 해피 먼데이스 등의 밴드를 발굴하며 이른바 ‘매드체스터 운동’을 일으킨 팩토리 레코드사 토니 윌슨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토니 윌슨으로부터 매드체스터가 시작됐고, 엑스터시를 삼키고 밤새도록 몸을 흔드는 레이브 문화가 폭발했다.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은 실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교묘하게 짜깁기하며 당대의 음악적 정신을 유쾌하게 재현해낸다. 비록 영화에 스톤 로지스는 등장하지 않지만 뉴 오더, 해피 먼데이스 등 당대의 음악적 운동을 이끌어가던 대표적 밴드들의 음악을 즐기며 스톤 로지스의 영접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뉴 오더는 올해 슈퍼!소닉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설 예정이기도 하다.

장점 쾌적한 환경은 다른 페스티벌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

단점 접근성이 좋지 않다. 근처 리조트와 모텔은 이미 만석일 테니 텐트를 챙겨가는 게 좋다.

슈퍼!소닉

2012 8월14일(화)~15일(수)

뉴 오더가 잠실에 뜬다는!

만약 당신이 텐트를 싸들고 경기도 이천이나 인천으로 갈 만한 여유나 체력이 부족하다면? 게다가 좋아하는 몇몇 뮤지션의 공연을 보기 위해 고가의 페스티벌 티켓을 구입하는 게 꺼려졌다면? 지난해까지는 만족할 만한 답이 없었다. 올해는 답이 있다. 일본 서머소닉페스티벌과 연계로 태어난 도심형 페스티벌인 ‘슈퍼!소닉 2012’다. 주최쪽의 표현에 따르면 이건 ‘슈퍼 아레나 콘서트형 페스티벌’이다. 슈퍼!소닉은 8월14일과 15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과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다. 만약 당신이 뉴 오더의 공연을 보고 싶다면 8월15일 공연 중에서 체조경기장 공연의 티켓만 구입하면 되고, 고티에의 공연을 보고 싶다면 핸드볼경기장 공연 티켓만 사면 된다. 합리적으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란 소리다. 게다가 라인업은 올해 페스티벌 중 가장 따끈따끈할 듯. 스매싱 펌킨스와 뉴 오더 같은 전설적인 슈퍼밴드들은 물론이고, 포스터 더 피플이나 고티에처럼 지난해와 올해 빌보드를 휩쓴 밴드와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다.

미리 듣고 갈 앨범

Torches / 소니뮤직 발매

포스터 더 피플이 처음 등장했을 땐 모두가 MGMT의 아류라고 생각했었다.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LA 출신의 신스팝 밴드 포스터 더 피플은 MGMT보다 예술적인 야망은 작지만 차트 지향적인 팝감각은 더 많은 친구들이다. 데뷔앨범 <<Torches<<를 들으면 답이 딱 나온다. 레트로, 댄스, 인디, 일렉트로니카, 그리고 힙스터라는 단어를 모조리 믹서에 갈아서 내놓은 즐거운 앨범이랄까. 특히 <Pumped Up Kicks>나 <Helena Beat> <Don’t Stop> 같은 댄서블한 히트곡들은 슈퍼!소닉페스티벌의 가장 즐거운 순간들을 만들어낼 게 틀림없다. 동시에 지금 빌보드 싱글차트를 지배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뮤지션 고티에의 데뷔앨범 <<Making Mirrors<<(유니버설뮤직 발매) 수록곡 <Somebody That I Use to Know>도 미리 들어보고 슈퍼!소닉을 즐기시길 권한다.

미리 보고 갈 영화

컨트롤

조이 디비전은 70년대 말 영국에서 뉴웨이브 록의 서막을 열어젖힌 선구자였다. 첫 번째 미국 투어를 앞두고 있던 리더 이언 커티스는 호텔 방에서 스스로 목을 맸고, 보컬을 잃어버린 멤버들은 밴드 ‘뉴 오더’를 결성해서 음악을 계속해나갔다. 사진작가 안톤 코빈의 데뷔작 <컨트롤>은 올해 슈퍼!소닉의 헤드라이너인 밴드 뉴 오더의 전신, 조이 디비전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 뉴 오더가 어떤 밴드인지 미리 알고 싶다면 <컨트롤>은 훌륭한 역사책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 영화를 미리 감상하고 뉴 오더의 공연을 보는 건 완벽하게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아직 뉴 오더의 세트 리스트가 나오진 않았지만 조이 디비전 시절의 <Love Will Tear Us Apart>를 불러줄지도 모른다. 참, 이 오래된 밴드와 함께 떼창을 즐기고 싶다면 <Blue Monday>와 <Bizzare Love Triangle<의 가사 정도는 숙지하고 가자.

장점 도심에서 편리하게 보고 싶은 공연만 골라서 즐길 수 있다.

단점 지산과 펜타포트처럼 본격적인 페스티벌 기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듯.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8월10일(금)~12일(일)

켄 로치풍의 연안부두

지산밸리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 양강으로 오롯하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든 건 간단했다. 만약 당신이 보다 살랑살랑한 모던록이나 일렉트로니카의 팬이라면 지산으로 가면 됐고, 보다 하드한 록의 팬이라면 펜타포트로 향하면 됐다. 올해는 좀더 복잡하다. 일단 UMF가 일렉트로니카 팬들을 모조리 흡수해갈 예정이고, 슈퍼!소닉이라는 새로운 강자가 출현했다. 지산과 펜타포트 역시 예전처럼 하나의 성격으로 구분하기가 조금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그래도 한국록페스티벌의 원조로서 펜타포트의 위치는 여전히 굳건하다. 가장 강렬한 사운드를 토해내는 한국 인디 록밴드들은 여전히 펜타포트를 선택했고,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와 스노우 패트롤이라는 두 슈퍼밴드는 록팬들의 발길을 인천으로 돌리게 할 게 틀림없다. 특히 당신이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의 오랜 팬이라면 올해 펜타포트는 거의 성지순례나 다름없을 거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올해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 장소를 경인 아라뱃길 내 정서진으로 옮겼다는 사실이다. 펜타포트의 숙적인 장맛비가 쏟아붓더라도 흙탕물 속에서 장화로 버텨낼 필요는 더이상 없을 듯하다. 그게 펜타포트 고유의 즐거움이었다고 생각하는 하드코어 팬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일이겠지만.

미리 듣고 갈 앨범

National Treasures [The Complete Singles] / 소니뮤직 발매

드디어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가 한국에 온다. 매닉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영국의 국민밴드는 지난 1986년 결성 이후 끝없이 혁명과 계급투쟁을 외치며 굳건하게 전진해왔다. 만약 당신이 매닉스의 오랜 경력을 꼼꼼하게 따라오지 못했다면? 대표곡 37곡과 전곡 영문 가사 및 다양한 인물들이 쓴 곡별 코멘터리를 담은 <<National Treasures [The Complete Singles]<는 필청 음반이다. 특히 이 앨범은 친절하게도 연대순으로 주요 싱글을 배치한 덕에 매닉스를 처음 대하는 초보자들에게도 일종의 가이드로서 손색이 없다. <If You Tolerate This Your Children Will Be Next<의 가사는 열심히 외워가시길. 손에 촛불을 들고 “당신이 이 정부를 참는다면 당신 아이들이 다음 제물이 될 것이다”라고 함께 노래할 순간이 분명히 올 것이다.

미리 보고 갈 영화

켄 로치의 모든 영화들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영국의 민중가요 밴드일지도 모른다. 제국주의에 대한 혐오와 노동계급의 단결을 노래로 부르며 데뷔한 그들은 ‘미친 거리의 전도사’라는 이름답게 과격했고 혁명적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매닉스의 분노가 대체 어디에서 왔는지를 미리 알 필요가 있을 텐데, 가장 좋은 참고서는 역시 켄 로치의 영화들일 것이다. 60년대 프리시네마 운동의 기수였고 지금 영국을 대표하는 좌파감독인 켄 로치는 노동자들의 일상을 가감없이 스크린에 내보이며 사회주의적 가치를 말해왔다. 지금 DVD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칼라 송> <레이디버드 레이디버드> <레이닝 스톤> <내 이름은 조> <케스> <숨겨진 계략> <가족생활> 등이 있다. 매닉스의 공연을 보기 전에 딱 한 작품만 봐야 한다면 <케스>를 권하겠다.

장점 페스티벌이 아니라 ‘록’페스티벌을 원한다면 여전히 펜타포트만 한 곳은 없다.

단점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가 있긴 하지만 헤드라이너급 밴드가 조금 부족하긴 하다.

UMF 코리아 2012

8월3일(금)~4일(토)

트랜스계의 거성들, 커밍순

왜 한국에는 뼈와 살이 타오르고 영혼과 음악이 접신하는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이 이토록 부족한 걸까. 자, 더이상 부족하지 않다. 전세계 최대 규모의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UMF(울트라뮤직페스티벌)가 올해 서울을 찾는다. UMF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시작된 페스티벌이며, 올해는 마이애미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스페인의 이비자 등 파티 문화로 이름난 6개국의 도시들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일렉트로니카계의 글래스톤베리라고 할 만한 행사인 만큼 규모도 엄청나다. 8월3일부터 4일까지 이틀간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주차장 등 모든 공간이 페스티벌의 무대로 활용될 예정이고, 라인업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트랜스 음악의 거성 티에스토, 칼 콕스, 지금 가장 뜨거운 덥스텝의 스크릴렉스, 그리고 격정적인 파티로 유명한 스티브 아오키, 전통적인 일본 테크노의 황제 겐 이시이 등 지금 전세계 일렉트로니카를 이끌어가는 DJ들이 모조리 서울로 쳐들어온다. 전통적인 록페스티벌의 팬들이라면 전자음악 따위 청담동과 홍대의 파티 마니아들이나 즐기는 장소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잊으셨는가.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 당신을 가장 격렬하게 작두 타게 만들었던 뮤지션은 언더월드와 베이스먼트잭스였다는걸.

미리 듣고 갈 앨범

Magikal Journey: The Hits Collection 1998-2008 / 세일뮤직 발매

네덜란드는 워낙 강력한 트랜스 음악으로 유명하고, 지금 트랜스계를 이끌고 나가는 가장 거대한 이름 중 하나는 역시 네덜란드 출신의 DJ 티에스토다.

그런데 대체 트랜스가 뭐냐고? 여기서 트랜스젠더를 떠올리진 마시라. 트랜스는 테크노와 하우스 사이에서 변종적으로 파생된 음악이다. 특징은 130~160bpm의 격한 속도. 반복적인 비트다. 왜 이름이 ‘무아지경’을 뜻하는 트랜스인지는 이 정도면 설명이 될 거다.

이 장르를 재빨리 즐기고 UMF를 준비하고 싶다면 티에스토의 베스트 앨범 <<Magikal Journey: The Hits Collection 1998-2008<<이 딱이다. <Flight 643> <Just Be> 같은 히트곡들이 CD를 터질 듯이 채우고 있다.

미리 보고 갈 영화

X됐다, 피트 통

일렉트로니카나 레이브 신을 다룬 영화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레이브 신이 한창이던 90년대에나 <휴먼 트래픽> <그루브> 같은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그래도 부천영화제를 통해 오래전에 공개된 <X됐다, 피트 통>이라면 일렉트로니카의 세계의 입문서로 훌륭할 것이다. 파티로 유명한 스페인 이비자섬에 사는 스타 DJ 프랭키가 갑자기 청력을 잃어버린다. 소음을 멀리하라는 충고에도 계속해서 디제잉을 하던 그의 청각은 점점 나빠지고, 결국 관중과 아내로부터 버림받고 마약에 절어 살아간다. <X됐다, 피트 통>은 인생의 나락에 떨어진 DJ가 청각 대신 다른 감각을 통해 다시 일렉트로니카의 세계에 복귀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걸 보고 UMF에 간다면 무대에서 열심히 디제잉을 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보다 위대하게 보일 거다.

장점 당신이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팬이라면 UMF는 성지가 될 것이다.

단점 홍대와 청담동의 부비부비족들까지 출동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