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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면 베일 듯한 섬뜩함 <케빈에 대하여>
송경원 2012-07-25

소년은 게임을 하고 신경쇠약 직전의 여인은 메말라간다. <케빈에 대하여>는 사이코패스로 자란 한 소년과 애정을 전하는 데 서툴렀던 한 여인을 통해 모성의 다른 쪽 얼굴을 보여주는 영화다.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에바(틸다 스윈튼)는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당황시키는 건 자신을 향한 아들 케빈(이즈라 밀러)의 이유없는 적개심이다. 에바가 다가가려 할수록 케빈은 점점 더 교묘하게 그녀를 괴롭히고 세월이 흘러 청소년이 된 케빈은 급기야 더이상 에바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무시무시하다. 서늘한 정서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의 완성도가 소름 돋을 정도다. 말랑한 가족영화들이 켜켜이 쌓아올린 모성 신화를 단번에 날려버리고 난도질하는 이 영화는 손대면 베일 듯 섬뜩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견디기 힘든 불편함에도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할 기이한 마력 또한 함께한다.

데뷔작 <쥐잡이>를 통해 이름을 알린 여성감독 린 램지는 이 영화를 통해 완전히 피어나 촬영, 편집, 미술, 음악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에 가깝게 조율한다. 물론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두말할 것 없이 배우들의 연기다. 영화의 서늘한 질감은 관객을 질식시킬 것만 같은 틸다 스윈튼의 공허한 눈빛과 여기에 한치도 밀리지 않는 이즈라 밀러의 호연을 통해 완성된다. 게다가 원제 ‘We Need to Talk about Kevin’의 의미 그대로 영화가 끝나도 하나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은 논쟁적인 소재에 깊이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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