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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밀폐된 공간이 주는 공포
황두진(건축가) 2012-09-28

<특전 U보트>

문명이 발달할수록 극한의 상황에서 생활하는 인간들은 오히려 늘어난다. 뱃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경우다. 배는 비교적 넓은 거주 공간, 그리고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석유시추탑, 극지의 연구시설, 지구 여기저기의 각종 관측시설, 이런 상황들의 리스트는 길고도 다양하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끔찍한 공간은 그중에서도 우주선, 그리고 잠수함이다. 도대체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티는지 상상이 안된다. 우주개발사를 들여다보면 실제로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게 다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최초의 우주인을 선정할 때 우주선 내부의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는 이유로 두 다리가 없는 사람들을 고려한 적도 있었다(무중력 상태에서는 다리가 필요없다). 우주복 개발과정에서는 이것이 옷이라기보다 작은 집 같은 것이어서 많은 우주인들이 폐쇄공포증을 갖게 되었다. 결국 이에 대한 훈련이 별도로 필요했다.

잠수함은 어떨까. 일단 완벽한 밀폐는 기본이다. 게다가 우주선에도 있는 창문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 잠수함 작전은 은밀함이 기본 개념이니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물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어지간한 잠수함은 승조원이 수십명. 그들이 지상에서처럼 자주 씻고 빨래할 수 없을 것이니 서로에게서 나는 냄새가 대단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비어 있는 곳에는 이런저런 보급품들이 쑤셔넣어져 있다. 게다가 그들이 수행하는 임무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현대의 잠수함들은 거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간에게 대단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느낌을 가장 절실하게 전달하는 잠수함 영화의 고전은 역시 독일에서 제작한 <특전 U보트>다. <크림슨 타이드> <붉은 10월> <U-571> <K-19> 그리고 우리나라의 <유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잠수함 영화가 있지만, 좁은 공간에서 죽음의 공포와 함께 얽혀 살아가는 승무원들의 짐승 같은 삶을 그린 측면에서 아직도 이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찍었는지 모르지만 잠수함 내부 공간 전체를 꿰듯이 촬영한 장면은 지금 봐도 압권이다. 비행기에 공격받고, 폭뢰에 시달리고, 기기 고장으로 바다 깊숙이 가라앉는 등 그들이 겪는 경험은 그야말로 감독인 볼프강 페터슨이 말한 것처럼 ‘정신의 경계를 향한 여행’ 그 자체다. 선장 역인 위르겐 프로크노의 일그러진 채 굳은 듯한 표정의 카리스마도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한 것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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