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황두진의 architecture+
[architecture+] 오! 파리
황두진(건축가) 2012-10-26

<언터처블: 1%의 우정>

파리의 밤거리로 산책을 나간 필립과 드리스가 들른 카페.

거대한 욕실이 따로 딸린 호화로운 방이 생긴 드리스.

드리스가 살던 동네. 온갖 이민족이 모여 사는 파리의 빈민 지역이다.

패러글라이딩 도중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부유한 백인 남자 필립과 그를 돌보기 위해 고용된 가난한 흑인 남자 드리스. 프랑스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남자의 우정에 대한 영화다. 계층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도대체 닮은 점이라고는 없는 이 두 남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와 호기심, 그리고 삶의 즐거움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분모를 서서히 발견해가며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영화의 줄거리와는 별도로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공간과 장소들이다. 그야말로 파리, 그리고 프랑스가 갖고 있는 방대한 공간자원을 유감없이 동원한 영화라고나 할까. 필립은 비록 몸은 망가졌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돈밖에 없는’ 그야말로 대부호로서 크고 넓고 화려한 대저택에서 산다. 심지어 드리스에게도 거대한 욕실이 따로 딸린 호화로운 방이 주어진다. 필립은 건장한 드리스를 수족 삼아 휠체어에 탄 채로 화랑, 오페라, 그리고 파리의 밤거리를 돌아다니고, 사고 이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마제라티는 스피드를 즐기는 이 기묘한 커플의 발이 되어준다.

우리에게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드리스가 살던 동네의 모습이다. 온갖 이민족이 모여 사는 파리의 빈민 지역. 그곳은 성냥갑 같은 아파트 블록의 세계다. 디테일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와 너무나 흡사하다. 우리에게는 나름 성공한 삶의 상징이기조차 한 아파트가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는 소외된 계층의 주거로 등장하는 것은 실로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과연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의 하나는 파리의 밤거리로 산책을 나간 두 사람이 한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사방이 유리로 된 고풍스런 카페에 두 사람이 앉아 있는 장면은 우연인지 모르지만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밤 새는 사람들>(Nighthawks)을 연상케 한다. 이 카페는 다름 아닌 피카소, 사르트르, 생텍쥐페리 등이 단골이었다는 ‘Les Deux Margots’다. 장애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시를 쓰고 미술을 사랑하며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불운한 주인공 필립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섬세한 장소 선택 덕에 2011년에 개봉된 <언터처블: 1%의 우정>은 2012년에 개봉된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와 더불어 파리라는 도시의 정취와 매력을 풍성하게 느끼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이런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