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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때로는 얼굴이 대통령도 만든다

미국 대선 후보 경선을 보여주는 <킹메이커>

대선 후보 얘길 하다 보면 사람들이 후보의 생김새나 말투, 음성, 옷차림 등에도 적잖이 좌우됨을 깨닫게 된다. 한 설문 결과를 보니 대통령을 뽑을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십니까, 라는 물음에 능력과 경력, 정책 등이 높은 순위였고, 그 상식적인 덕목을 바로 뒤따르는 게 인물과 이미지였다.

사정은 국경을 넘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킹메이커>에서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승리를 위해 갖은 전략을 짠다. 상대 진영에서 탐낼 만큼 똑똑한 홍보관인 그는 후보의 외모가 국민에게 멋지게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합동연설 때도 자신의 후보가 상대 후보보다 키가 크다는 걸 놓치지 않고 돋보이게 한다.

나름의 경험과 직관에 따라 외모 중심으로 뽑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선택 방식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그걸로 머리가 비었다며 수준 운운하고 매도하는 이들이 하나는 알고 둘은 생각하지 못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그저 마음에는, 예쁘거나 잘생기면 대통령 되기마저 유리한가, 타고난 것도 있는데 사람 생긴 것 가지고 너무 그러는 것이 얄밉다 싶기도 하지만, 선거 때가 아닌 당선 뒤 대통령의 외모에 대해서만은 나도 바라는 게 많다. 인물보고 뽑는 건 부당한 부분이 있어도, 일단 대통령이 된 사람은 외모를 가꾸고 매력을 키우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만큼 외모가 중요한 자리가 어딨을까. 우리는 나라의 이미지를 위해 연구하고 막대한 돈을 쓰면서도 대통령의 패션이나 애티튜드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 같다. 세상에 귀족처럼 치장하는 멋만 있는 것도 아니건만 정치가들도 우린 서민과 가까워야하니 멋 부리기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더러 생각하는 것 같다.

나라 안을 살피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대통령의 임무가 외교일 텐데, 각국 대통령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대통령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라면, 유쾌하고 자신만만하며 우아하기까지 하다면, 국민이 얼마나 기가 살까. 우리 대통령, 어디 내놔도 인상 좋고 근사하고 빛이 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실제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멋지거나 아름다워서 그 나라 전체에 대한 이미지까지 얼마나 좋아지게 했는지 생각해보자. 대통령의 외모는 엄연히 국가 경쟁력의 한 부분이다.

아, 대통령 안될 거라고 너무 엄정하게 말했나. 사람 일은 모르는 건데, 또 마흔 넘으면 얼굴에 책임져야 한단 말도 있는데, 다음에 나이들어 동네 통장 선거에라도 출마하면 외모 하나만큼은 다른 후보에게 뒤지지 않고 싶다. 저 후보는 다른 건 몰라도 얼굴이랑 옷 입는 게 어쩐지 너무 좋고, 지금껏 잘 살아온 사람 같아, 그래서 저 사람 뽑을래, 하고 누군가 생각해준다면, 그 어떤 이유로 선택되는 것보다 자신이 대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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