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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소년에서 성인으로
이기준 사진 오계옥 2013-06-12

“나는 들개로 태어났다.”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원류환(김수현)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들개는 무슨, 북파공작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훈남 배우 세명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트레일러가 공개된 뒤 원작의 캐릭터들과 주연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유독 원작과 자주 오버랩되는 것은 배우 이현우의 얼굴이다. 흠모하는 원류환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커다란 눈망울의 이현우는, 정말 웹툰 속의 리해진과 똑 닮았다.

이현우는 드라마 <공부의 신>과 <아름다운 그대에게>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기 전까지 <대왕세종> <선덕여왕> <계백> 등에서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 역할을 맡아왔다. 선량하기 그지없는 이현우의 앳된 얼굴은 확실히 그를 아역배우로서 돋보이게 하는 강점이었다. 덕분에 꽤 오랫동안 ‘순백색’으로 머물렀던 이현우는 지난해 방영된 <적도의 남자>를 통해서 비로소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었다. 두눈 속에 뜨거운 울분과 서글픔을 품고 있는 청년 시절의 주인공 선우는 많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현우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통해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 확실히 발돋움한다. 순수한 소년과 비정한 특수요원의 모습을 겸비한 북파간첩 리해진은, 소년에서 성인으로 가는 발판에 선 이현우의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 “다른 캐릭터들보다는 나와 조금 더 비슷했다”는 본인의 말처럼 그는 배역이 품은 매력을 보다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현우는 어떻게 하면 ‘만화 속의 리해진’을 잘 살려낼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거듭 물었다. 그는 원작의 영화화가 결정되기 훨씬 전에 이미 웹툰을 네번이나 반복해서 읽은 열성독자였다. “영화화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저 독자로서 ‘잘됐으면 좋겠다’ 정도였을 뿐, 직접 출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출연 제의를 받은 이현우는 재고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촬영이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막상 촬영을 시작해보니 원작을 잘 알고 있다는 친숙함보다는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 “오히려 웹툰을 너무 재밌게 봤던 그 기억이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할 짐이 됐다. 배우로서 내가 느꼈던 만큼의 감동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압박감이 컸다.”

원작에서도 제법 뚜렷하게 암시되는 리해진과 원류환 사이의 동성애 코드도 만만치 않은 암초였다. 리해진은 원류환에게 같은 군인이나 남자로서의 동경 이상의 호감을 품고 있는 것으로 자주 묘사된다. 많이 쑥스럽고 민망했지만 “분명히 그것을 기대하고 오시는 관객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그대로 갔다”며 이현우는 웃음 섞인 한 숨을 내쉬었다. “장철수 감독님도 원래 그런 부분을 덜어내려고 하시다가 생각을 바꾸셨다. 그런 코드를 여성팬들이 엄청 좋아하시니까 어쩔 수 없었다. (웃음)”

하지만 이현우에게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모든 도전들이 퍽 즐거운 경험이었다. “원래 축구나 수영 등 몸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초살무(북한 요원들의 특공무술)와 와이어액션도 열심히 배웠고, 현장에서 선배들의 모습도 주의깊게 지켜보았다. 그는 현장에서 좋은 배우로서, 그리고 좋은 동료로서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지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었다. “특히 (김)수현이 형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욕심내면서 현장의 분위기까지 챙기는 것을 보고 ‘괜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아역생활까지 치면 연기경력 십년이 넘은 배우지만, “아직도 보고 배울 것이 너무 많다”며 쑥스럽게 웃는 이현우.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통해 한뼘쯤 더 성장한 그가 앞으로도 순진한 얼굴 이면에 숨어 있는 어떤 다채로운 색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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