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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RT?!
장영엽 2013-08-21

영화화하기 좋은 도시전설을 소개합니다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에 실체를 부여하는 것. 그게 바로 괴담영화를 보는 재미일 거다. 실제로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상황과 설정을 <숨바꼭질>에서 보고 나니 영화로나마 의문을 해소하고 싶은 몇몇 도시전설들이 떠올랐다. 다음은 남의 집 현관문에 출구조사를 하거나 몰래 숨어 사는 사람의 일화만큼이나 오싹하고 기막힌, 영화화 촉구 괴담의 목록이다.

1. ‘라조육이사이’의 진실

2012년 6월, 한 포털사이트에 이상한 질문이 올라왔다. “라조육이사이 해보신 분 어디서 만드셨나요? (중략) 이왕이면 잘하는 곳에서 하고 싶어서요.^^” 라조육이사이라니, 라조기도 동파육도 아니고 이 무슨 해괴한 단어인가. 그런데 누군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1분 만에 답변을 올렸다. “라조육이사이는 기민함이나 생주, 프리랜서 등등 어떤 상황에도 어울리는 이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부모님 환갑 때, 식사자리에서도 했었고… 결석기민함에도 했었고요. 마음을 전하는 데 이만한 이사이가 또 있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그 정도로 팬인데요~.^^” 같은 해 4월 발생한 오원춘 사건과 더불어 인육에 대한 공포가 극심해지면서, 네티즌은 이 문답이 인육거래를 의미하는 암호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질문에 대한 카테고리 분류가 음식(튀김)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그러한 의심을 더 부추겼다. 어떤 이들은 한 회사가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직원들끼리 시범글을 올린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밝혀진 바는 아무것도 없다. 지난해 가을에 전국을 강타했던 ‘쌍십절 괴담’(10월10일 대만의 건국기념일을 맞이해 중국인들이 부족한 인육을 조달하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온다는 괴담)과 ‘라조육이사이’를 엮으면, 그럴싸한 호러영화가 탄생할지도.

2. 세슘 괴물의 탄생일까

이웃 나라 일본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괴담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고 초반에는 방사능이 축적된 공기가 바람을 타고 한국으로 넘어와 ‘방사능비’를 뿌릴 거란 소문이 퍼져 너도나도 비 오는 날마다 열심히 장우산을 쓰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요즘의 괴담은 ‘세슘 생선’이라 일컫는, 이른바 열도의 방사능을 흡수한 고기들이 한국의 밥상에 오르고 있다는 설이다. 정부가 해외에서 유입되는 생선의 검역 절차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수많은 재난영화와 SF영화로 단련된 마음이 ‘그걸 곧이곧대로 믿으라고?’라며 반문을 던진다. 한강에 방류된 포름알데히드로 탄생한 대한민국 괴물에 맞먹는 일제 방사능 괴물 캐릭터의 탄생을 조심스럽게 점쳐보는 이유다.

3. 사람 잡는 SNS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트위터리안의 글에 RT를 눌러본 사람, 많을 거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사이버 수사대를 자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이러한 SNS 글을 올린 이들 중엔 나름의 이유로 잠적한 사람을 찾는 스토커나 흥신소 용역들도 존재할 거라고 경고한다. 사람들의 선의를 이용한 범죄랄까. 게다가 요즘 트위터는 뉴스 속보보다 빠르고 신속하다던데…. 불특정 다수의 정보력을 무기로 희생양을 찾고 그 뒤를 쫓는 살인마의 스릴러가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다.

4. 5천만원짜리 임상실험의 정체는

“‘고통 감내능력 임상실험’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3년 전 네티즌을 오싹하게 만든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다. 게시자쪽이 찾는 사람은 25살 이상의 신체 건강한 남성 한명. 이틀에 한번씩, 5개월간 1에서 28단계에 이르는 고통을 느끼는 실험에 참가하면 5천만원의 급여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어떤 실험이기에 일반 직장 회사원의 1년치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돈을 준다는 것일까. 호기심을 느낀 네티즌이 게시물의 주체인 ‘신일의과대학’을 검색하기 시작했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대학은 어느 포털 사이트의 검색 결과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5천만원짜리 임상실험의 정체는 미궁에 빠졌지만, 뭇 네티즌은 이것이 장기 매매 조직의 사람을 조달하기 위한 교묘한 수법이라 믿고 있다. 의료 스릴러에 장기 매매 소재를 슬쩍 끼워넣은, 사실적인 괴담영화는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