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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게 흔들리는 세개의 사랑 <머드>

아칸소주 미시시피 강변에서 나고 자란 소년 엘리스(타이 셰리던) 앞에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세개의 사랑이 놓여 있다. 먼저, 그는 상급생 메이 펄(보니 스터디밴트)을 상대로 첫사랑의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강가의 무료한 삶에 지친 어머니는 도시로 가겠다며 아버지에게 이혼을 청한다. 처량한 신세가 된 아버지는 어머니를 원망하는 것으로 자기 푸념을 대신하려 한다. 그리고 머드(매튜 매커너헤이)가 있다. 강 한가운데 있는 이름 모를 섬에 숨어 사는 이 부랑자는 어릴 적부터 목숨 바쳐 사랑해온 여자 주니퍼(리즈 위더스푼)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뒤 유족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다. 엘리스는 그가 주니퍼와 재회할 수 있도록 도우며 자신의 사랑과 부모의 사랑도 회복되길 염원한다.

소년의 성장담을 미국 문학사의 유구한 전통 안에서 야심차게 풀어놓은 작품이다. 제프 니콜스 감독은 이 영화의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샘 페킨파가 마크 트웨인의 단편을 영화로 만들었다면”이라는 어마어마한 힌트를 던진 적이 있는데, 결과물에서도 그 포부를 감지하기가 어렵지 않다. 테렌스 맬릭풍의 대자연 속을 누비는 모험가 엘리스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톰 소여의 모험>의 후예를 자청하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이 거의 금기시하는 존재인 머드와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성숙과 자유를 향해 한발씩 더 나아간다.

그 결과물은 언뜻 의미심장해 보이나 스크린 너머 관객의 마음에까지 질풍노도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인다. 데뷔작 <샷건 스토리즈>로 주목받은 뒤 <테이크 쉘터>로 단숨에 칸영화제의 총아로 떠오른 제프 니콜스 감독은 전작들에서 인간의 심리적 풍경을 스크린에 옮겨내는 장엄한 묘사력으로 여러 평자들로부터 찬사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머드>는 그의 그런 재능이 과대평가받았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제기하게 만든다. 엘리스와 머드 등 주요 인물들이 부단히 움직이며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그 운동의 이미지들이 감정과 정서가 흐르는 강물을 형성하진 못하며, 그래서 영화 전체의 심상은 가만히 고여 있는 우물처럼 느껴진다. 나무 위에 걸린 배를 비롯한 상징들도 영화에 녹아들지 못하고 인위적으로만 박혀 있다. 미시시피강이라는 대자연도 절대적 공간으로서의 위엄을 주장하지만 끝내 그 위엄을 영화 이미지로 설득하지 못한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소년의 성장통을 외면화하기 위해 동원되는 서사와 이미지들이 늘 너무 거창하거나 거창하려 해서 앙상해지고 만 영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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