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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실제 감독의 이야기 <별일 아니다>

상석(김상석)은 배우 오디션에서 또 떨어졌다. 동거하는 여자친구 혜진(정임순)과의 관계도 예전만 못하다. 이룬 것은 없는데 나이는 올해로 서른이다.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던 그의 현실은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무명배우다. 평소 아이폰으로 주변의 사물과 자연을 찍는 것을 좋아하던 상석은 스스로 감독이 되어 자신에게 시나리오를 보내는 것으로 꿈을 대신 실현하려 한다. 그는 친구 정우(임영진)의 집착 때문에 힘겨워하는 그의 여자친구 미소(김은주)를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키길 원한다. 상석은 미소에게 은근한 마음을 품고 있는 참이다. 상석은 미소에게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보내지만 미소는 자신과 정우, 그리고 상석의 관계가 고스란히 반영된 이야기를 읽은 뒤 화를 낸다.

배우 김상석의 감독 데뷔작이다. 극중 인물 상석처럼 김상석은 실제로 이 영화의 주연이자 감독이다. 극중 스탭으로 등장한 배우들 역시 영화의 스탭을 겸했다. 영화와 실제 감독의 이야기, 그리고 극중극 형식에서 비롯된 배역과 실제 인물이라는 이중의 겹구조에서 오는 미묘함이 이 영화의 독특한 지점이다. 실제로 영화는 촬영 장면이라는 것을 뒤늦게 드러내거나 애매하게 처리하면서 극과 실제를 의도적으로 섞고 있다. 극중극은 주인공 상석의 휴대전화로 촬영되는데,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정우에게 걸려온 전화 때문에 촬영은 종종 중단된다. 휴대전화를 통해 영화에 일상이 틈입한다는 설정은 연기하는 자아와 실제의 자아가 구분 불가능하게 뒤섞이는 양상과 그대로 닮았다. 두 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때때로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 시간의 지루함이 배우의 감정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의 지루함이자 유예된 청춘의 지루함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 답답함마저 자기반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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