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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적 카우보이가 동성애자들을 구원하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1980년대 에이즈 관련 실화를 가공한 영화다. 뜻밖에도 주인공은 백인 이성애적 보수주의자다. 1985년 영화배우 록 허드슨의 죽음은 에이즈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동성애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도 확산시켰다. 막대한 치료비용이 드는 데다 돈이 있다 해도 약을 구하기 어려웠기에 당시 HIV 양성 진단은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감염자들은 제약회사의 임상실험대상이 된 채 죽음의 공포와 맞섰다. 영화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제약회사의 편협에 맞서 에이즈에 관한 자율 처방 권리를 주장했던 실존 인물을 소재로 했다.

론 우드루프(매튜 매커너헤이)는 청바지에 카우보이 모자를 쓴 전형적인 텍사스 마초다. 독한 술, 싸구려 마약, 난잡한 섹스에 때때로 거친 로데오를 즐긴다. 그랬던 그가 게이 전염병이라고만 생각했던 HIV 양성 판정을 받게 된다. 의사는 그에게 한달을 넘기지 못할 거라 했다. 처음에는 이를 거부하고 분노했다. 차차 생의 의지를 다진 론은 미국에서 판매 금지된 약들을 암시장을 통해 사들여 HIV 양성 환자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탄생이었다.

약한 개인이 FDA-제약업체의 불합리한 담합에 맞선다는 영화의 주제는, 실화로 이루어진 휴먼 드라마를 선호하는 아카데미의 취향에 잘 들어맞는다. 마초적 카우보이가 동성애자들을 구원한다는 서사는 할리우드적 보수성을 에이즈라는 소재를 통해 가공한 결과처럼도 보인다. 그럼에도 이 영화만의 고유한 매력은 분명하다. 호모포비아 카우보이가 에이즈에 감염된다는 모순적 상황은 론이라는 인격에 실존적 깊이를 만들어냈다. 론은 선하고 관대한 자선가가 아니다. 근성 좋은 사업가이자 보수주의자로, 자신이 살고자 약을 구했고 끝까지 이성애자로 남았다. 그렇게 영화는 정치적이거나 성적 전향을 통해 인물을 영웅화하는 손쉬운 도식을 벗어난다. 저돌적 카우보이 근성은 의외의 결과도 이끌어냈다. 당당히 FDA에 소송을 거는가 하면 고가의 에이즈 치료법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에 앞장서기도 했다.

영화를 위해 20kg 이상 감량한 매튜 매커너헤이자레드 레토의 소름 돋는 열연은 영화의 수준을 한층 격상시킨다. 같은 배우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앙상한 매튜 매커너헤이의 첫 등장에서는 눈이 의심될 정도다. <매직 마이크>에 이은 강단 있는 카우보이 이미지에서 차세대 클린트 이스트우드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트랜스젠더이자 론의 사업파트너 레이온(자레드 레토)의 눈빛 연기도 압권이다. 골든글로브를 비롯해 최근 각종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휩쓸고 있는 두 배우의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 여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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