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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진심이 느껴지는 결혼식 비디오처럼

<퍼스트 댄스> 정소희 감독

<퍼스트 댄스>는 한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식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편의 이야기지만 ‘레즈비언’에 방점을 찍느냐, ‘결혼’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생애 첫 장편다큐를 들고 조심스레 인디다큐페스티발의 문을 두드린 <퍼스트 댄스>의 정소희 감독을 설명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미디어 활동가라는 직함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사연을 들려준다. “다큐멘터리는 시작부터 모든 순간이 주관적인 선택의 연속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이야기를 담는 것, 무엇을 목적으로 찍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퍼스트 댄스>를 촬영했다. <퍼스트 댄스>는 사회적 메시지를 통해 무언가를 고발하거나 교화시키려는 작품이 아니다. 이 따뜻하고 행복한 영화의 출발점은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함이었고 덕분에 애정 가득한 감독의 시선이 듬뿍 묻어난다.

<퍼스트 댄스>는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 오직 카메라 앞 대상에 집중하고 그들을 존중한다. 기본에 충실한 인터뷰와 가감 없는 결혼식 장면이 전부지만 카메라를 든 자의 소박한 진심이 스크린 너머까지 전해진다. 미디어 활동가로 다양한 영상을 찍어온 그녀에게 친구가 자신의 결혼식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녀는 망설였다고 한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결혼식이 열리는 미국까지 가기가 부담스러웠던 까닭이다. 비용은 둘째치고 직장인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를 일주일 넘게 떠나 있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레즈비언 커플 친구의 결혼식을 다큐멘터리로 찍어보는 게 어떨지 역제안했고 흔쾌히 수락한 친구 덕분에 이 작업이 성사됐다. “내가 지지하고 축복하는 일이 나의 작업과도 연결되는 경험이 흥미로웠다”는 고백처럼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무언가를 ‘찍는다’는 행위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경험이었다.

정소희 감독은 내 주변의 이야기,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함께 나눌 때 행복한 의미를 더 발견해나간다고 말한다. <퍼스트 댄스>의 은근한 설득력과 공감의 힘은 아마도 그녀의 이런 활동가적 기질 덕분일 것이다. 그녀는 굳이 따지자면 ‘미디어’ 활동가라기보다는 미디어 ‘활동가’다. 영상을 도구 삼아 주변과의 소통 방안을 모색해온 정소희 감독에게 다큐멘터리는 새롭고 유용한 창구라 할 수 있다. “같이 작업하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다큐멘터리를 혼자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극영화와 마찬가지로 협업이 필요한 일이더라.” 애초에 극영화를 지망했다는 정소희 감독은 영상 관련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방송아카데미, 상업영화 현장, 시민방송을 두루 거쳐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나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걸어온 행보는 결국 미디어 교육 활동가라는 지금의 자리에까지 다다랐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기쁨 속에서 진심을 발견하는 법을 배웠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큐멘터리 세계에 발을 들였으니 다음 작품도 다큐멘터리가 될 것 같다. 지금은 의욕이 넘치는데 그다음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그녀의 허허로움이 왠지 더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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