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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 속 ‘헤라클레스’ <허큘리스>

허큘리스(드웨인 존슨)는 제우스의 아들로 태어나 헤라가 내린 ‘12과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전설’로 유명해졌지만, 사실은 그리스를 떠돌아다니는 용병이다. 어느 날, 그의 명성을 들은 트라키아의 공주가 위기에 몰린 나라를 구하기 위해 허큘리스를 찾아와 트라키아를 공격하는 켄타우로스 부대를 물리쳐달라고 요청한다. 힘없는 트라키아를 돕기 위해 허큘리스와 친구들은 전쟁에 나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에 더 큰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허큘리스’라는 제목이 낯설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신화 속 ‘헤라클레스’가 맞다. 하지만 ‘헤라클레스’와 ‘허큘리스’의 간극만큼 영화 <허큘리스>는 신화 속 이야기와 철저하게 거리 두기를 시도한다. 실제로도 이 영화는 (그리스신화가 아니라) 스티브 무어의 그래픽 노블 <허큘리스: 트라키아 전쟁>을 그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제목으로 추론해봄 직한 이야기나 이미지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가 관심을 갖는 것은 ‘반신반인’이나 ‘불멸’(immortal)의 존재가 아니라 피 흘리고 고통을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허큘리스이다. 신화 속 인물을 인간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영화는 먼저 허큘리스 신화가 간직한 전설을 부수어나간다. 네메아의 사자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거나,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를 훔쳐왔다는 등의 전설은 허큘리스의 이야기꾼 조카의 입을 통해서 ‘믿거나 말거나’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데, 허큘리스를 효과적으로 ‘탈신화화’하는 데 기여한다. 영화는 마치 사자의 가죽을 벗겨내듯 허큘리스를 감싸는 비인간적 ‘아우라’를 걷어내고, 거기에 꿈틀대며 살아 움직이는 근육을 덧입힌다. ‘육체파 배우’ 드웨인 존슨의 캐스팅은 그래서 더없이 마침맞다.

하지만 영화의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벌거벗겨진 허큘리스가 어떠한 계기로 영웅으로 각성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는 데 영화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그 때문에 영화의 중심에 놓인 세번의 전투는 상당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허큘리스를 단련하기 위한 육탄전 성격을 띠며 진행된다. 실제로 허큘리스가 몽둥이를 들고 벌이는 격투 장면들은 엄청난 시각효과만으로는 절대 얻어낼 수 없는 ‘인간적 에너지’로 충만하다. 새로운 서사를 기대한다면 실망스럽겠지만, 브렛 래트너 감독이 <엑스맨: 최후의 전쟁> 때보다 얼마나 더 능숙하게 다수의 주인공을 다루며, 스펙터클을 이야기에 어떻게 녹여내는지를 느긋이 감상한다면 아깝지 않은 98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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