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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브리튼의 회고록을 담은 실화영화 <청춘의 증언>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베라라는 여인이 주인공인데, 그녀는 누군가의 누나이자 연인이자 흠모의 대상이다. 그녀가 맺어온 관계에 중점을 두고 전쟁의 참상을 돌아본다. 베라(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집안의 반대와 여성을 억압하는 상황에 맞서 작가의 꿈을 키운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베라는 독학으로 옥스퍼드에 입학한다. 에드워드(태론 에거턴)는 누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든든한 동생이다. 에드워드의 친구 빅터(콜린 모건)는 베라를 짝사랑하지만 변변한 고백조차 못한다. 그사이 베라는 문학도 롤랜드(키트 해링턴)에게 마음을 뺏긴다. 어느 날 전쟁이 발발하고 세 남자는 참전을 결심한다. 이들의 영향으로 베라는 학업을 중단하고 종군 간호사가 된다. 무언가 쓰기(write)를 원했던 베라의 욕망은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옳은(right)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바뀐다. 그러나 전시 상황에서 그녀의 유일한 관심은 주위 사람들이 그저 무사하기를(alright) 비는 것이 된다. <청춘의 증언>은 전쟁영화임에도 아군과 적군의 대치 상황을 중심으로 한 전쟁 이미지가 한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관객이 볼 수 있는 것은 전쟁의 참혹한 결과물뿐이다. 이것은 영화가 베라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것과 관련 있다. 간호사인 베라가 접하는 유일한 이미지는 부서지고 깨진 피투성이의 젊은 육체들이다. 에드워드, 빅터, 롤랜드 등 세 남자와 각기 다른 관계를 맺어온 베라의 다면적인 위치는 그녀가 간호사가 되면서 다른 형태로 변형된 채 이어진다. 베라는 사경을 헤매는 병사를 위해 그가 원하는 사람인 척 선의의 연기를 한다. 그것은 그 상대가 적군일 때 역시 마찬가지다. 이 경험은 이후 그녀의 반전주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다. 영화는 여주인공의 발언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전시 상황 배경을 염두에 둘 때 예상 가능하다. 이미지는 전쟁으로 인한 부상과 치료에 집중된 탓에 이렇다 할 스펙터클이 강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감정을 쌓아나갈 줄 안다. 수많은 청년들의 죽음과 그들의 잃어버린 꿈은 베라의 얼굴 위에 축적된다. 그녀의 얼굴은 이 영화에서 하나의 강렬한 스펙터클이다. <로얄 어페어> <엑스 마키나> 등으로 이름을 알린 베라 역의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감정 연기가 인상적이다. 실존 인물인 베라 브리튼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실화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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