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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저택' 이야기의 전모가 밝혀진다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하나와 앨리스>는 고등학생 소녀 하나와 앨리스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이와이 슌지의 2004년 작품이다.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은 10년 만에 만들어진 속편으로 <하나와 앨리스>의 시간에서 1년 전으로 거슬러 간 프리퀄이다. 이와이 슌지는 중학생을 연기하기에는 나이가 들어버린 배우를 대신해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에 이를 애니메이션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나와 앨리스>에서 하나가 은둔하던 시절에 관한 ‘꽃의 저택’ 이야기가 잠깐 등장하는데 이 이야기의 전모를 애니메이션에서 파악할 수 있다. 하나는 왜 귀신처럼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을까.

앨리스(아오이 유우)는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를 따라 낯선 지역으로 전학 온다. 이사 온 첫날 옆집 창문 곁에서 자신을 훔쳐보는 비슷한 또래의 소녀 하나(스즈키 안)를 본다. 앨리스는 이시노모리 중학교 3학년2반으로 배정받는다. 급우들은 앨리스를 경계한다. 앨리스는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옛 친구로부터 1년 전 3학년2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유다(가쓰지 료)라는 이름의 학생이 4명의 부인으로부터 살해당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다. 어느 날 앨리스의 집에 우편물이 도착하는데 그곳에 유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자신이 죽은 사람의 집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섬뜩해진 앨리스는 유다에 관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하나의 집에 무작정 잠입한다.

이 영화는 실제 촬영한 영상을 애니메이션화하는 작업인 로토스코핑 기법을 통해 인물들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시도되지 않는 카메라워크나 구도가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실제의 소리를 덧입힌 사운드가 현실감을 더한다. <하나와 앨리스>에 기대지 않더라도 충분히 완성도 있고 이해 가능한 이야기지만, <하나와 앨리스>와 함께 봤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잔재미가 많다. <하나와 앨리스>에서 하나의 거짓말로 앨리스는 거짓 연기를 해야 했다. 여기에서 비롯된 하나 연출, 앨리스 연기의 구도가 비슷하게 반복된다. 물론 이번에도 앨리스는 무대에서 돌발행동으로 연출가를 당혹하게 하는 품이 많이 드는 배우의 면모를 발휘한다. 그 덕에 분명한 목적을 지녔던 소녀들의 여정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들쑥날쑥한 동선을 그린다. 그 동선 위로 사랑, 우정, 가족의 이야기가 포개진다. 하나와 앨리스가 크고 작은 실수를 벌이는 모습은 영화의 재미 요소로 기능하는 한편, 실수가 소녀들의 삶에서 필수적인 것임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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