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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선의에 답하려는 책임감을 동력으로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16-04-01

<귀향> 프로듀서 겸 배우 임성철

기획•프로듀서•출연 2015 <귀향>

320만 관객을 돌파한 시점에도 여전히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 중이다. 아무도 <귀향>이 이렇게 흥행할지 예상치 못했겠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마음을 비우고 있던 사람은 아마 임성철 PD였을 것이다. 이 솔직하다 못해 패기만만한 신입 PD는 투자자들을 설득할 때부터 아예 배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유튜브에 배포할 수도 있다고 밝힌 후 투자를 이끌어냈다. 설득의 비법은 단 하나, 진심이었다. 물론 진심은 통한다는 몇 마디 말로 설명될 수 없는 절박한 과정이 있었다. 일말의 과장 없이 그야말로 죽든 살든 둘 중 하나라는 심정으로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투자사들이 모두 거절한 프로젝트에 시민들의 힘이 모이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분들이 도움을 주며 이것밖에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때 이 일을 꼭 마쳐야겠다고 결심했다.” 제작 당시엔 난치성 희귀 질환인 쿠싱 증후군을 앓고 있었고 갈비뼈도 부러진 상태였지만 육체적인 한계도 잊고 일에 매진할 수 있었던 건 “그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귀향>을 통해 영화계에 첫발을 들인 그는 연기(일본군 악역 류스케 역으로 출연했다)도, 프로듀서 일도 모두 처음이었지만 도리어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원래 애니메이션 제작에 열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정래 감독을 만나고 이후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을 접했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영화 프로듀서 일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저 그것이 필요한 일이었고 달리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영화산업이 돌아가는 구조가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는 그는 <귀향>의 제작부터 상영까지 모든 과정이 산업 논리 바깥에서 일어난 기적이라 말한다. “사람들의 선의가 모이는 과정, 자기 파트가 아니라도 솔선해 나서며 서로 의지하고 아껴준 현장, 이를 정확히 알리고 받쳐준 언론까지. 하나라도 없었다면 오늘의 <귀향>도 없었을 거다.”

인터뷰 말미 그는 무심히 말했다. “어릴 적 <에쿠우스>를 보며 와닿은 대사가 있다. ‘정열은 고통으로부터 파생된 단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걸 자기의 것, 자기의 인생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의 고통과 싸워야 한다.’ 그때부터 나만의 고통이 무엇일지, 어떤 고통을 이겨내면 내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한계와 고통을 통해 스스로의 자리와 소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임성철 PD의 고백은 그가 걸어갈 앞으로의 길을 짐작할 수 있는 귀한 이정표다. 차기작으로 판소리에 대한 영화를 준비 중이라는 그는 조정래 감독은 물론 다시 한번 <귀향>의 스탭과 함께할 예정이다.

인물화

인물화를 꾸준히 그린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작업이라서 좋았다. 당시엔 애니메이션과가 없어서 미대를 갔는데 그때부터 인물화에 전념했다. 27살 무렵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꾸준히 준비 중이다. 시나리오도 쓰고 캐릭터 디자인도 하고 있다. “타인의 아픔에 둔감해지고 있는 사회가 안타까워 아이들에게 이타적인 마음을 심어줄 수 있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애니메이션도 제작비가 만만치 않지만 너무 오래 걸리진 않았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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