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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의 4년 만의 신작 <4등>
정지혜 2016-04-13

수영선수 준호(유재상)는 경기만 하면 4등이다. 그런 준호를 보는 엄마(이항나)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4등으로) 인생 꾸릿꾸릿하게 살래”라는 엄마의 타박에도 준호는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수영은 취미로 시키라’는 남편의 말은 메달 따 준호를 대학 보낼 계획인 엄마에게는 어림없는 소리다. 급기야 엄마는 ‘메달 따게 만들어주는’ 코치까지 소개받는다. 물론 소개에 뒷돈이 없겠는가. 괴팍한 코치 광수(박해준)는 수영 국가대표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출전을 준비했던, 천재 소리 듣던 전직 수영선수다. 광수는 준호 엄마에게 아들 훈련에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하지만 광수는 PC방에 가서 게임하기 바쁘고,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준호에게 체벌까지 가한다. 준호가 미워서 때리는 게 아니라 수영에 집중하지 않고 코치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 매를 든다는 게 광수의 생각이다.

<4등>은 16년 전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어린 광수(정가람)는 노름과 선수촌 무단 이탈을 일삼는다. 그러다 코치의 체벌에 반대해 은퇴까지 앞당긴다. 그런 광수가 코치가 돼 준호에게 체벌을 가한다. 메달에 목매는 준호 엄마는 이 사실을 알고도 침묵한다. 준호 아빠 역시 체벌에 눈감는다. 참던 준호가 더는 맞고 싶지 않아 수영을 관두겠다고 하자 아들만이 희망이던 엄마는 펄쩍 뛴다. 얼마간 수영을 떠나 있던 준호는 스스로 다시 수영장을 찾는다. 1등에는 별 관심이 없던 준호는 “지금은 진짜 1등 하고 싶다. 그래야 수영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영화는 ‘자식을, 너를 위해서’라는 말을 방패 삼아 준호를 수영장으로 밀어넣은 부모의 뒤틀린 욕망을 오랫동안 보여준다. 매질의 경험이 어떤 식으로 지속되지에 대해서도 자성케 한다. 준호는 다시 수영해간다. 준호가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서 레인을 넘나들며 자유로이 유영하는 시퀀스, 치열한 수영 경기를 슬로모션과 정속의 화면을 섞어 만들어낸 장면들은 기억될 만하다. 정지우 감독의 4년 만의 신작이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열두 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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