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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코우즈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물 - <아가씨> 조진웅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6-05-24

조진웅은 한손으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담뱃갑을 옆으로 살짝 밀었다. “그가 가고자 하는 곳에 장애물이 있다면 이걸 치워서 목표까지 가는 사람. 코우즈키는 그런 인물이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백작(하정우)의 입을 통해 코우즈키에 대한 좀더 자세한 정보가 드러난다. “일본 밀수품을 뇌물로 써 고관대작 통역을 도맡아 한일합병 때 공이 컸다. 그 일로 금광채굴권까지 따낸 뒤, 아예 일본인이 되고 싶어 일본의 몰락한 귀족 딸에게 장가들어 아내의 성을 따라 코우즈키가된” 그다. <아가씨>에서 조진웅이 연기한 코우즈키는 히데코(김민희)의 이모부이자 후견인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잠깐 언급된 단서를 따라 추측하자면 코우즈키는 욕망이 무척 강하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다.

영화에서 코우즈키는 히데코, 숙희, 백작 등 주요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한국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물론 코우즈키가 한국말을 쓰는 장면이 몇 있지만, 어떤 장면인지 자세하게 밝힐 순 없다). 일본인이 되고 싶어 성(姓)까지 바꾼 사람이니 일본어만 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런 설정인 까닭에 그는 출연을 결정한 이후로 매주 네번, 하루에 두 시간씩 하정우와 함께 일어일문학과 교수로부터 일본어를 배워야 했다. “일본어 공부가 처음이라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부터 익혔다. 일본어를 녹음해 계속 들었고, 받아쓰기도 했다.” 그가 일본어를 배울 때 유심히 지켜본 건 말보다 일본인의 행동과 정서였다. 일본어를 쓴다고 일본인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걸음걸이부터 말투, 표정, 인물이 가진 정서까지 일본인처럼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영화 속 코우즈키를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실제 나이대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전작과 달리 코우즈키는 조진웅의 실제 나이보다 많은 캐릭터다. 박찬욱 감독에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하려고 한 것도 “코우즈키가 실제 내 나이보다 많아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까봐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회상 장면이 있다고 안심시켜주셨다.” 어쨌거나 코우즈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조진웅의 모습에서 가장 거리가 멀다. 흰머리가 많고, 눈썹이 희끗하며, 양눈썹 끝은 아래로 축 처진 데다 체중을 무려 18kg나 감량해 양볼은 쏙 들어갔다. 특히 송종희 분장감독의 손을 거친, 아래로 축 처진 흰 눈썹은 코우즈키를 더욱 고집스럽게 보이도록 한다.

“영화는 코우즈키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진웅은 외양, 말투는 물론 정서까지 코우즈키의 깊숙한 곳으로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고 한다. 또한 실존 인물이 아니기에 자신의 고민이 반영될 여지가 많은 캐릭터라고 판단했다. “코우즈키의 욕망은 나만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물이라 간만에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는 게 조진웅의 소감이다. 코우즈키에 “모든 걸 쏟아부었던” 탓일까. 작업이 끝나면 다음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연기했던 인물을 금방 잊어버리는 보통 때와 달리 코우즈키는 “잔상이 두달 가까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조진웅은 자신이 창조해낸 코우즈키에 만족해했다. “고생한 만큼, 노력한 만큼 얻어진 것 같다. 박찬욱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가씨>는 오랫동안 꿈꾸었던 영화 작업이었고, 칸에 올 수 있게 돼 영광스럽다.” 그의 차기작은 <사냥>(감독 이우철), <해빙>(감독 이수연), <보안관>(김형주), <안투라지 코리아>(가제) 등 무려 4편이다. “이제 슬슬 코우즈키를 떠나보내겠다”고 하니 조진웅의 새로운 도전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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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진보람 실장·헤어 에이바이봄 유태 실장(어시 선화)·메이크업 에이바이봄 재희 실장(어시 누리)·의상협찬 까날리, 나무하나, 반하트, 헤리티지, 모베터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