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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노인이 된 셜록 홈즈 <미스터 홈즈>

백발의 노인이 된 홈즈(이언 매켈런)가 일본에서 돌아온다. 홈즈는 최근 노인성 치매 증상을 겪으면서 기억력 감퇴에 시달린다. 그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의 이름조차 깜빡하기 일쑤다. 그는 소매에 사람의 이름을 적어두고 슬쩍 커닝하며 자신의 치매를 감춘다. 다행히 홈즈의 곁에는 집안일을 돕는 먼로 부인(로라 리니)과 그녀의 아들 로저(마일로 파커)가 있다. 왓슨 박사가 남긴 책을 통해 홈즈 이야기를 접한 로저는 몰래 홈즈의 서재를 드나들며 그의 수기를 훔쳐본다. 로저의 호기심과 재촉으로 인해 홈즈는 잊고 있던 자신의 마지막 사건을 떠올린다.

추리 소설가 코난 도일은 시골 마을에서 양봉하며 지내는 은퇴한 노인으로 홈즈 캐릭터에 작별을 고했다. 소설가 미치 컬린은 코난 도일이 끝낸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을 썼다. <미스터 홈즈>의 원작이 된 건 이 소설이다. 노인성 치매에 시달리는 노쇠한 홈즈는 애잔한 감정을 불러온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기억력 감퇴는 단지 노년의 표지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분명하고 고정된 것이 아닌 변화하는 것으로서의 기억은 홈즈가 풀어야 할 사건의 일부가 된다. 논리와 정황을 중시했던 홈즈가 애도의 감정을 맞닥뜨리는 과정은 노년이기에 가능한 모험이다.

기억을 추적함과 동시에 실제 홈즈와 캐릭터 홈즈의 격차를 강조하며 실재와 허구의 문제를 겹친다. 클로즈업한 이언 매켈런의 얼굴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믿기 힘들 정도의 천진함은 애상적인 상황에 은근한 유머를 새겨넣는다. 홈즈가 로저의 질문에 “모르겠어. 나라고 다 알 수 없잖아”라고 답하는 장면은 그가 정신적 속박에서 벗어났음을 알리며 카타르시스를 준다. <갓 앤 몬스터> 이후 17년 만에 빌 콘돈과 만난 이언 매켈런, 미드 <빅 시>와 영화 <제5계급> 등 빌 콘돈의 근작에서 호흡을 맞춘 로라 리니 등 오랜 내공의 앙상블이 빛난다. 로저 역의 배우 마일로 파커는 이언 매켈런의 반대편 축에서, 성인 남성에 붙박인 홈즈에 소년성을 불어넣으며 제 역할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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