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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움직임이라는 디테일 - <곡성> <부산행> 박재인 안무가
이예지 사진 오계옥 2016-05-30

2016 <부산행> 안무 2016 <곡성> 안무 2014 <국제시장> 안무 2012 <댄싱퀸> 안무

악에 홀린 <곡성>의 인물들은 기이하고 독특한 움직임으로 영화 속 공포와 긴장감을 강화한다. 인물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사전에 짜고 훈련시켰으며, 현장까지 가서 움직임을 체크한 장본인은 박재인 안무가다. “나홍진 감독은 앞서가는 사람이더라. 미드 <워킹데드>, 영화 <사일런트 힐> 등 할리우드에서 장르물을 만들 때 크리에이티브 보디 디자이너가 따로 있는데, 한국에선 <곡성>이 장르영화 속 인물들에게 동작을 지도하는 안무가를 따로 기용한 첫 사례일 거다.”

고어, 호러 장르영화의 마니아인 박재인 안무가에게 이 작업은 신나는 일이었다. 그녀는 무용가의 관점에서 주요 인물들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트레이닝했다. 원, 투, 스리 각 카운터에 해당하는 동작들을 만들었으며, 현장에선 즉흥 연기가 더해졌다. “효진(환희)의 경우, 관절을 쓰고 몸을 경직시키는 동작이 위험할 수 있기에 4, 5개월간 근력운동부터 선행했다. 그 뒤 리듬체조 기본기를 시켰다. 다행히 환희가 유연성이 남다르더라.” 좀비(길창규) 역은 <사일런트 힐> 간호사들의 움직임을 참조했다. “정통 좀비의 움직임이었다. 뇌가 없으니 생각이 없고, 물어야 하니 입이 먼저 가는 동작들이었다.” 외지인(구니무라 준)이 네발로 걷는 장면도 그녀의 손길이 닿은 부분이다. “감독님은 사자의 움직임을 원했다. 여기에 죽음을 소재로 한 일본 전통춤 ‘부토’를 융합해 외지인의 움직임을 만들었다.”

박재인 안무가의 활약은 빠른 소문으로 이어져, 연상호 감독 <부산행>에서도 안무를 맡았다. <부산행>은 KTX에서 감염된 자들이 대규모로 등장하기 때문에 수백명에 달하는 보조 출연자들을 여자, 노인 등으로 세분해 안무를 지도했고, 스턴트들을 비롯한 무술팀도 그에게 동작을 배웠다. “<곡성>과 <부산행>의 움직임엔 차이가 있다. 전자는 악에 홀려 빙의된 거라면, 후자는 병균에 의해 움직이는 거다. <워킹데드>의 좀비보다 빠르고 공격적이다. <공각기동대> 속 인형의 움직임을 많이 참고했다.”

리듬체조 선수이자 코치로 일하던 그녀는 MBC 안무가로 일하던 중 클론과 엄정화의 댄서로 활동했으며(그 인연으로 <댄싱퀸>의 안무를 맡았다) 가인의 <돌이킬 수 없는> <피어나> 등 안무를 연출했고, 현재는 폴댄스 학원을 운영하는 다방면의 춤꾼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여러 영화의 안무에 도전해보고 싶다. “뮤지컬영화나 <풀 몬티> 같은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다. 어떤 영화든 몸의 움직임에 대한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최선을 다해 서포트할 것이다.”

고양이 니코

“사무실을 제 집인 양 드나드는 길고양이 니코. 집에서도 고양이 다섯 마리를 키우는 냥집사다. (웃음) 고양이가 워낙 유연한 동물이라 기지개를 켜거나 구를 때 색다른 동작이나 포즈가 나오기도 해서, 안무를 짜는 데 많이 참고한다. 구니무라 준이 네발로 뛰는 장면도 고양이의 움직임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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